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그룹, PMX 부양하다 골병들까?
풍산그룹, PMX 부양하다 골병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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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참여로 4000만 달러 자금지원

풍산그룹(회장 류진)이 또다시 미국 자회사 PMX Industries(이하 PMX)에 막대한 돈을 쥐어줬다. 재무구조 개선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서다. 풍산은 이전에도 적자자회사 PMX에 화끈하면서도 지속적인 자금지원을 해왔다. 그럼에도 PMX 사정은 좋아지지 않았고, 그룹에 주가하락 등 악재까지 안겨주는 골칫덩이가 됐다. 풍산을 덮은 PMX 그늘은 언제쯤 거둬질까.

1999년부터 쥐어준 돈만 ‘2억3000만 달러’
설립이후 흑자분기 손꼽을 정도…적자지속
풍산 “최근 실적만 나빠…올해는 성과기대”

▲ 류진 풍산그룹 회장 ⓒ뉴시스

풍산은 최근 공시를 통해 17일 미국 자회사 PMX가 실시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4000만 달러(한화 약 456억원)를 출자한다고 밝혔다. PMX의 재무구조 개선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자금지원이었다.

깊은 지원역사

PMX는 풍산이 미국 신동시장 진출을 위해 1989년 11월 설립한 회사로, 풍산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 때는 연 6만4000톤의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미국 내 주목을 받았으나, 1990년대부터 미국 제조업 경기가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수요 감소에 따른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가운데 고정비와 금융비가 증가했고 PMX 재무구조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풍산은 그때마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지원으로 PMX를 도왔다. 풍산은 △2000년 5000만 달러 △2003년 3000만 달러 △2006년 2000만 달러를 투입하며 PMX 경영안정화를 꾀했다.

그럼에도 PMX 재무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는 당기순손실 1187억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이후부터 풍산의 자금지원 주기가 짧아졌다. 풍산은 2009년부터 매년 PMX에 2000만 달러를 투입했다. 2013년 10월 29일까지 2441억원 규모 채무보증도 약속했다.

이 덕분일까. PMX는 2009년과 2010년 당기순이익 32억원과 132억원을 달성하며 실적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내 적자전환, 곤두박질치게 됐다. PMX는 2011년과 2012년 각각 270억원과 23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3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보다 절망적인 것은 업계에서 PMX의 흑빛 미래를 점친다는 데 있다. PMX가 주력하는 산업·주화용 동판이 건설과 자동차 등 수요산업의 침체로 판매부진이 계속되고, 제품가격을 결정하는 전기동 가격도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그러다보니 풍산이 PMX에 지속적으로 자금지원을 하는 것과 관련, 동반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체질개선 등 수익창출을 위한 PMX의 움직임이 전무한 상황에서 이러한 지원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PMX가 설립된 지 25년이 넘었음에도 그룹지원에 의존하는 상황은 PMX 존립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까지 나오게 하고 있다.

풍산 관계자는 “PMX 실적이 항상 안 좋았던 것은 아니다”며 “최근 몇 년간의 실적이 나쁘다고 정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PMX가 설립된지 25년이 됐고, 그룹지원도 오래되지 않았느냐는 반문에는 “몇백년 된 다른 회사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며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방산설비 증설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 부분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은 뒤 “유에스 민트(US Mint) 시장이 계속 확대되면서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PMX에서도 이를 공략해 좋은 성과를 얻는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PMX만 아니었다면?

풍산그룹은 동·동합금소재 제품 및 탄약류 제조 기업이다. 방산부문의 뚜렷한 성장세로 이익증대는 물론, 양호한 재무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풍산그룹은 2조9000억원의 매출과 1280억원의 영업이익, 6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연결기준)에도 매출 7140억원, 영업이익 276억원, 분기순이익 170억원으로 흑자였다.

특히 전체실적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는 ㈜풍산이 이익이 돋보인다. 지난해 ㈜풍산은 당기순이익 85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720억원)보다 18.3% 늘어난 수치다. 올해 1분기에도 ㈜풍산은 195억원의 분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 또한 1년 전(150억원)보다 30% 증가한 결과였다.

다른 자회사들의 실적도 나쁘지는 않았다. 지난해 일본, 말레이시아 2곳의 해외법인이 흑자전환했고, 홍콩법인은 순손실 규모가 20억원에서 12억원으로 감소했다. 비록 태국, 중국법인 2곳의 순손실 규모가 확대됐지만 3억원대로 전체실적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PMX가 문제였다. 지난해 PMX의 순손실은 235억원으로 전년(270억원)보다 줄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컸다. 올해 1분기도 마찬가지다. 풍산그룹 산하에는 ㈜풍산을 포함, 12개 자회사가 있는데 이중 4곳이 적자였다. 4곳의 총 순손실 41억원에서 PMX(36억원)가 차지한 비중은 88%다. PMX 손실만 아니었다면 그룹전체 이익이 증대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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