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이 더위를 걱정하며 보낸 문자에 “우리 딸이 에어컨” 이라며 애정을 쏟던 한 근로자는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로 사망한 인부 중 한 명이다.
지난 15일, 150mm를 넘나드는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우 속에 노량진 상수도관 공사가 강행됐다.
배수지 공사가 진행됐던 48m 깊이의 지하공사장에는 7명의 인부가 레일 철거작업을 하고 있었다. 당시 닷새째 쏟아진 집중호우로 강수량은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었으나 시공사측은 강수량을 파악하지 못했다.
결국 이날 폭우로 인해 한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지하터널 내부로 유입된 물이 강철 차단막을 뚫고 작업자들을 덮치고 말았다.
이 수몰사고로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던 인부들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공사 현장에서는 안전모, 안전화, 로프 등 기본적인 보호장구 착용은 물론 토사 유실, 건물 균형 유지를 위한 작업 등을 필수로 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않아 인명피해로 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6월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주상복합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거푸집이 무너져 근로자 4명이 매몰됐다. 이는 주차장 경사로 지붕과 건물 벽면 제작을 위해 조성된 거푸집 지지대가 콘크리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발생한 사고였다.
또 전남 화순에서는 도로 옆 오수관거 공사 현장에서 토사에 근로자 2명이 파묻혀 이 중 1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현장에서는 성인 키 2배 깊이의 땅을 파며 토사유출을 막기 위해 설치해야 할 울타리를 설치하지 않았고, 땅을 비스듬하게 깎아야 함에도 수직으로 깎아 위험을 초래했다.
이 같은 사고들은 모두 관리감독자의 안전관리에 대한 안일한 태도와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인재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들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 재해율은 0.59%, 사망률은 1.20%으로 조사됐다. 전년도 보다는 0.65% 감소했지만 여전히 건설 현장에서는 위험에 노출된 채 목숨을 담보로 일을 하는 노동자가 많다.
노량진 수몰 참사의 경우 한강홍수통제소는 사고 당일 새벽부터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팔당댐 방류량과 한강 수위를 실시간 문자로 알렸다. 그러나 현장 관계자들은 내용을 전해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일용직 노동자들은 체계적인 전달과정 없이 위험 속에서 그대로 방치돼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일원화되지 못한 체계에는 하도급 문제가 걸려있다.
건설 현장은 시공사가 하도급에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흔히 이뤄진다. 그렇게 되면 직접 일을 하는 인부들에게 위험요소가 전달될 확률은 줄어들어 큰 참사로 이어지게 된다.
공사현장에는 언제나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안전에 대한 안일한 인식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의 인생을 앗아간다.
하루 빨리 안전불감증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겉핥기식 정책이 아닌 건설 현장의 책임자들에게 안전교육을 통한 인식 개선뿐만 아니라, 공사 현장에 알맞은 법제화가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