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산 29만원 전두환, 은닉재산 드러날까?
전재산 29만원 전두환, 은닉재산 드러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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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전두환 일가 비자금 추격전 돌입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17일 군형법 반란·내란 및 수뢰에 대해 무기징역형과 2205억원 추징을 선고 받았다. 전씨에게 추징된 2205억원은 재임중 뇌물수수액으로 대법원에서 확정된 돈이다. 17년이 지난 지금 전씨는 전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전씨의 이러한 행태는 법치(法治)와 정의(正義)를 의심하게 하는 상징으로 거론되고 있다. 검찰이 전씨 일가(一家)를 전격 압수수색함에 따라 1672억원에 달하는 미납추징금을 환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16일 오후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추징금을 찾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7시간여 압수수색한 검사와 수사관들이 대기하고 있던 승합차를 타고 있다./ 유용준 사진기자

전두환 일가(一家) 자금흐름 전방위 조사 착수
미술품 190여 점 압수… 전두환 자녀 출국금지
“추징금 집행 대비…재산 빼돌리려는 정황 포착”
전두환 추징금 추가 환수 관건은 은닉재산 입증

 

투입 수색 인력 90여명
이틀째 고강도 압수수색

검찰은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미납 추징금을 집행하기 위해 검찰이 전직 대통령에게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으로 불리는 개정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 근거해 공포 나흘만에 이뤄졌다. 지금까지는 수사와 관련해서만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을 할 수 있었지만 법 개정으로 몰수와 추징을 위해서도 가능하게 됐다.

검찰은 지난 16일과 17일에 양일에 걸쳐 전씨 주변 31곳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들을 확보했다. 압류절차와 압수수색에 동원된 인력은 90여명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이어 전씨 내외를 제외하고 장남 재국씨와 차남 재용씨, 딸 효선씨를 출국금지했다.

검찰은 지휘체계를 국가 송무 담당인 공판2부장에서 외사부장, 추징팀으로 전환했다. 그 이유에 대해 검찰관계자는 “단순 집행 문제가 아니라 수사의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재산을 어떻게 형성했는지 과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총 8명의 검사와 수사관 20여명을 대폭 전진 배치했다. 전씨 일가의 해외에 숨겨둔 재산이나 역외탈세 여부 등을 파헤치기 위한 전방위적 조치로 풀이된다.

전씨의 자택에서 7시간 압수수색 결과 현금은 물론 귀금속 하나도 압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1억원 상당의 이대원 화백의 그림을 압류했다. 금속탐지기 까지 동원된 수색에도 불구하고 현금성 자산은 찾지 못하고 경매 가능한 일부 동산에 압류딱지를 붙였다.

검찰관계자는 “전두환 추징법 통과로 사전에 철저히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씨 자택에서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나 파주에 있는 시공사 사옥과 시공사 기숙사 두 곳에서만 전씨 일가 소유의 그림, 도자기, 병풍, 불상 등 190여점의 현금성 자산을 압수했다.압수한 그림 가운데는 박수근, 천경자 화백 등 유명 화가들의 그림 한 호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거래되는 고가 미술품도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전씨 측이 검찰의 추징금 집행에 대비해 재산을 빼돌리려 한 정황 포착이 전격적인 압수수색의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전씨의 차남 재용씨는 최근 서울 이태원에 있는 수십억원대 고급 빌라를 매각해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 자택에서 압류한 물품은 국고로 환수할 가능성이 크지만 장남 재국씨의 출판사 등지에서 확보된 물건은 국고 환수가 불투명하다. 검찰관계자는 “압수수색 요건은 완화됐지만 실제 추징을 위해서는 전씨의 은닉 재산이란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며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는 많아졌지만 막상 추징(요건)은 예전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미납 추징금 집행 절차를 본격화했지만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비자금과의 연관성이 입증돼야만 추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씨 일가가 소유한 재산은 얼마나 될까?

