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민족을 초월한 역사적인 작품
종교와 민족을 초월한 역사적인 작품
  • 민경범
  • 승인 2005.09.16 1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베르디의 대작 '나부코' 첫선
10월 5일부터 5일간 예술의 전당에서 국립오페라단이 장엄한 무대와 성서에 기초한 감동적인 내용을 담은 베르디 대작 오페라 '나부코'를 오는 10월 5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 전당의 무대에 올려진다. 오페라 '나부코'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를 탄생시킨 작품으로, 국내에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인‘내 마음아 황금 빛 날개 달고'로 잘 알려져 있다. 광대한 스케일과 정교한 극 전개로 높은 완성도를 요하기 때문에 그 동안 국내 무대에 자주 소개되지 못했던 이번 공연은 국립오페라단으로서도 처음 올리는 무대로 그 작품선정도 주목할 만하지만 그 중에서도 캐스팅에 있다. 세계 최고의 극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제작진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 바로 마에스트로 다니엘 오렌과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출가 다니엘 브느앙의 첫 내한은 그 자체만으로도 명작의 감동을 앞서 전한다. 현존하는 최고의 이태리 오페라 레퍼토리 지휘자로 꼽히는 마에스트로 다니엘 오렌은 천국과 지옥을 오갈 정도의 명암대비를 보이는 열정에 가득 찬 음악 표현으로 베르디 작품에 적역으로 유명하다. 세계 주요 극장에서 앞 다투어 초청할 만큼 주목받는 지휘자인 그는 1998년 '나부코', 2003년 '아이다'로 이미 여러 차례 협연한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이번 공연의 지휘봉을 잡았다. 또한 마에스트로가 추천한 프랑스 연출가 다니엘 브느앙이 합류하여 현대적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된 '나부코'를 선보인다. 오페라 '나부코'는 예루살렘을 배경으로 이스라엘 민족을 노예로 하여 통치하는 바빌론의 왕, 나부코에 관한 이야기다. 스스로 신이 되었던 폭군 나부코와 그에게 조국을 빼앗긴 이스라엘 민족, 적국의 남자를 사랑하는 나부코의 두 딸을 둘러싼 사랑과 복수를 담은 작품이다. 1842년 라 스칼라 극장 초연 당시, 외세의 압박에 고통 받고 있던 이태리인들은 마치 이태리의 상황과 흡사한 이스라엘 민족의 고뇌를 담은 베르디의 '나부코'를 보며 뜨거운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이렇게 이태리인들의 독립과 통일, 민족의 애환과 그리움을 대변해준 오페라 '나부코'는 현재까지도 3막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나오면 관객까지 다 함께 부를 정도로 애잔한 이태리 민족 정서를 담고 있다. 이번 '나부코'는 고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새로운 해석의 프로덕션이다. 바그너에게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이 있었다면, 베르디에게 '나부코'가 있다. 나부코는 오페라 작곡가인 베르디의 첫 성공작이었다. 1840년, 하룻동안의 왕이라는 그의 희극 오페라의 참패 이후 베르디가 실의에 빠졌을 때 라 스칼라의 감독이 베르디에게 나부코의 대본을 주며 작곡을 제안했고, 이러한 우연이 성공을 낳아 개인 뿐 아니라 종교와 민족을 아우르는 역사적인 작품을 탄생케 했다. 오페라 나부코의 왕 '나부코'는 예레미야, 열왕기하, 다니엘서에 등장하는, 기원전 597년에 예루살렘을 함락시켜 이스라엘 백성을 바빌론으로 데리고 간 바빌론의 느부갓네살왕을 그 모티브로 하고 있다. 다니엘서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는 불기둥에 관한 것으로, 느부갓네살왕이 자신의 모습을 본떠 거대한 금동상을 만들고 모든 이들에게 숭배하라고 강요하는 가운데, 몇몇 히브리인이 거절하자 그들을 거대한 용광로 속에 집어넣어 핍박하기에 이른다는 내용. 그 후 미친 느부갓네살왕은 다시 회개하고 하나님을 섬기게 된다는 내용으로 오페라를 이어간다. 민경범 기자 spaper@sisafocu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