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인센티브제 도입으로 부작용 속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진료가 많은 치과의 경우, 현금유도를 통한 세금탈루가 개선되지 않고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치과는 진료비에 대한 정보공개가 미비한데다 일부 병원의 인센티브제도 도입으로 과잉진료와 위임진료 등 부작용이 횡행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일부 병원의 세금탈루와 인센티브 제도 도입에 따른 부실·과잉진료의 문제점을 담았다

치아교정 600만원, 현금결제 50만원 할인조건 현금유도
“환자 캐릭터 분석, 어떤 멘트해야 실적이 좋을지 회의”
의료계 인센티브제 도입, 부실·과잉 진료 등 부작용 속출
서울 양천구 목동에 거주하는 주부 A(43세)씨는 아들의 치아교정과 관련하여 진료비로 고민하고 있다. 주부 A씨는 중학교 1학교인 아들의 치아교정 요구에 못 이겨 목동의 유명 치과를 방문했다. 상담결과 교정이 필요하며 치료비는 600만원에 달했다. 병원 측은 현금으로 일시에 납부할 경우 50만원을 할인해 준다고 설명했다. 현금 할인의 경우 현금영수증을 비롯하여 일체의 증빙서류는 요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금 분할납부의 경우는 30만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현금유도 세금탈루 여전
최근 치아교정과 임플란트 시술이 인기를 끌면서 치과에 대한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치아교정의 경우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적 추세와 맞물려 많은 사람들이 시술하고 있지만 과다한 진료비에 현금할인을 유도하며 탈세까지 횡횡하고 있다.
기자는 주부 A씨가 소개한 치과로 전화상으로 진료비를 문의했다. 하지만 병원은 케이스마다 다르다며 유선상으로는 진료비를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가격만이라도 알려 달라고 했으나 방문해서 진료를 봐야 알 수 있다며 거절했다.
치과의 경우 진료비가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지만 진료비를 유선상으로 설명해 주지 않아 일일이 방문해서 상담을 받거나 지인들의 소개로 알 수 있는 방법이 고작이다.
주부 A씨와 함께 방문한 치과는 앉을 틈이 없을 정도로 환자가 붐볐다. 그 병원은 치아교정 이외에 일반적인 치과 진료는 하지 않는 교정치료 전문 병원이다.
30만원 이상의 현금결제의 경우 현금영수증을 발행해야 하지만 현금할인을 유도하며 세금을 탈루하는 비리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부 A씨에게 현금영수증 발행을 하지 않을 경우 신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자, 그녀는 의외의 답변을 했다. “교정 치료가 2년 정도 소요되는데, 만약 병원이 문을 닫아 치료를 마무리 할 수 없으면 나만 손해”라며 “남편은 직장인이라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것을 생각하면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 푸념했다.
병원의 문제는 세금탈루만이 아니다.
영업현장이 된 의료계
치과의사 B씨(35세)는 최근 개인병원을 정리하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 병원에 취직했다.
B씨는 “자신은 의사가 아니라 보험회사 직원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유인 즉 “매일 환자의 캐릭터를 분석하고 어떤 멘트를 해야 실적이 좋을지 회의를 한다”며 “개별 의사들은 한주 단위로 그래프로 작성된 수익현황을 보고 받고, 실적이 나쁜 이유를 분석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풍경은 금융회사 영업부서의 회의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B씨는 “대형병원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이러한 예는 우리 병원에서 볼 수 있는 사례만은 아니다”라며 “환자는 환자로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영업대상으로 대우 받는다”고 지적했다. B씨는 “개인병원을 할 때는 그래도 의사의 양심이 있었다”며 “요즘은 자신이 양심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 도구가 된 듯 하다”고 말했다.
B씨는 몇 년 전 경기도에서 개인치과병원을 운영했으나 네트워크 치과가 들어서면서 수익이 악화돼 치과를 정리했다. 요즘 치과는 미모를 중시하는 사회분위기 탓에 미백이나 치아교정이 성형시술처럼 횡행하면서 기업화 되고 있다고 전했다.
치과가 대형화되면서 이른바 ‘네트워크 병원’이 늘었다. 네트워크 병원은 프랜차이즈 형태로서 대부분의 의사는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으며 1년 계약직으로 일하게 된다. 이러한 네트워크 치과의 경우 인테리어와 서비스는 호텔 수준급이다. 문제는 과다한 시설투자비와 서비스로 인해 과잉진료와 위임진료가 성행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네트워크 치과의 경우 무리하게 실적을 올리다 보니 임플란트 시술이 필요 없는 환자에게도 발치를 권유한다고 전했다. 과잉치료만이 아니라 위임진료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반드시 의사가 해야 하는 치료행위까지 치위생사에게 전담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예를 들면 신경치료를 한 충치 위에 레진(충전재)을 채워 넣는 업무는 의사가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치위생사가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B씨는 과잉진료와 위임치료가 증가하는 원인으로 병원의 과도한 수익추구를 지적했다.
의료계 인센티브제 부작용 속출
최근 병원들이 적자폭이 커지면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병원이 늘어났다.
병원의 인센티브제도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의료계의 인센티브제도가 문제가 되는 것은 과잉진료로 인한 진료비 상승만이 이유가 아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에 수익을 중시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이는 진료시간 단축으로 오진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예는 피부과에서도 나타난다. 일부 피부과는 병원이 아니라 ‘에스테틱 삽’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 피부과의 경우 고액의 피부관리 환자에 비해 일반적인 피부질환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지 않아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주부C씨는 초등학생 아들의 피부질환으로 목동의 피부과를 방문했다. 의사에게 피부상태를 말하자 처방전을 쓰기 시작했다. 주부 C씨는 무성의한 의사의 태도에 “피부상태를 확인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물었고 그때서야 의사는 “옷을 올려 보라”고 말했다.
주부 C씨는 아이의 피부 발진이 더욱 심해지자 다른 피부과도 상황이 비슷하다는 말을 전해 듣고 이대목동병원을 방문했다. 대학병원 진료 결과, 진단명은 무좀균으로 밝혀졌다. 이대목동병원의 의사는 “무좀균일 경우 발진약을 쓰면 더욱 악화된다”며 “환자의 경우는 범위가 크고 뚜렷해 육안으로 잘 살펴보고 정확히 진단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인센티브 제도는 수익에 대한 기여정도로 의사를 평가하다 보니, 의사들은 보다 많은 환자를 진찰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오진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에 인센티브제를 폐지하지 않는 한 과잉진료와 오진 등의 부작용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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