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씨 공예는 마을을 붙이는 것
호두씨 공예는 마을을 붙이는 것
  • 민경범
  • 승인 2005.09.1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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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전통가구 이어가는 청목 정기석
전통가구 전시관, 일록수 등을 만드는 것은 나의 목표 인간의 문명생활 중에는 여러 문화가 함께 공존한가운데 또 하나의 커다란 문화를 발생시킨다. 다만 때와 장소 그리고 시대적 배경에 따라 그 문화는 발전하거나 소멸할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여러 용도에 맞게 설계되고 일상생활과의 가장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으면서 때로는 재산적 가치로서도 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가구문화도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지금은 가구라는 개념이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지만 우리 선조들이 이해하는 수준의 가구문화는 물품을 전시하는 생활속의 수납시설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속에는 선조들의 지혜와 과학적인 숨결이 담겨져 있다. 그래서 현대적 의미의 가구는 문명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 지고 있는 반면 전통가구는 비록 투박하고 서정적이기는 하나 우리의 역사와 함께한 유서 깊은 가구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전통가구는 실생활에 이용되기 보다는 장식적인 요소로 고색찬연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가구로 시대적 저편에 놓여있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가구문화를 지키고 이어가려는 사람도 적지 않은 가운데 3대째 전통가구를 제작하는 장인집안으로 그 명성을 이어가는 한 장인이 있다. ‘전통가구 공예는 나의 삶이자 인생의 전부’라는 청목 정기석씨가 바로 그다. 호두씨를 전통가구에 접목 청목 정기석씨의 목공가구 짜임세에는 속으로는 촉을 끼우면서 겉으로는 단면이 직각으로 접착되는 맞짜임, 서로 단면을 엇바꿔 깎아 맞추는 연귀짜임, 한쪽의 단면을 다른 쪽 옆구리에 새겨 물리는 턱짜임, 양쪽이 서로 단면을 ㄹ자 모양으로 엇바꿔 촉을 물리는 사개짜 등 전통가구 제작방식을 고수하며, 전통적 디자인을 벗어나지 않고 유지하면서 현대적 감각에 어울리는 전통가구공예에 매진하고 있다. 청목이 제작하고 있는 전통가구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청목만이 만들 수 있는전통가구로는 가구의 작품성을 이루기 위한 가구장식의 하나로 이용되고 있는 나전칠기 기법중에 조개를 비롯 여러재질로 장식을 이루기보다는 호두씨나 참가래씨로 가구장식을 한다는 것이다. 호두씨나 참가래씨로 제작되는 가구의 공정기간은 많은 시간을 요구하지만 무엇보다도 어려웠던 것은 2미리 두께로 다듬어진 호두씨를 어떻게 붙이며 접착제의 재질 또한 최대의 관건이었다고 청목은 말한다. 그러나 청목은 여러 곳을 다니며 가구에 적합한 접착제를 개발하고 호두씨가 가구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가구에 기술적인 요소를 부여함으로써 명품다운 전통가구를 제작할 수 있었다. 3대째 전통가구 만드는 장인집안에서 태어나 경기 강화에 공방을 두고 전통가구 공예에 매진하고 있는 청목 정기석씨가 호두씨를 전통가구에 접목시키게 된 것은 배를 만드는 목수였던 할아버지에 이어 부친 또한 가구를 만드는 목수였던 탓에 전통가구 집안에서 태어난 인연이기도 하지만 어느날 호두를 관찰하다가 씨앗이 무척 강하다는 특성을 발견하고 이것을 가구에 접목시켜보자는 착안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러나 호두씨를 일정한 크기로 켜는 것은 가능하지만 똑같은 모양으로 대량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이 호두씨 가구공예라고 청목은 덧붙여 말한다. 그래서 호두씨 가구공예는 그 어떤 공예에 비해 고도의 기술과 장인정신을 발휘하지 않으면 탄생할 수 없다고 한다. 청목 정기석씨는 호두씨 전통가구 제작에 대해 ‘호두씨를 붙이는 것은 곧 마음을 붙이는 것’이라며 호두씨 가구는 아름답기는 어느 것에 비할 데 없지만 그만큼 수많은 정성과 기술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일록수 등 1천개 만들 터 청목이 제작하는 전통가구의 재질은 수입목재를 쓰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괴목나무, 참죽나무, 조선소나무 등으로 제작되는데 재질 공수는 전통가옥에서 나오는 대들보나 단단한 나무를 선별한다. 전통가구를 현대적 감각에 접목시킨 청목만의 전통가구를 제작하겠다는 정기석씨에게는 앞으로 이뤄야 할 커다란 과제가 있다. 그것은 전통가구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몇 년전 파주, 문산 등에 있었던 홍수피해로 많은 것들이 손실되면서 청목은 박물관이기보다는 옛 가구를 재현하고 옛 물건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관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공방에는 홍수피해 속에 건져올린 여러 물품들이 가득하다. 이밖에 청목은 전시관 조성과 함께 자신이 착안한 일록수 등을 1000개를 만들어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록수 등은 과거 홍수의 피해로 많은 것을 잃으면서 ‘이제부터 모든 것은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나무등잔으로 세월의 풍파에도 견뎌내야 한다는 염원을 담은 것이다. 즉 일록수 등은 지혜의 등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내과 도전으로 삶을 개척하는 것으로 참다운 인생관을 갖자는 뜻도 함께 담겨져 있는 것이다. 한편 청목의 전통가구는 옛것을 중시하면서도 크기와 모양을 현대적 감각에 어울리는 가구문화의 개혁을 가져와 요즘 신세대들로부터 호두씨 가구는 행복과 무병장수 그리고 행운을가져다 준다는 속설에 많은 인기를 받고 있다. 이에 청목이 추구하고자 하는 전통가구 전시관이 하루속히 마련되어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우리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문화의 자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 민경범 기자 spaper@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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