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GM 노동조합이 연속적으로 부분파업에 돌입하며 점차 강도를 높여가고 있어 노동계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 한국GM의 ‘공장 철수설’이 불거져 나온 가운데 일어나는 상황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현대자동차도 부분파업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하계 노동투쟁’이 심상치 않을 전망이다.
늘어나는 파업시간, 총파업 돌입 가능성 제기돼
사측 난감해도 ‘타협불가’ 방침…정면충돌 예고
노사갈등, 세르지오 호샤 사장의 노조무시 때문?
스페인 공장 생산계획…일부는 “한국서 철수하나”
한국GM의 부분파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르지오 호샤가 사장으로 취임한 첫해인 지난 2012년에도 한국GM은 모두 13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한국GM이 입은 손해는 결코 적지 않아 총 4만8000여대에 이르는 생산차질을 빚었다. 이는 회사 창립 이래 최대규모의 손해로 꼽힌다.
수위 높아진 부분파업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한국GM 노조는 부분파업 시간을 점차 늘려가며 회사 측에 대해 압박 강도와 수위를 높여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7월 4일 처음으로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실시된 부분파업은 6시간 동안 지속됐지만, 이후 점차 시간을 늘려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7월 5일 10시간 △9일 10시간 △10일 8시간 △11일 10시간 △12일 8시간 △15일 10시간 △16일 12시간 △17일 12시간 △18일 12시간 등의 부분파업이 단행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주간·야간 각각 6시간씩 부분파업 시간을 늘렸다.
더욱이 이러한 한국GM 노조의 부분파업 양상은 단순히 부분파업 차원으로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상황의 심각성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전면적인 총파업까지 이를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는 극히 어두운 전망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 측은 이런 험악한 분위기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 만만치 않게 입은 손해에 이어 올해는 내수 부진까지 겹쳐 가뜩이나 근심이 가실 날이 없는데, 올해 역시 파업이 장기적으로 진행되면 당연히 타격을 크게 입을 것으로 전망돼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GM 노조는 회사 측에 대한 압박을 늦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회사 측 또한 ‘이번에는 노조에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경책을 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노사 양측이 현재 마주보고 달리는 두 대의 기차와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렇게 한국GM 노사 양측이 ‘정면충돌’도 불사하는 자세를 가다듬고 있는 이유는 임금단체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GM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을 통해 기본급을 13만498원 인상하며, 여기에 성과급으로 통상급여의 300%+600만원을 지급할 것을 회사 측에 요구한 상태다.
회사 측은 노조 측 요구에 “기본급을 6만8000원 인상하고 성과급을 400만원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한국GM 노조의 반응은 실망을 넘어 격분에 이르렀다. 노조 측은 회사가 제시한 안에 대해 “쥐꼬리만큼 찔끔찔끔 내놓는 버릇”이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쓰며 즉시 거부의사를 밝혔다.
덧붙여 한국GM 노조는 별도의 특별 요구안도 내놓았다. 노조 측은 임금 인상은 물론 △주간연속 2교대제와 이에 따른 임금체계 개선 △신규인원 충원 △각 공장별 후속 신차 투입 △신형엔진 미션 생산 △내수전략 전면 재검토 △사무직 직원 연봉제 폐지 등의 세부사항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나섰다.
본사, 한국 포기하나?
그렇다면 한국GM 양측이 정면대결을 불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상당수 업계 관계자는 “한국GM 내부의 갈등은 어찌됐든 세르지오 호샤 사장을 중심으로 불거져 나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임단협에 불참을 통보하는 등 노조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지적이다. 한국GM 노조 측 또한 이번에 단행하고 있는 부분 파업의 십자포화를 세르지오 호샤 사장에게 집중하고 있다.
노조 측의 반발에 사측은 아직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과 상호신뢰 및 열린 대화를 적극적으로 실시해 올해 노사교섭을 합리적 차원에서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다소 형식적인 답변만 내놓은 상황이다.
현재 한국GM 사측 내부에서는 “노조가 경영진이 맡고 있는 영역까지 간섭하려는 것 아니냐”는 난감함과 불만이 상당히 팽배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기본적인 답변밖에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최근 한국GM의 본사인 제너럴모터스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SUV)차량(국내 제품명: 쉐보레 트랙스)을 스페인 사라고사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혀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결국 한국GM이 우리나라에서 장기적으로 생산 공장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속출하기도 했다.
사실 한국GM 사측은 현재 금전적으로 상당한 곤경에 빠져있다. 한국GM은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반환 소송 때문에 무려 8000억 원에 이르는 금액을 물어줘야 할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사측은 1·2심 소송에서 모두 패했으며 대법원 판결이 올해 말로 예정돼있어 그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 상당수는 “이렇게 여러 가지 요인으로 한국GM은 노사 양측이 서로에 대해 불신으로 팽배해 있는 상황”이라며 “이대로 노사의 평행선이 접점을 이루지 못하고 서로 팽팽하게 달리다 보면 쌍용차 사태의 뒤를 잇는 치명적인 결과가 자동차 업계 전반에 일어날 우려가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도 부분파업 돌입
최근 현대자동차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분파업도 자동차 업계의 중대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조(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7월 10일 파업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노사가 서로 물리적으로 충돌해 수십 명이 다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지난 7월 1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내에서 파업하는 사내하청 노조원과 대체 인력을 투입하려는 사측 관리자 수백 명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일어났다.
이번 물리적 사태로 노조원 30여 명과 사측 관리인 30여 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중앙노동위원회가 “대체 인력 파견은 불법”이라고 인정했는데도 불구하고 사측이 직장폐쇄를 시행하지 않고 공장을 가동하는 바람에 노조원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오후, 현대자동차 노조는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라 전격적으로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울산 1공장 생산라인은 약 50분 동안, 4공장 생산라인은 약 25분 생산라인이 가동을 멈췄다.
현대자동차 공장 내부에서 이 같은 폭력 사태가 일어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현대자동차 사측과 사내하청 노조는 지난 2012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특별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물리적 충돌을 일으켰다. 이와 같은 충돌로 수십여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자동차 생산도 당연히 심각한 차질을 입었다.
이번에 일어난 사건의 여파로 현대자동차 사측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에 대해 공장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 충돌에 따른 파장과 갈등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자동차 측 관계자는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불법적인 파업으로 공장 가동을 훼방 놓았으니 공장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 이미 노사 간에 합의가 된 사항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16일에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비정규직노조(사내하청지회)가 2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7월 15일 충남 아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 간부인 박모(35)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노조원들은 2개조로 나눠 2시간씩 파업을 실시했다.
현대자동차 내에서 빚어지는 양상에 대해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GM은 물론 현대자동차도 현재 노사 간 갈등이 점점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올해 하계 노동투쟁은 경기 침체와 맞물려 우리나라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