 

29만원 밖에 없다더니
은닉 재산 1조원대 추정

전씨가 1988년 백담사로 가면서 재산을 헌납하겠다고 밝혔을 때 그의 재산은 연희동 집, 서초동 땅 200여평, 콘도·골프 회원권, 금융자산 23억 등이 전부라고 밝혔다. 전씨는 재산 헌납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연희동 주택은 부인 이순자씨에게 서초동 땅은 재국·재용 씨에게 물려줬다.
뚜렷한 수입원이 없던 전씨 가족들은 재판이 끝난 1년 뒤인 1998년부터 고가의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먼저 장남 재국씨. 재국씨는 시공사 인수 전, 사회생활을 한 적이 없다. 현재 시공사는 북플러스, 도서출판 음악세계, 뫼비우스, 한국미술연구소, 허브빌리지, 파머스테이블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시공사와 북플러스는 지난해 각각 296억원과 351억원의 자산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국씨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두고 전씨의 비자금이 흘러 들어갔을 것이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재국씨는 부동산도 많이 소유하고 있다. 서울시 서초동의 시공사 사옥과 그 주변 토지,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의 시공아트스페이스, 경기도 파주시의 사옥과 헤이리 건물 등 그가 소유한 부동산은 5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재국씨는 2004년 7월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아도니스 코퍼레이션’이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한 사실이 폭로된 상태다. 재국씨는 동생 재용씨가 조세포탈 혐의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전씨의 은닉 비자금 의혹이 커지자 재산을 조세회피처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재국씨의 부인과 큰 딸. 시가로 250억원 상당의 경기도 연천군에 조성된 ‘허브빌리지’ 생태마을의 소유주다. 이들은 재국씨의 외할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으로 땅을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고인이 된 그 외할아버지는 사망 당시 13평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차남 재용씨는 가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부동산개발회사 비엘에셋 대표다. 이 회사 설립 종자돈도 재국씨와 동일하게 사망 당시 13평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는 외할아버지의 결혼축의금으로 불린 돈이라고 한다. 재용씨는 서울 이태원에 고급빌라 3채, 서초동에도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900억 원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삼남 재만씨는 장인에게서 결혼축의금으로 160억원 채권을 받았다고 한다. 재만씨는 서울 한남동에 100억원대 빌딩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장녀 효선씨와 처남 이창석씨도 서울과 제주, 평창 등에 수십억 원대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전씨 일가의 재산은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채동욱 검찰총장

전두환 차명 재산 입증해야
범죄 혐의 포착되면 수사전환

검찰은 전씨 일가의 막대한 자산이 숨겨진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자금 대부분의 출처와 조성 경위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씨 일가의 재산이 비자금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야 한다.

검찰은 전씨의 장남 재국씨의 출판사인 시공사 등에서 압수한 내부 문서와 회계 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분석하며 전씨 일가의 자금 흐름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채 총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범죄 혐의가 포착되면 수사로 전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국씨의 재산회피처 유령회사 설립과 관련하여 해외로 빼돌린 자금이 드러날 경우 재산 국외 도피 혐의나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가 가능하다. ‘재산국외도피죄’는 도피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이 법정형으로 규정돼 있다.

전씨 일가의 재산이 비자금과 관련됐을 경우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할 수 있다. 해당 법률은 ‘범죄수익 등’이란 범죄수익,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 및 이들 재산과 그 외의 재산이 합쳐진 재산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이란 범죄수익의 과실로 얻은 재산, 범죄수익의 대가로 얻은 재산 및 이들 재산의 대가로 얻은 재산, 그 밖에 범죄수익의 보유 또는 처분에 의하여 얻은 재산을 말한다. 전씨의 불법자금을 알면서도 범죄수익을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은닉한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채 총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책임 재산인지 아닌지를 입증해야 하는 지난한 작업이 끊임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최선의 인력을 투입해 노력을 다하도록 지휘·감독하다 보면 일부 성과가 따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씨의 자택에서 압류수색이 진행되는 사이 전씨는 지휘 검사에게 “수고가 많다. 전직 대통령이 이런 모습만 보여줘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말이 진심이라면 추징금에 대한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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