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거리는 음악에 몸 맡기는 홍대 앞 클럽 속 남녀들
‘부비부비 댄스’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강남 일대와 홍대 앞의, 속칭 ‘물’ 좋은 나이트에서나 클럽에서 이루어지는 부비부비댄스. 남모르는 남자와 여자들 사이에서 흔히 행해지는 이 부비부비댄스는 서로를 신경쓰지 않고 남의 이목도 무시한다.
깜깜한 어둠속에서 낯선 이들의 온 몸을 더듬으며 추는 부비부비댄스는 ‘노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성행위 장면 연출도 불사한다는 부비부비댄스. 본지는 홍대 앞 클럽을 찾았다.
지난 9월 23일 늦은 밤 11시, 클럽의 열기가 서서이 달아 오를 무렵 홍대앞의 한 클럽. 지하로 내려가는 좁은 계단에서부터 술냄새와 땀냄새, 그리고 여자 화장품냄새가 뒤섞여 머리 아프게 진동했다. 클럽 입구에 다다르자 입장료를 받는 사람으로 보이는, 레게 퍼머 머리를 한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 '나이 든 사람들은 눈치껏 변장하라'
사실 홍대 앞 클럽들은 알게 모르게 젊은이들만 통하는, 이른바 나이 든 사람들을 배타시하는 경향이 있다. 주 고객들이 이십대 초반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나이 든 사람들이 섞이면 물을 흐리게 되고 문화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의 발로일 것.
그래서인지 술취한 넥타이부대 아저씨, 혹은 그 무리들과 업소측 간에 입장여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곤 한다. 시쳇말로 ‘노땅’, ‘퇴물’ 따위로 불리는 나이 든 사람들은(업소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나이 든 사람들은 입장해도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나름대로 최선의 변장을 한다고 한다.
가장 연령대가 낮은 손님들이 많기로 소문난 홍대 앞 N클럽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변장을 한다고 해도 적응을 못하더라구요, 그리고 문화적으로, 젊은 세대들마저도 미묘한 차이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아시잖아요, 이십대라도 다 같은 이십대가 아닌 거, 하물며 세대를 달리하는 낯선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라면서 변장(?)하고 들어와도 얼마 못 있고 나가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전했다.
■ '술만 죽어라 마시고 기다리는 거죠...불 꺼질 시간을...'
취재진이 찾은 클럽에서도 나이 많이 든(사실 말하자면 나이 많이 들었다고 함은 기꺼해야 삼십대 초반 전후다) 몇 몇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곳에서 만난 이 모 씨는“술만 마시는거죠. 그리고는 기다립니다. 여기 이곳에서는 새벽 4시 반이 되면 불을 전부 소등합니다. 암흑 천지죠. 그러면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합니다. 남모르는 여자들의 가슴과 엉덩이를 쓰다듬어면서 제 몸을 부비대는 그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짜릿합니다”라며 흥분하던 그는 “솔직히 그 이전에는 별로 재미없어요. 처음에 왔을 때는 단 1초도 있기 싫더라구요. 몇 십년이나 차이나는 어린애들과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구요. 기다려 보세요 환상적입니다. 하하하...”라고 연신 싱글벙글댔다.
그의 말에 의하면 춤을 추는 것을 즐기기 위해, 이른바 댄스 매니아들도 홍대 앞 클럽을 많이 찾지만 그 이외의 의도로 찾는 사람들도 꽤 된다고 귀띔했다. 옆에 있던 한 남자는 여성들도 그런 상황들이 싫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거들기도 했다.
“말도 마세요. 처음에는 저도 많이 망설였는데 여성분들이 먼저 다가오더군요. 그냥 즐기는 거죠, 뭐...그러다가 눈맞고 마음 맞으면 같이 나가기도 하구요”라는 말도 하기도 했다. 여자 손님들이나 남자 손님들 모두 저렴하게 술도 마시고 남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하고...그러다가, 앞서 그 남자의 말처럼 눈 맞고 마음 맞으면 같이 나가서 ‘원 나잇 스탠드’로 이어지는 것이 정해진 코스인 듯 해 보였다.
