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 나타나는 개인적, 사회적 문제에 대응해보자
의학기술이 발달되고, 삶의 질이 개선되어짐에 따라 우리나라도 이미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는 보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특히나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어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 앞에 노인들뿐 아니라, 노인을 부양하는 가족들에게도 많은 고통을 안겨주는 치매의 문제는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치매란 무엇인가
치매는 노년기에 기억력 등 뇌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옛날에는 나이가 들면 누구나 치매기, 즉 망령기가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요즘은 지극히 정상적인 노화과정, 즉 노망이라 했던 것과는 다른 어떤 질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즉, 치매증세란 대뇌의 병으로 인해 생기는 하나의 증후군으로 대개 만성적이고 서서히 악화되는 진행성으로 나타나며, 기억력·사고력·방향을 찾는 지남력이나 사물과 현상을 이해하는 이해력·계산능력, 낮선 환경으로부터의 학습능력, 언어 및 판단력 등의 손상을 포함하는 인지기능의 장애 등에서 최소 2가지 이상이 상실되어 일상적인 활동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로 정의된다. 또한 치매는 최근 일반인도 관심을 가지는 알Wm하이머병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혈관성치매, 즉 다발성뇌경색(뇌졸중, 즉 중풍)에 의한 치매, 우울증에 의해 생기는 가성치매, 외상에 의해 생기는 외상성 뇌 손상에 의한 치매 등을 포함하는 일반적인 용어이다.
이러한 치매는 정상적으로 활동하던 사람이 뇌의 각종 질환으로 인하여 지적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를 일컫는데, 밝혀지지 않은 어떠한 원인에 의해 대뇌신경에 손상이 와서 평소 무리 없이 일상생활을 하던 사람조차도 어느 순간부터인가 일상적인 생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이는 노인이 되어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신체 노화 현상과는 또 달리 구별되어지는 특이한 질병인 것이다.
이러한 치매에 걸리게 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대부분은 아직까지 완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병 등을 통해 걸리게 된다고 한다. 이 알츠하이머병은 뇌신경의 퇴화와 변성이 오는 것으로, 유전적 성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70세 이상의 노인이 10%, 85세 이상의 노인이 20~40%가 이 병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우리나라 노인들의 경우에는 알츠하이머병 보다는 작은 뇌경색(동맥경화증에 의한 중풍)이 알게 모르게 여러 번 일어나서 치매가 오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치매는 과도한 알코올 섭취나 파킨슨병에 의해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알쯔하이머병이란?
알쯔하이머병은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걸렸던 병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병이다. 이 병은 유전자의 이상 때문에 만들어진 잘못된 단백질이 사고력을 담당하는 뇌세포를 손상시킴으로써 치매가 발생하게 되는 것인데, 뇌세포들이 하나 둘씩 원인 모르게 죽어가면서 여러 가지 치매의 증상들을 수반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 의학으로도 뇌세포가 왜 죽어 가는지를 완벽하게 밝혀내지는 못 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유전자의 이상 때문에 발병한다는 사실이 확실시 되어가고 있어 멀지 않아 그 원인은 밝혀 질 것으로 보인다. 근래에는 다행스럽게도 여러 약제가 개발되어 일시적이나마 증상을 호전시키거나 증상의 진행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관성 치매란?
뇌혈관 질환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혈관성치매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질협증, 심장병, 흡연, 비만 등을 가진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이 중 고혈압은 치매 발병에 있어서 가장 무서운 위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자면, 정상적인 사람의 혈관벽은 매우 말랑말랑하고 투명하여 안에 돌아다니는 피가 다 보일 정도지만, 고혈압이 오래 지속된 사람의 혈관벽은 풍선이 늘어나는 것처럼 부풀어 있게 된다.
이렇게 부풀어진 혈관이 몸에서 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몸은 스스로 보상작용을 하게 되는데, 그 보상작용은 바로 더 이상 혈관이 부풀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혈관벽의 근육층이 두꺼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두꺼워진 근육층이 혈관 안쪽으로 발달하게 되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게 된다. 큰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반신불수, 언어장애 등 눈에 띄는 장애가 나타나지만 작은 혈관이 막히면 손상되는 뇌세포의 양이 소량이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나 눈에 띄지 않는 이런 몸속의 변화들이 누적되게 되면 결국 치매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일반인이 보기에 혈관성 치매의 증상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치매의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데, 치매 증상을 보일 때 고칠 수 없는 치매로 단정지어버리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혈관성 치매는 기억장애가 처음으로 나타나는 시기 초기에 치료를 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병세가 호전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혈관성 치매환자의 병력을 자세히 들어보면 몇 년 또는 몇 개월 전에 얼굴이 삐뚤어졌다던가, 발음이 나빠졌다던가, 한 쪽 팔다리에 약한 마비가 있다가 금방 호전되었다든가 하는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가벼운 증상들은 대부분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호전될 수 있지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질혈증, 심장병, 흡연, 비만 같은 혈관성치매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지 않는 이상에는 반드시 다시 재발하게 된다는 위험성은 안고 있다.
