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벨룽의 반지 4부작' 내한공연
9월 24일∼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서
1876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이래로 많은 음악 거장들의 해석에 따라 다양하게 시도됐던 니벨룽의 반지가 위대한 지휘자라 불리는 현대음악계의 거인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손으로 우리나라에서 역사적인 초연을 가짐과 동시에 아시아 초연을 갖는다.
세계 최 정상급의 음악을 들려줄 마린스키 오페라단이 내한해 9월 24∼29일까지 4일간에 걸쳐 세종문화회관에서 선보일 니벨룽의 반지는 총 4부작으로 한국 공연사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4일간 16시간을 몰입해야 니벨룽의 반지를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물량과 바그너를 소화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확보되어야 하는 충족 요건으로 인해 아직 우리는 링사이클 제작에 엄두를 낼 수 없지만 세계 속에 한국 그리고 경제가 뒷받침되는 한국의 문화 수준으로 볼 때 링 사이클 국내 공연 유치는 대단한 사건이며 차원높은 정신문화를 귀하게 여기는 한국인의 문화척도를 가늠케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니벨룽의 반지는 대담하고 유니크한 구성력, 타협을 용납치 않고 이상을 추구하는 게르기예프의 완벽한 음악성과 지적이고 미적인 조합으로 강력한 파워를 탄생시킨 작품으로 게르기예프는 자신이 바그너의 후예임을 세계에 알렸다.
마린스키 오페라단의 명성은 클래식이든 현대음악이든 간에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가수들의 실제적인 재능에 기인한다. 이번 공연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요소들 중의 하나도 세계 최고 수준의 오페라 가수들이다. 지그프리트역의 레오니드 자코자예브를 비롯 출연진 모두 뛰어난 기량을 보유한 바그너 가수들로 세계 주요 언론의 격찬을 받고 있다.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은 진정한 의미의 종합예술로서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위대한 걸작으로 일컬어 진다. 바그너는 1848년부터 니벨룽의 반지 스토리를 쓰기 시작해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까지 총 4부작을 26년의 세월에 걸쳐 만들었다. 한 인간의 노력과 집념,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천재적인 능력이 더해 탄생한 대작인 것이다
니벨룽의 반지에는 독일 민족주의와 민족을 넘어선 사회주의, 쇼펜하우어 철학, 불교, 그리스도교 등 적어도 5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사상들이 얽혀 있고 또한 성적 금기에서 비롯된 권력 콤플렉스, 근친상간, 모성집착,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등 정신 분석적 문제들이 다루어져 있다.
바그너의 작품은 이처럼 그 속에 담겨 있는 엄청난 철학적, 문학적 사상으로 인하여 듣는 이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어떤 오페라에서도 맛볼 수 없는 깊이있고 충격적인 경험을 가능케 한다.
한 가지라도 제대로 다루기 어려운 이런 거대한 주제들을 무대, 연기, 음악이 모두 어우러진 종합 예술로 구현해 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사건인 데다가 그 음악내외적 완성도가 아득히 높은 것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던 작품이 또한 니벨룽의 반지이다.
민경범 기자 spaper@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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