■ ‘볼테면 봐라, 우린 즐긴다’
금요일 밤은 클럽들이 가장 붐비는 날이다. 또한 홍대 앞 각 클럽들은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클럽데이’로 정하고 모든 업소와 제휴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업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손님들로 붐벼서인지 보통은 별도의 좌석이 제공되지 않고 ‘스탠딩’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좌석도 없이 그냥 서서 맥주 한 병 들고 알아서 즐기라는 것이다. 취재진도 입장료를 지불하고 받은 맥주 한 병씩을 들고 어색한 표정을 숨긴 채 자리를 잡고 섰다. 이미 많은 남녀들이 클럽음악에 몸을 맡긴 채 몸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주위를 어느 정도 살피고 있는 사이 조금 전의 음악보다는 더 느리고 ‘끈적끈적’한 음악이 흘러나왔고 동시에 각 각의 남녀들도 그 리듬에 몸을 맡겼다. 나이트클럽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다소 이채롭기도 했다.
그러던 중 한 쪽에서 박수 소리들이 들려왔다. 자세히 보니 연인들 같아 보였다. 아까부터 의자 하나를 차지하고 둘이서 끌어안고만 있어 보였는데 그게 아니었다. 남자는 앉아 있고 여자는 그 위에 얼굴을 마주보며 포개앉아 있던 그 커플의 행동이 다른 이들의 시선을 끌었던 것.
여자는 거의 반라 수준의, 탱크 탑 레이스 룩과 엉덩이가 다 드러나는 핫팬츠 차림을 한, 그녀는 남자에게 연신 딥키스를 퍼부었고 남자는 하체를 피스톤 운동하듯이 움직여댔다. 거기에 여자는 묘한 교성까지 지르고 있었다.
주위의 시선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 역시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간혹 그 장면을 본 사람은 박수를 보내며 환호하기도 했다. ‘잠시면 끝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칠 기미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그 수위는 점점 높아져갔다.
■ 가지치기된 홍대 앞의 또 다른 클럽문화
홍대부근이 나름대로의 독립적인 문화와 예술, 그리고 자유를 표방하는 사람들의 거리로 형성되었지만 그 기원은 정확하지 않아 보인다.
추측컨대 홍익대학교 미대가 한 때 한창 주가를 올리면서 미대생들과 미술인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그들 특유의 기질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한다. 이제껏 독특한 문화와 예술, 그리고 자유로움의 뿌리를 내리며 자라왔던 ‘홍대 앞’만의 문화에 부흥한 독특한 클럽문화 역시 그러한 문화의 범주에 들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들을 수 없고 구할 수 없었던 음악을 듣고 구할 수 있었던 곳이 홍대 앞 클럽이었고 그 음악아래 거침없는 시대의 논쟁도 있었다. 최근 인디밴드 카우치의 사례를 통해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발원지로 손꼽히는 홍대 앞 클럽에 대한 성토 역시 심각하게 나왔지만 원래 홍대 앞의 클럽문화는 지금의 클럽문화와 그 궤를 달리 한다.
지금의 홍대 앞 문화는 이른바 문화적 가지치기 정도로 볼 수 있는 ‘키치문화’쯤으로 보면 별 무리가 없을 터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아직도 원래의 클럽문화를 누리고 있는 이들도 많이 있으며 그들 특유의 예술적 기질과 성향은 다양하고 순기능적으로 발휘되고 있다.
시대를 거침에 따라 그 정신과 본질이 훼손되고 왜곡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에 대한 가치판단은 할 수 없다. 어차피 그들의 문화도 존중받아야 함은 당연한 것이기에. 하지만 그 문화가 퍼뜨려내는 파장에 물의가 따를 시에는 그 책임 역시 그 문화를 주도해 나가는 그들이 져야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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