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우인터내셔널이 나쁜 일과 좋은 일을 번갈아 맞이하고 있다. 역외탈세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것이 ‘비보’라면, 최근 탄자니아와 3000만 달러 규모의 여객 수송선 건조사업을 수주한 것은 ‘낭보’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그룹이 야심차게 인수한 대우인터내셔널이 과연 기대에 부응하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지 아직은 확실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우인터, 해양초계기 도입과정서 역외탈세 의혹
검찰 압수수색으로 어수선…특혜의혹까지 제기돼
계열사 시너지 덕? 탄자니아 여객수송선 사업수주
지난해 수출비중 40%지만 “저개발국 위주” 비판
고도성장 시절, 우리나라가 수출을 통한 발전 드라이브를 한창 걸 때 종합상사는 수출의 역군으로 막강한 권위와 명성을 누렸다. 이제 시대는 변하고 수출통로가 다변화되며 종합상사의 영예는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역외탈세’ 의혹 휘말려
오랜 기간 종합상사로 잔뼈가 굵은 대우인터내셔널 또한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주)대우 시절, 대우그룹의 모기업으로 대한민국 수출의 선두주자로 줄곧 자부심을 가졌지만, 1999년 이른바 ‘대우사태’ 이후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우인터내셔널 이름을 바꾼 뒤 10여 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포스코그룹 계열사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대우인터내셔널의 앞날은 마냥 순탄치만은 않다. 일단 인수과정에서 포스코그룹 차원의 유동성 문제가 있었다. 또한 역외탈세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요즘 안팎으로 어수선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7월 1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김형준)는 검사·수사관·서울세관 소속 직원 10여명 등 모두 마흔 네 명을 투입시켜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대우인터내셔널 본사를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실시해 해상초계(경계)기 계약서류·회계장부·보고문건과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압수물 분석작업을 마치면 머지않아 회사 관계자 등 관련자를 소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환될 관련자 중에 포스코그룹 핵심 임직원이 포함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검찰이 이렇게 압수수색을 실시한 이유는 지난 이명박 정부시절 해양초계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된 역외탈세 의혹과 연관돼있다. 지난 2008년, 방위사업청은 해양경찰청의 위탁을 받아 해안초계 임무에 투입할 수 있는 해상초계기인 ‘CN235-110’ 항공기 네 대를 도입하기로 계획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인도네시아에 소재한 PTDi사와 계약관계를 체결하고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총 3년간 모두 1억 달러(한화로 약 1300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투입했다. 이때 계약은 대우인터내셔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및 세관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이 계약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지지른 게 아닌가’를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대우인터내셔널에 몸담았던 전직 직원들이 만든 회사가 PTDi사와 표면상으로 계약을 진행하는 동시에,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이른바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받은 초계기 대금 가운데 일부 금액을 몰래 송금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검찰은 조세피난처를 거친 자금규모가 최고 수십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의 진행방향을 이 자금의 성격에 집중적으로 맞출 것으로 전해졌다. 즉 리베이트 과정에서 마련된 돈을 세탁할 의도가 있었는지의 여부, 동시에 이 과정에서 과연 탈세 행위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양경찰청이 인도네시아 PTDi사가 해상초계기를 계약할 때 요구했던 제안서의 요건을 제대로 못 맞췄다’는 의혹도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향후 검찰의 수사 방향에 따라 리베이트 여부 및 특혜 의혹도 본격적으로 파헤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날 대우인터내셔널 측은 이와 관련해 “검찰이 왜 압수수색을 하는 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아무래도 알려진 대로 해양경찰청 초계기 때문 아니겠냐”며 “2008년부터 시작된 사업인 만큼, 현재 회사와는 관련이 없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10년 11월 포스코그룹에 편입됐기 때문에 현재 수사진행 중인 사안은 포스코와 전혀 관계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대우인터내셔널 역외탈세 사건이 과연 포스코그룹 전체 차원으로 비화되는지 아닌지는, 향후 검찰에 소환될 인물들의 면면을 보아야 확실하게 알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탄자니아 여객수송선 수주 쾌거
대우인터내셔널은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구설수를 낳는 동시에 회사 전체의 사기를 진작하게 하는 사업상 쾌거도 이뤄 ‘좋은 일과 나쁜 일은 함께 온다’는 격언이 전혀 틀리지 않음을 실감나게 증명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7월 12일 대우인터내셔널은 플랜트 설비를 전문을 하는 업체인 포스코플랜텍과 공동으로 3000만 달러 규모의 탄자니아 잔지바르 주정부 여객수송선 건조사업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이 사실은 7월 15일 대우인터내셔널 측을 통해 전해졌다.
