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영풍그룹 계열사 엑스메텍에 돈을 빌려줬다. 엑스메텍은 동업관계(장-최씨)인 영풍그룹에서 최씨일가 몫으로 분류되는 곳으로, 최씨일가 지분만 50%가 넘는다. 계열사 일감으로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해왔으나 2011년 장형진 ㈜영풍 회장 일가가 지분을 전량 처분한 뒤, 내부거래 규모가 대폭 감소해 적자상태인 회사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이 엑스메텍에 운영자금을 대여해준 것이다. 그러자 최 회장의 알란텀 자금지원과 이를 결부, 영풍그룹의 ‘계열분리’를 점치는 시각이 속속 나오고 있다. 알란텀도 최씨일가의 영향력이 큰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최창영 회장, 작년 ‘적자전환’ 엑스메텍에 10억원 자금대여
엑스메텍, 장형진 회장 자녀 지분매각 후 내부거래량 감소?
알란텀 자금지원 연관…일각에선 “계열분리 위한 정지작업”
최근 엑스메텍은 운영자금 명목 하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으로부터 10억원을 차입했다고 공시했다. 차입기간은 2013년 7월 22일로부터 1년이며, 이자율은 6.9%다. 최 회장이 엑스메텍에 자금대여를 한 것은 2010년 4월 15억원(만기 1년, 이자율 8.5%)에 이어 두 번째다.
손 뗀 장형진 일가
엑스메텍은 엔지니어링 서비스업을 하는 영풍그룹 계열사로 2009년 설립됐다. 최 회장이 공동대표로 경영을 이끌고, 장남 최제임스성(최내현)씨가 올 초부터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회사이기도 하다. 지분구도도 최 회장의 차남 정일씨가 지분 30%로 최대주주고, 장남 내현씨 15%, 장녀 은아씨 11% 등 최 회장 일가 지분만 56%에 달한다. 나머지는 영풍(34%)과 코리아니켈(10%) 등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의 자금지원이 주목받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경영권과 지분구도에서 알 수 있듯 엑스메텍은 영풍그룹 계열사 중 최씨일가 몫으로 분류된다. 영풍그룹은 장-최씨일가가 60년간 함께 운영한 회사다. 그러나 현재 ㈜영풍, 고려아연 등 주력계열사에 대한 지분구도가 장씨일가에 쏠려있어 최씨일가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 일가가 지분절반을 가진 엑스메텍에 대한 책임(경영참여 및 자금대여)을 올해부터 강화한 것이다.
엑스메텍이 현재 처한 상황도 최 회장의 자금지원을 남다르게 만든다. 엑스메텍은 영풍그룹 내에서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계열사였다. 내부거래량은 설립 첫 해인 2010년 49억원에서 2011년 94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영풍과 케이지엔지니어링 등에서 올린 매출이었으며 특히 ㈜영풍과의 거래전량은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다.
계열사 일감지원에 힘입어 엑스메텍 사업기반은 금세 안정됐다. 2010~2011년 엑스메텍 영업이익은 22억원에서 42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16억원에서 31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하지만 엑스메텍의 재무상황은 2012년 급격히 전환됐다. 이와 관련해서는 2011년 9월 장 회장 일가가 엑스메텍 보유지분을 ㈜영풍에 매도한 일이 거론된다.
장 회장 일가는 당시 엑스메텍 보유지분 34%(장남 세준 12%·차남 세환 11%·장녀 혜선 11%)를 26억5500만원(주당 1만9521원)을 받고 ㈜영풍에 넘겼다. 일감몰아주기 과세회피를 목적으로,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계열사의 오너일가 지분을 정리한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의아하게도 장 회장 일가가 지분전량을 매도한 뒤 엑스메텍의 실적이 추락했다. 매출은 67억원(2011년 335억원), 순이익은 마이너스(-) 3억원을 기록했다. 내부거래량도 영풍정밀에서 올린 5000만원에 그쳤다. 1년 만에 계열사 일감규모가 94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급락한 것이다. 엑스메텍과 줄곧 일감거래를 해온 ㈜영풍이 지난해 거래를 중단한 점도 의구심을 키웠다. ㈜영풍은 최씨일가(지분 11%)보다 장씨일가(30%) 몫으로 분류되는 탓이다.
올해 3월에는 장 회장이 엑스메텍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자녀들의 지분매각에 이어 장 회장마저 엑스메텍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것이다. 장 회장 일가가 엑스메텍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는 얘기로,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엑스메텍에 최 회장 일가가 추가 자금지원 할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나오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계열분리 신호탄?
엑스메텍과 함께 알란텀도 주목받고 있다. 알란텀은 차량용 배기가스 후처리장치 제조업체로 엑스메텍과 함께 최 회장 일가의 영향력이 큰 계열사다. 최 회장 부자가 공동대표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고, 보유지분도 약 40%(최 회장 17%·내현씨 23%)이기 때문이다.
이는 최 회장 부자의 상당한 노력(?)이 밑거름이 된 결과였다. 2008년 설립당시 최 회장 부자는 지분율이 1% 미만이었으나, 2010년 12월 단행된 2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150억원 투입하며 지분을 확대했다. 이후 알란텀은 2011년 3월(50억원), 2011년 11월(100억원), 2012년 2월(100억원), 2012년 5월(100억원) 유상증자를 진행했는데 그때마다 최 회장 부자는 틈틈이 실권주를 인수, 지분율을 40%(최 회장 17%·내현씨 23%)까지 끌어올렸다.
자금대여도 해줬다. 지난해 10월 최 회장 부자는 알란텀에 100억원(최 회장·내현씨 각각 50억원, 이자율 6.9%)을 빌려줬다. 올해 2월과 3월에도 이들 부자가 빌려준 돈은 50억원(이자율 6.9%)씩, 100억원이었다. 이는 자신들의 책임이 강화된 알란텀이 설립이후 줄곧 재무악화에 시달린 탓이다. 최근 2년(2011~2012년)간 알란텀의 매출은 119억원에서 54억원으로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156억원에서 207억원으로 늘었다.
최 회장 부자는 알란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영풍과 고려아연 지분을 매각해 잡음을 양산해내기도 했다. 2011년 7월 최 회장 부자는 ㈜영풍의 지분 3만주(최 회장 1만3780주·내현씨 1만6220주)를 내다팔았다. 최 회장은 올해 고려아연 지분 1만3000주도 네 번에 걸쳐 매각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계열분리와 결부 지었다. “계열분리가 되면, 최 회장 부자에게 ㈜영풍과 고려아연 지분은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이를 팔고 알란텀 지분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이 알란텀에 이어 최씨일가 영향력이 큰 엑스메텍까지 지원하자 영풍그룹 ‘계열분리설’은 더욱더 힘을 받는 모양새다. 세간의 말처럼 최 회장이 계열분리를 앞두고 자식들의 몫이 될 회사에 공을 들이는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