■치매의 증상
모든 병이 다 그러하듯이 치매 역시 조기에 병을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깊은 병일 수록 증상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법. 치매의 일반적인 증상은 환자나 곁에 있는 가족들조차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건망증이나, 기억력 감퇴 등이 느껴질 때는 망설임 없이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치매 예방에 필수적이라 하겠다.
대표적인 증상 몇 가지를 보면 첫째, 기억 장애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전화번호나 주변 사람 이름을 종종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약속을 잊거나 약 먹을 시간을 놓치기도 하고 끼고 있는 안경을 찾기 위해 땀을 흘렸다던가, 했던 말을 자꾸 반복하게 되는 경우 등 가까운 시간의 기억 보다는 아주 젊었을 때나 오래 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오히려 더 잘 기억하게 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아주 어렸을 적 이야기들이 떠올라 기억력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한데, 그것은 시력에 근시가 있고 원시가 있는 것처럼 먼 옛 일을 기억하고 가까운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마찬가지로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두 번째로는 언어장애가 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무엇엔가 사용을 하려고 물건을 찾지만, 그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을 못하는 것은 물론 물건의 이름이 금방 떠오르지 않아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해 얼버무리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는 음성언어로서의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쓰기와 읽기의 문자 언어에서도 표현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현상을 수반한다.
셋째는 시간과 공간의 지각 능력을 잃게 되기도 한다. 이처럼 공간지각 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집을 잃고 헤매는 경우도 나타나는데, 치매에 걸린 노인들이 길을 잃고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심각성을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넷째는 계산 능력이 떨어진다. 명절에 멀리서부터 찾아온 손자 녀석 알사탕이라도 하나 사 주려고 손 붙잡고 구멍가게를 찾아갔는데, 애써 데려온 손자 보기 민망할 일을 겪는 경우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돈을 안 가지고 간 것이다. 혹은 주머니에 백 원짜리 몇 개를 가지고서 계산 능력이 떨어져 가게의 모든 것을 다 사주려고 하는 노력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다섯째는 성격과 감정의 변화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꼼꼼하고 예민하던 사람이 느긋해 진다거나 말이 많고 사교적이던 사람이 말수가 적어지거나 얼굴표정이 없어지고 집안에만 있기를 좋아 한다든가 매사에 의욕적이던 사람이 삶에 흥미를 잃어버리기도 하는 등 전에 없던 모습으로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안함을 떨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건망증과는 다르다
건망증은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 특히 기억해야 할 것이 많고 바쁜 생활을 하다가 보면 건망증 증상이 종종 나타나기도 하는데, 어떤 사실을 잊었더라도 누군가 귀띔을 해 준다던가, 상황을 재현하면 금방 기억해 내는 건망증과는 달리 치매 증상에서 나타나는 기억장애는 아무리 귀띔을 해 주어도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건망증보다는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단순 기억장애에서도 치매로 발전 가능성은 있다. 따라서 기억장애가 있을 때는 반드시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겠다. 또한 수개월 동안 기억장애가 지속 된다거나 더욱 심해지게 되면 판단력이나 사고력까지 저하 되어 위험한 상황까지 초례할 수 있다.
■치매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했던 것들처럼 완전히 치매라고 단정 짓기 위해서는 기억력장애, 언어장애, 시간과 공간 지각 능력의 감퇴, 계산 능력, 성격 변화 등 이 모든 것이 나타나야 한다. 이러한 뇌의 인지 기능들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병 의심 환자와 마주 앉아서 대화도 해 보고 환자로 하여금 글씨를 쓰게 한다거나 그림도 그리게 해 보아야 한다. 또한 여러 자극을 제시하고 이런 것을 얼마나 잘 기억하는 지도 보아야 하는데 이런 검사들을 의학적으로는 신경학적 검사 또는 신경심리검사라고 한다.
예를 들어 다른 기능은 다 좋으나 기억력만 떨어져 있는 경우는 치매가 아닐 가능성이 많다. 또, 다른 기능은 다 좋은데 언어기능만 소실되면 치매라기보다는 실어증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따라서 치매를 판명하기 위해서는 의심되는 이 모든 사항들을 동시적으로 검사해 보아야 하는 것이고 뇌촬영(CT,MRI,PET)이나 혈액검사도 함께 해 보아야 한다.