이 여객수송선은 약 1200명의 승객이 탑승가능한 선박으로, 아프리카 동부 인도양에 위치한 섬 잔지바르와 아프리카 대륙 사이의 화물 및 여객을 나르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플랜텍 측은 여객수송선 건조작업을 오는 2015년까지 완료한 다음, 완공된 선박을 탄자니아 잔지바르 주정부에 인도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번에 전격 성사된 여객수송선 수주 건을 바탕으로 탄자니아 잔지바르 주정부와의 협력관계를 적극적으로 지속해 향후 인프라 건설을 비롯한 다종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금번에 수주에 성공한 여객수송선 건조사업은 대우인터내셔널의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쌓아온 정보력과 해양모듈 관련 사업에 독창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포스코플랜텍의 저력이 함께 결합해 낳게 된 쾌거”라며 “앞으로 포스코그룹 간 시너지 효과가 십분 발휘된 성과가 계속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자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저개발국 위주 사업전개’ 비판도
이처럼 대우인터내셔널은 몇 가지 잡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포스코그룹 내에 안착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10년 포스코그룹에 인수될 당시만 해도 “사실상 껍데기뿐인 기업이지 않냐”는 우려와 반대를 만만치 않게 맞았다.
하지만 최근 포스코그룹은 대우인터내셔널이 기존에 구축해 놓은 글로벌 네트워크 덕을 짭짤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포스코그룹의 수출비중은 무려 40%까지 올라 그룹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창사 이래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는 찬탄이 흘러나왔다.
또 대우인터내셔널은 특유의 저력으로 중동·서아시아·중남미 등의 미개척 시장을 확보했다. 특히 대우인터내셔널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미얀마 가스전은 최근 본격적으로 상업 생산을 시작해 앞으로 25년 동안 해마다 매년 3억~4억 달러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포스코그룹 측은 대우인터내셔널과의 시너지 효과로 평가될 수 있는 금액이 무려 1조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인수합병 사례 가운데에서도 손에 꼽힐만한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대우인터내셔널과 관련된 ‘루머’가 몇 차례 흘러나와 포스코그룹 측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적도 있다. 주로 인수과정의 후유증이라 할 수 있는 유동성과 관련된 즐겁지 못한 소문이다.
특히 지난 3월 28일에는 “대우인터내셔널이 자사 주력사업인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아 주가가 가격 제한폭까지 하락한 일이 있었다. 관련 당사자들이 “이는 사실무근”이라고 강력 부인해 무마됐지만, 이번 검찰 압수수색 건이 터져 대우인터내셔널 주변은 다시 한 번 뒤숭숭한 상황을 맞이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에 걸쳐 대우인터내셔널에서는 수익성이 적은 부문을 거의 모두 정리했거나 청산단계를 밟아나가고 있기 때문에 회사 건전성은 탄탄한 편”이라고 자신했다.
그렇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대우인터내셔널은 예전 대우그룹 시절부터 선진국보다는 중남미나 동유럽·서아시아 지역 등 비교적 개발이 덜 된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 것이 특징”이라며 “이로 인해 자금 유동성은 물론 수익 안정성에 관한 문제가 회사 내에서 항상 불안요소로 잠재돼있다. 이를 포스코그룹 전체 차원에서 어떻게 컨트롤하느냐가 향후 놓인 관건”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