진주의료원이 전격 폐쇄된 후, 많은 이가 회의에 빠졌다. ‘적자를 해소한다’는 이유로 복지를 거부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라는 문제의식을 제기한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는 여러 이유로 해결할 방법이 요원한 상태에 놓여있다.

홍준표 불출석… 용두사미 ‘공공의료 국조’
與·野, 홍 지사 국회 동행명령 거부 맹비난
“진주의료원 정상화 국조보고서 채택해야”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는 국민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른바 ‘의료의 공공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도마에 오른 것. 이 때문에 진주의료원 폐쇄를 강행한 홍준표 경상남도지사에 대해 찬반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도 홍 도지사의 강한 반발과 여야 간 이견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끝까지 버티기’ 홍 지사
처음만 해도 의욕적으로 나섰던 ‘진주의료원 폐업 진상규명 및 공공의료의 전반적인 실태 파악을 위한 국회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정우택)’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지난 7월 12일 활동을 마치게 됐다.
물론 특별위원회가 당장 활동을 마무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특별위원회는 전체회의를 개최해 국조 결과보고서 채택과 더불어 국회 동행명령을 거부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고발 조치를 의결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진주의료원의 전격적인 폐업으로 발발하게 된 국정조사는 폐업 사태의 진상을 밝혀낼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렇지만 상황은 의외로 순탄치 않았다. 지난 7월 4일 특별위원회는 진주의료원 현장을 다녀오기는 했으나, 당시 여야 국회의원들은 박범권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윤성혜 경남도 복지보건국장 등 관계자와 입씨름만 줄곧 벌이다 아무 소득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아울러 현장 조사 일정이 촉박했던 탓으로, 계획된 환자와의 면담 등의 일정을 취소해버리는 바람에 ‘도대체 경상남도 현장까지 가서 한 게 무엇이냐. 국정조사 맞냐’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진주의료원 사태의 핵심에 위치해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경남도 기관보고 증인 출석을 거부하면서 일이 본격적으로 꼬이기 시작했다. 이로써 조사를 실질적으로 진행할 수 없게 된 것.
지난 7월 9일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특위의 증인 출석을 거부하게 된 사유로 △국비보조를 근거로 국정조사의 대상이라는 주장의 부당성 △지방자치단체 고유사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의 위헌성 △보건복지부 기관보고 및 진주의료원 현장검증을 통한 조사 목적의 달성 △경남도의회 7월 정례회 본회의 출석 의무 등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또한 홍준표 도지사는 국회 동행명령까지 불응했다. 이렇게 사건의 핵심 인물을 제대로 조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자연스럽게 국정조사 추진도 동력을 잃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치고 만 것이다.
한편 국정조사 추진 불발에 대해 새누리당 소속 정우택 특별위원장은 지난 7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국정조사의 핵심인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해 진상규명을 하지 못해 무척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정우택 위원장은 “진주의료원 폐업을 놓고 아직 당 차원에서는 지방선거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상당한 우려의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혀, 진주의료원 폐쇄 사태가 자칫 내년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는 근심을 암시적으로 드러냈다.
이렇듯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출석 거부에 대해 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신랄한 어조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과거 홍준표 지사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에 두 차례나 동행명령을 내린 적이 있지 않은가”라며 “자신이 국회 출석 요구 및 동행명령까지 무시한 것은 국회위원 출신이 국회를 무시한 처사”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의원도 “홍준표 도지사의 이번 거부로 국회의 권위까지 추락한 면이 크다”며 “앞으로 국회와 지방자치체의 관계를 건전하게 정립하는 데 나쁜 영향을 끼칠 것 같아 심히 우려 된다”고 비판했다.
특별위원회의 날선 공격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도지사는 조금도 굽히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 지사는 지난 6월 20일 국정조사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데 이어 동행명령 관련 헌법소원 심판 카드까지 꺼내 국회를 상대로 한 맞대응에 나섰다.

홍준표 對 새누리당 충돌
그렇지만 난관에 봉착된 진주의료원 국정조사가 마냥 절망적이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정조사가 지방의료원 경영 실태를 파악하는 동시에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한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는 다소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또한 새누리당 내에서는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공공의료 정책에 대한 문제를 전반적으로 알게 됐으며, 동시에 지방의료원 노조가 보여준 과도한 단체협약에 대해 개선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도 “공공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울러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것인가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상황 인식이 높아졌다. 여기에 긍정적인 점이 있다”고 자체 평가했다.
또한 홍준표 도지사는 트위터에서 새누리당을 공격하는 듯한 뉘앙스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홍 지사는 트위터에 “내가 친박(친박근혜계)이었다면 나를 이렇게 핍박하겠나”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새누리당이 발끈한 것은 당연한 일. 새누리당 내에서는 “지금 당에 친이, 친박이 어디 있나”며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의 화살을 당으로 돌리려는 의도”라는 비난이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당내 일각에서는 “이렇게 당과 민의에 거스르는 홍 지사에게 징계나 경고를 내려야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흘러나와, 홍준표 도지사와 새누리당 간의 갈등은 조속한 시일 내에는 풀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공공의료 강화 방안 마련해야
한편 상황이 이렇게 지지부진해지자 시민단체와 노동단체가 전격적으로 발 벗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7월 11일 ‘진주의료원 지키기 공공의료 강화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진주의료원의 재개원과 정상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정조사 보고서를 채택하라”고 국회에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선언대회에는 진주의료원 조합원을 비롯해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 장혜옥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 김종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 등 각계 인사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 이들은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퇴진해야 하며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정부의 책임 이행 및 사태 해결, 공공의료 강화 방안 마련 등의 내용도 국정조사 보고서에 담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같은 날인 7월 11일, 보건의료산업노조 사업장인 27개 지방의료원 노사도 진주의료원 폐업·해산 철회와 정부 지원책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전격적으로 발표해, 진주의료원 사태를 보는 의료계의 우려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 선언문에서 지방의료원 노사는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고 해산시키는 행위는 공공의료를 축소하고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철회되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국회·경상남도·경남도의회는 진주의료원을 지역거점공공병원으로 정상화시키는 방법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실제로 지방의료원 관계자 사이에서는 “진주의료원 폐쇄가 완전히 확정된다면 다른 지방의료원도 연달아 무너질 우려가 있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 국민 다수도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강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공공의료의 한 축인 지방의료원 폐업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렇게 폐쇄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은 만큼, 향후 진주의료원 사태는 전개 양상에 따라 내년에 다가올 지방선거와 맞물려, 자칫 정국의 핵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농후하다는 게 정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