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적용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가운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문제점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1991년 SMA 체결 당시 1000억원대였던 분담금은 올해 8695억원으로 무려 8배 이상 급증했다. 더구나 미국 측은 자국의 국방비 삭감과 안보환경 변화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인상안을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도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미간 방위비 분담금의 실태와 분담금 협정의 개선책을 짚어봤다.

美, 자국 국방비 삭감·안보 상황 악화로 인상 압박
방위비 분담금 견해차 ‘팽팽’…1000억원 이상 차이
“총액기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항목별로 규정해야”
주한미군 분담금 미사용·미집행분, 1조 2700억원
2014년 한미 방위금 분담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2차 협상이 24일부터 양일간 진행됐지만 서로의 입장이 팽팽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SMA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주둔군 지위협정(SOFA)’ 제5조 ‘주한미군 주둔 경비는 미국 쪽이 전액 부담한다’의 예외협정이다. 우리 측은 1991년부터 미국과 SMA를 체결하고 , 이후 2~3년마다 갱신을 하고 있다.
이번 협상은 2009년 체결된 제8차 SMA이 올해 말로 종료됨에 따라 2014년부터 적용될 9차 SAM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방위금 분담 협상, 쟁점은?
이번 협상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분담금 비율과 인상률이 관건이다.
미측은 비인적 주둔비(주한미군의 인건비를 제외한 주둔 비용) 부담률을 현재 40% 대에서 50% 수준으로 인상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미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우리 측의 방위비 분담금은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문제는 방위비 분담금 외에도 추가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방위비 외 미군에 제공하는 직·간접적인 지원항목으로는 카투사·경찰 지원, 사유지 임대료, 세금·공공요금 감면, 도로·항만·공항 이용료 등이 있다.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방위비 지원금보다 방위비 외 직·간접적 지원규모가 더 크다고 한다.
미측은 지난 2일 진행된 1차 고위급 협의에 이어 이번에도 북한의 위협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과거보다 악화됐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의 안보 상황 악화는 주한미군의 대비태세의 필요성을 높이기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올 상반기 북한의 위협적인 군사도발 징후에 맞서 미군은 한·미 연합훈련 과정에서 B-52 전략폭격기와 B-2 스텔스 전폭기 등을 한반도에 배치했다. 미국은 이런 작전 비용도 방위비분담 협상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우리 측은 올해 분담금에 물가상승률 등 인상 요인만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가상승률(2012년 기준 2.2%)만 고려한다면 우리 측이 제시한 내년 방위비 분담액은 8886억원 가량이 된다.
분담률 이외에도 인상률도 쟁점이다.
실제 방위금은 분담금에서 매년 인상률을 더해 정해진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인상률은 제8차 SMA에 따라 최대 4% 이내로 적용하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도 정부는 이와 비슷한 수준의 인상률을 제시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미측은 인상률을 최대 4% 이상 높여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미측의 무리한 분담금 상승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협상을 계기로 방위금 분담금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총액기준 분담금의 문제점
현재 한미 방위비 분담금은 ‘총액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데 반해 일본은 지급 의무 대상을 일일이 나열하는 ‘지출 항목’을 세부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일본과 같이 ‘항목 기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 방위성의 ‘미일 방위비 분담금 협정’(2011년 체결)에 따르면 일본은 주일미군에게 지급해야 하는 방위비 분담금의 항목을 크게 노무비, 전기·가스·수도비, 훈련비 등으로 나누고 있다. 예를 들면, 미일 협정 1조는 노무비를 정하고 있는데 지급 대상으로 기본급, 지역수당, 해고수당, 부양수당, 격리지 수당 등 수십 가지 항목을 나열하고 있다.
더구나 미일 협정 4조에는 “미군이 이들 비용의 경비를 절약하는 데 한층 노력한다”는 ‘절약 규정’이 포함돼 있다. 5조에는 “일본 정부가 부담하는 경비의 구체적인 금액을 결정해 이를 미국에 신속히 통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5조는 지불 항목과 수준은 두 나라가 합의해 정하지만, 이에 따른 구체적인 지급액을 정하는 것이 일본 정부임을 명문화 한 것이다.
이에 반해 한미 협정은 주한 미군이 수천억원대의 막대한 분담금을 쓰다 남기더라도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와 관련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25일 고위정책회의에서 “현재 총액 방식으로 (미국에) 제공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일본과 같이 예산부담 항목별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장은 국방부가 국회예산정책처에 제출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집행 현황’을 인용해 “최근 5년 간 한국 정부가 미국에 제공하기로 한 방위비 분담금 4조685억원 중 13%인 5338억원이 사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방위비 분담금 예산의 평균 18.2%가 이월됐다. 매년 1,363억원이 연내에 집행되지 않고 남았다. 특히 2008년에는 예산액 대비 11.1%가 2010년에는 25.0%, 2012년에는 27.4%가 이월되는 등 갈수록 늘고 있다.
장 의장은 “미사용 문제는 지난 8차 협상 과정에서 미군이 1조1000억원을 계좌에 보관하고 있다고 해서 논란이 된 바 있다”며 “현재 총액방식으로 제공되는 방위비분담금을 일본과 같이 예산부담 항목별로 명확히 규정함으로서 분담금이 과다 미집행 없이 계상될 수 있도록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협정자체가 우리 보다 세부적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협상에서도 분담금 삭감을 이뤄냈다. 실제 사사모토 히로시 일본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 조사원 등이 2011년 3월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미국 정부와 주일 미군 노동조합 등을 설득해 매년 분담금을 삭감해왔다.

방위분담금 제도, 개선해야
협상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우리 측이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시기 재연기를 요구하면서 미국이 재연기 요구를 고리로 방위비 협상에서 우리 쪽의 양보를 요구하고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전작권을 계속 가지고 있는데 대한 정치적 부담을 가진 미국으로선 재연기해 주는 대신 자신들의 국방비 부담을 함께 짊어질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우리 측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자 일각에서는 방위비 분담금은 ‘분담’이 아니라 ‘갈취’ 수준이라며 비판했다.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미군은 지난 24년간 미군주둔 비용이 얼마가 되는지 밝히지 않고 총액 기준으로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24일 미국이 주장하는 비인적주둔비 50% 부담 요구에 대해 “이미 한국이 부담하는 직·간접 부담금을 합하면 비인적주둔비 65.1%를 부담하고 있다”며 굴욕적 미군주둔비부담 협상을 중단하고, 한미SOFA에 위배되는 미군주둔비부담 특별협정 폐기를 촉구했다.
각계에서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자 외교부는 “총액을 정해서 미국이 재량권을 갖고 사용하는 등의 제도상 문제까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미 양국은 다음 달 미국에서 3차 고위급 협의를 갖고 견해차를 조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