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은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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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한·하나銀, 내분 및 신뢰저하로 몸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은행들이다. 이 은행들이 최근 내부적·외부적으로 연이어 ‘악재’를 맞이하고 있어 금융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들 은행이 맞이한 시련은 단기간에 마무리되지 않고 향후 다시 터질 수 있는 잠복성을 지니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

KB금융 인사 후폭풍…“관치금융 인정 못해”
신한銀, 사망자 대출연장…법규 위반 무더기
하나금융 vs 외환銀 노조, 주식 맞교환 ‘갈등’
은행권 내부 악재 심각, 단기간 해결 어려워

▲ 7월 22일 열릴 예정이었던 이건호 신임 KB국민은행 취임식에서 국민은행 노조가 이 행장의 입장을 저지했다. ⓒ뉴시스

우선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은행으로 꼽히는 KB국민은행은 최근 들어 노사 간 갈등이 극에 달해있다. 새로 취임한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노동조합의 반대가 일정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이러한 갈등은 단시일 내에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KB국민銀, 노사대립 극렬

지난 7월 22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이날 KB국민은행은 이 행장의 취임식을 열 예정이었다. 그렇지만 50여명의 KB국민은행 노동조합원이 본점 앞에서 강력한 대열을 이루고 이 행장의 취임식 저지에 나섰다.

이 행장은 오후 3시 50분 무렵 본점 앞에 도착했지만 노조원들의 격렬한 저지로 끝내 본점에 들어서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다. 이후에도 이 행장의 출근은 노조원들에 의해 저지됐다.

지난 7월 25일 오전에도 이 행장은 나흘 연속 출근을 못했다. 특히 이날 오전에는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박병권 위원장과 백운선 수석부위원장이 삭발식까지 가지는 바람에 긴장감이 더욱 감돌았다.

현재 KB국민은행 노사의 극렬한 갈등은 이 행장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는 셈이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이 행장의 선임을 ‘관치금융’의 일환으로 규정하고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이와 같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이 행장은 “나를 둘러싼 관치금융 논란은 말이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이 행장은 “조흥은행에서 4년, 국민은행에서 2년 임원으로 재직하며 은행 경영에 필요한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고 강변했다.

이 행장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으로 조흥은행 부행장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을 역임한 뒤 2011년에 KB국민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을 맡아왔다.

이 행장의 이 같은 경력을 두고 KB국민은행 노조 측은 “국민은행 경력이 2년이 채 안 되는 인물이 은행장에 부임하는 것은 바로 관치금융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노사 간 사태 수습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KB국민은행 노조 측은 “밀실 인사와 관치금융으로 국민은행장이 임명되는 상황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막을 것”이라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노사 갈등의 장기화를 천명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계에서는 이 행장이 KB국민은행 본사에 입성해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행장과 국민은행 노조 모두 현재 감정이 대단히 악화된 상황으로 보인다”며 “이른바 ‘쿨타임’을 가지고 서로에 대한 앙금을 자연스럽게 풀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銀, 사망자에 대출연장

신한은행 또한 내부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대내외적으로 신뢰에 금이 가는 사고가 연이어 터져 ‘기강 해이’라는 심각한 위기론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최근 신한은행은 사망한 고객에게 대출을 연장해주는 터무니없는 상황이 터졌다. 금융감독원은 종합검사에서 신한은행이 사망고객의 대출기한을 연장한 사실을 포착했다. 신한은행 21개 영업점에서 2011년 1월 26일부터 지난해 2012년 10월 2일까지 대출을 받았다가 사망한 26명에게 총 77억 원의 대출금을 기한 연장해 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신한은행 측은 “업무상 단순한 실수였다”라고 해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연락이 안 될 경우 대출 만기가 도래했다고 해서 무조건 연체 처리하면 민원소지가 있어 대출기한을 연장했던 측면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17일 금융감독원은 신한은행에 대해 종합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고객의 동의 없이 개인신용정보를 부당 조회한 점이 밝혀진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자금추적 과정에서 고객동의 없이 개인 신용정보를 329회 부당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은행 소속 직원 50명도 개인적인 목적으로 개인신용정보를 1292회나 조회한 사실이 적발됐다.

아울러 신한은행 영업점에서는 거래 고객의 실명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자기앞수표를 수납·발행했으며, 예금주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의 금융거래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신한은행에 대해 은행법 위반으로 과태료 8750만원을 부과했으며 ‘기관주의’ 조치와 동시에 임직원 65명을 문책하도록 조치했다. 아울러 예금과 적금을 담보로 취득했음에도 대출금리에 이를 반영시키지 않은 관행을 개선하도록 하고 과다 수취한 이자를 환급하도록 조치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형 금융사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지난 신한은행 사태로 현재 신한은행 내 경영지배구조에 문제가 일어나며 내부통제가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나금융-외환銀, 갈등 심화

하나은행 또한 외환은행 인수합병 이후로 바람 잘 날이 없다.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의 갈등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간의 주식 맞교환을 두고 소송을 벌인 바 있던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다시 한 번 하나금융을 상대로 합의서 위반행위를 그만둘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나섰다.

지난 6월 26일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은 전국금융산업노조 외환은행지부 외 344명이 두 회사를 상대로 포괄적주식교환무효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노조가 소를 제기한 날은 지난 6월 17일이다.

이들은 소장을 통해 “하나금융이 적시한 이번 주식교환의 목적은 대주주 경영 효율성, 그룹 일체성 강화, 주주 관리비용 감소 등 외환은행의 이익과는 무관한 것”이라며 “실제로는 소액주주를 내몰아 정당한 재산권을 침해하고 외환은행을 자의적으로 경영하겠다는 위법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또한 하나금융이 하나SK카드와 외환은행 카드부문 통합을 적극 추진하면서 외환은행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금융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 7월 1일 하나금융은 하나SK카드 직원 4명과 외환은행 카드사업 부문 차장급 직원 4명 등 총 여덟 명으로 이뤄진 ‘카드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 팀’을 전격 구성했다.

이 태스크포스 팀은 장기간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 현상 때문에 카드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과 포화된 카드시장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간 규모의 경제를 구체적으로 현실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외환은행 노조 측은 당장 성명서를 내고 “태스크포스 팀 발족은 카드부문 통합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며 “중단하지 않을 경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면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카드업계에서는 “하나SK카드와 외환은행 카드부문의 통합이 결국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하나SK카드가 외환카드 가맹점 망을 활용하고 있으며 공동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의 자회사 외환캐피탈을 청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금융계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은 외환은행 측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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