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계열사 중 시스템통합(SI), 물류, 부동산, 광고 등 4개 업종을 일감몰아주기 필수 규제대상에 편입시킨다고 밝혔다. 해당 업종에 속하는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이목이 쏠린 가운데, 코오롱그룹의 부동산 계열사 ‘마우나오션개발’이 구설에 올랐다. 부동산 업종에 속하고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회사인 탓이다. 마우나오션개발을 들여다봤다.
공정위, “시스템통합·물류·부동산·광고 필수규제”
이웅열 회장 마우나오션개발 지분매입…“수상해”
코오롱베니트, ‘일감몰아주기 과세회피’ 의혹까지
국세청이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부과한 데 이어 공정위도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본격 나선다. 공정위는 이를 앞두고 “시스템통합(SI), 물류, 부동산, 광고 등 4개 업종을 일감몰아주기 필수 규제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라며 “해당 업종의 오너일가 지분율이 대부분 30% 이상인 만큼 오너일가 지분율 기준은 30% 선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너일가 지분 50% 내부거래율 42%
보다 강경한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예고되면서, 4개 업종에 속하고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이목이 쏠렸다. 이웅열 회장이 이끄는 코오롱그룹도 이러한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온 부동산 계열사 ‘마우나오션개발’ 때문이다.
마우나오션개발은 휴양콘도운영업, 사업시설유지관리서비스업, 골프장운영업, 호텔업, 인력공급업, 음식점업, 조경건설업 등을 주요사업으로 영위하는 코오롱그룹의 부동산 계열사다. 최대주주는 이웅열 회장의 부친 이동찬 명예회장으로 지분 25.57%를 가지고 있다. 이 회장 지분은 24.43%고, 나머지 지분 50%는 코오롱이 보유 중이다.
코오롱 최대주주는 지분 44.06%를 지닌 이 회장이고, 이 명예회장은 지분 8.4%로 2대주주다. 코오롱 지분의 절반(52.46%)을 이 회장 부자가 가지고 있는 것. 그만큼 마우나오션개발에 대한 이 회장 부자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마우나오션개발이 내부거래율까지 높다는 데 있다. 지난해 마우나오션개발의 내부거래율은 43%(매출 646억원, 국내계열사 거래 277억원)였다. 설립직후인 2007년 내부거래율 21%(442억원, 95억원)보다 2배 상승했다. 특히 눈에 띈 부분은 매출보다 가파른 내부거래 증가세다. 이 기간 매출은 46% 늘었고, 내부거래량은 192% 폭증했다. 확연한 수치차이에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대개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오너일가 지분이 많은 계열사가 높은 내부거래율을 보일 때 쏟아진다. 계열사가 내부거래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면 주가가치가 상승하고, 그 결과 계열사 지분을 지닌 주주(오너일가)의 이익이 증대된다는 논리에서다.
마우나오션개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초 이 회장의 마우나오션개발 지분매입 행보는 마우나오션개발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더욱더 팽배하게 만들었다.
이 회장의 지분매입은 코오롱그룹이 지주사 체제전환을 위해 코오롱글로텍이 보유하고 있던 마우나오션개발 지분 52.65%를 지주사인 코오롱에 넘기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중 코오롱이 50%만 매입하고 나머지 2.65%를 이 회장이 사들인 것이다. 이 회장 지분은 21.78%에서 24.43%로 늘어났다.
코오롱 측은 “책임경영 강화를 위한 오너의 지분매입”이라고 설명했으나, 마우나오션개발이 그간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은 회사라는 점에서 업계는 의구심을 보냈다. “통상 내부거래로 성장한 계열사 지분을 오너일가가 추가로 매입하는 것은 편법적인 증여행위로 풀이돼왔다”는 지적이었다.
SI계열사 ‘코오롱베니트’도 의혹
코오롱그룹 계열사 중 ‘일감몰아주기 규제’ 예상명단에 마우나오션개발만 이름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통합(SI) 업종에 있으면서 오너일가 지분이 높고, 내부거래율마저 높은 계열사가 코오롱그룹 내 또 있다. 바로 코오롱베니트다.
코오롱베니트는 컴퓨터 시스템통합 자문, 상품중개업, 광고대행업 등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로 이 회장과 코오롱이 49%와 51% 지분을 가지고 있다. 내부거래율은 지난해 말 62%(매출 853억원, 국내계열사 거래 525억원)에 달했다. 그룹편입 직후인 2008년보다 매출(389억원)과 내부거래량(239억원)이 2배 이상 늘었다.
일감몰아주기 의혹과 함께 코오롱베니트는 최근 ‘일감몰아주기 과세회피’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는 코오롱베니트가 코오롱글로벌의 IT부문을 677억원에 양수하면서 불거졌다. 이유는 이렇다. 코오롱베니트는 이번 영업양수로 매출이 800억원대에서 3000억원대로 늘어나게 됐고, 코오롱베니트와 달리 코오롱글로벌 IT부문은 내부거래율이 낮다.
즉, 코오롱베니트가 매출규모는 크고 내부거래규모는 적은 코오롱글로벌 IT부문을 흡수하면서 내부거래율을 60%에서 10%대까지 떨어뜨릴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일감몰아주기 과세도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주장이다. 여기다 본인지분이 49%인 회사의 덩치까지 키우게 됐으니 이 회장에게는 1석2조 효과를 가져다 준 선택이었다.
물론 이 회장도 막대한 자금지출을 감행했다. 코오롱베니트가 코오롱글로벌 IT부문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마련 방편으로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 98억원을 출자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만 보면 본인을 위한 투자인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