■치매의 임상경과
치매의 임상경과는 치매의 원인에 따라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알쯔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에서는 인지능력의 장애가 서서히 나타나서 시간이 경과할수록 대상에 대한 인지능력 뿐 아니라, 자신 스스로에 대한 인지능력까지 떨어져 매우 심각한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혈관성 치매의 경우는 급작한 발병을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증상이 나타났다가는 또 정상적으로 되돌아오기도 하는 매우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자의 신체적 장애는 비교적 발병 후기에 나타나게 되는데 시간이 갈수록 환자는 보행하는 데 있어서도 장애가 나타나 줄 의자나 침대에만 의지한 채 지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전신의 근육이 경직되어 요실금이나 변실금이 빈번해져 부양가족들에게 수고를 끼치기도 한다. 이러한 생활을 하던 치매노인이 사망하는 직접적 원인 중 가장 흔한 이유는 폐렴이나, 요로감염증, 욕창성, 궤양 등의 감염을 들 수 있다.
■치매의 정도
치매는 그 정도에 따라서 경도, 중증도, 중도로 나눌 수 있다. 경도의 치매 같은 경우는 사회생활이나 직업상의 능력이 비록 상실되더라도 아직까지는 혼자서 생활하는 것에는 큰 문제는 없는 상태라고 볼 수 있어 적절한 개인위생을 스스로 유지하며 비교적 온전한 판단력을 보유하며 지내는 상태이다.
중증도의 치매는 사회생활은 물론 혼자서 생활하는데 있어서도 매우 위험한 상태인데, 타인에 의한 부분적인 감독과 간호가 필요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중증의 치매는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어 지속적으로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이 때는 최소한의 개인위생을 위한 활동조차도 할 수 없게 되며, 다른 사람이 알아듣기 힘든 말로 중얼거리는 소리를 내는 등 언어 소통 또한 불가능하게 된다.
■치매환자 간호요령
치매 노인들을 부양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 적절한 대응방법을 몇 가지 알아보자.
첫째, 자기 주변의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는 옆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다양한 행동의 경우들에 함께 동작을 반복하여 보여주며 타이밍을 맞춰 따라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마음에 걸리거나 금방 잊어서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질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안심하도록 반복 설명하고, 끈기 있게 대응하며 마음에 걸리는 일을 해소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화제를 꺼내어 관심을 돌린다든가 장소를 옮겨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셋째, 끊임없이 물건들을 줍거나 모을 때는 환자가 알아채지 못 하도록 조금씩 치우도록 한다. 특히 불결하거나 비위생적인 물건들은 티 나지 않게 반드시 치워놓도록 해야 한다.
넷째, 하루 종일 안정을 취하지 못하고 화장실을 계속 다닌다든지, 방안을 배회하는 경우의 환자들이 있는데, 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소일거리를 주어 집중을 유도하거나 주간 보호소 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다섯째, 자신의 집에 있으면서도 집에 가겠다고 하는 황당한 경우들도 있는데, 이런 경우들 때문에 보통 치매 환자들이 거리를 배회하거나 가출을 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한다. 이 때는 함께 외출을 자주함으로써 외출 욕구를 해소시키거나, 하루 밤만 자고 가기로 약속하는 등 세심한 신경을 쓰는 것이 좋겠다.
여섯째, 사람들을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가족관계나 촌수를 틀리게 말하기도 하는가 하면 죽은 사람이 살아있다고 말하기도 하고 TV와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는 바른 답을 못 알아듣는다고 환자를 부정하지 말고,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며 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일곱째, 지갑, 보석, 통장 등을 챙기는 것을 잃어버리고 주변 사람들을 의심하는 등 피해망상을 갖기도 한다. 이럴 때는 의심을 받는다고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처해 노인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물건을 가장 신용 있는 자녀에게 맡겨 놓아 안심을 유도한다거나, 찾아서 나올 물건이 아닐 것 같은 경우에는 미리 대체품을 준비 해 놓는 센스도 중요하다. 또 함께 찾아 볼 것을 제안하기도 하는가하면 잊지 않도록 넣어두는 장소를 정해서 써 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노인이 습관적으로 물건을 감추는 곳이 있다면 미리 알아두는 것도 좋겠다.
여덟째, 가출이나 배회를 하는 경우에는 현관에 외출금지라는 글을 써 놓든가, 시간을 정해서 산책을 하든가한다. 이웃에 알려 협조를 구하기도 하고 이름표나 주소, 전화번호가 새겨진 인식표를 해 주는 것도 좋겠다.
<자료 도움 : 안동유리한방병원, 한국재가노인복지 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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