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꼬리무는 사건에 진땀
삼성엔지니어링, 꼬리무는 사건에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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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부진·물탱크 사고에 합병설까지 ‘솔솔’

삼성엔지니어링에게 2013년은 가혹한 해가 될 듯하다. 10년 만에 적자를 맛봤고, 공사현장에서 인부가 사망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책임을 묻고 대표이사를 경질했으나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잡음까지 났다. 이번에는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매입으로 합병설이 제기됐다. 올해 연달아 터진 사건·사고에 삼성엔지니어링 분위기도 어수선한 상태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지분매입 후 힘 받는 ‘합병설’
10년 만에 적자난 삼성엔지니어링, 올 2분기 연속 손실
물탱크 붕괴사고로 대표이사 경질…과정에 대한 비난도

삼성물산은 최근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삼성엔지니어링 보통주 24만5481주를 장내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지분매입으로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0.60%를 확보, 삼성엔지니어링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고개드는 합병설

삼성물산의 지분매입 후 증권가에서는 합병설이 돌았다. 이광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첫 행보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유상증자 참여는 두 회사 간 합병이라는 장기적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매입→유상증자 참여→인수’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 ⓒ뉴시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설은 사업부문이 겹친다는 이유로 꾸준히 언급돼왔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2013 시공능력평가’를 보면 토목분야에서 삼성물산(1조6319억원)과 삼성엔지니어링(1조4181억원)은 2위와 5위를 차지했고, 산업·환경설비 분야에서 삼성엔지니어링(8조599억원)과 삼성물산(2조2525억원)은 1위와 9위를 기록했다. 두 회사가 건설(삼성물산)과 플랜트(삼성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각각 강점을 보이면서도 사업부문이 중첩됐다는 방증이다.

이는 정연주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삼성물산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격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국내 주택·해외 건축)에 주력했던 삼성물산이 해외 플랜트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올해만 사우디 전력청이 발주한 라빅 민자발전소 2단계 프로젝트(우선협상대상자 삼성물산)와 아부다비 정부기관인 에미레이트 LNG사가 발주한 아부다비 LNG저장 및 터미널 프로젝트(삼성엔지니어링)에서 치열한 수주경쟁을 펼쳤다.

이처럼 두 회사의 수주경쟁이 앞으로도 치열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합병설은 더욱더 힘을 받는 모양새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합병되면 자원투입의 비효율성을 줄이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 성장성이 증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삼성물산의 갑작스러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매입은 소문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됐다.

그러나 두 회사의 덩치가 크고, 소액주주 비율이 50% 이상이라는 점에서 확대해석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윤석모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0.6% 지분매입을 특별하게 보기 어렵다”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삼성에버랜드 등 각 계열사에 분산돼있는 건설부문을 삼성물산으로 통합하는 것은 실익보다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물산 측도 지분매입이 “단순투자 목적”이라며 합병설에 선을 그은 상태다.

악재 잇달아

올해 삼성엔지니어링은 극심한 실적악화를 겪는 등 어려움에 놓여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분기 매출 2조5160억원과 영업손실 2200억원, 당기순손실 1800억원을 기록했다. 10년 만에 적자였다. 이는 매출 2조8090억원, 영업이익 1640억원, 당기순이익 1120억원을 기록한 전기(2012년 4분기)와 비교할 때 충격적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분기도 적자기조를 이어갔다. 매출은 2조6570억원으로 늘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890억원, 930억원으로 줄었으나 적자가 여전했다. 미국 다우 팰컨 현장공사 완공지연에 따른 추가 원가 950억원, 사우디아라비아 샤이바 현장 원가 증가분 1200억원, 사우디 쥬베일 공사지연에 따른 300억원 등 삼성엔지니어링이 2010~2011년 수주한 공사비용이 뒤늦게 반영된 탓이다.

실적부진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실망감은 컸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올 초 16만7000원에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즈음 6만9000원대로 떨어졌다. 이후 삼성엔지니어링은 ‘실적부진 리스크’를 회복하며 7만원 후반대 주가를 보였으나, 인재(人災)로 주가급락은 물론 비난여론을 한 몸에 받는 처지가 됐다.

7월 26일 울산 남구 삼성정밀화학 부지 내 공사장에서는 대형 물탱크가 붕괴, 3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시공사로 참여한 공사였다. 경찰조사 결과, 사고원인은 규격미달의 볼트를 사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은 볼트를 제대로 검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뉴시스

올해 삼성에서 몇 차례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한터라 물탱크 붕괴사고가 터진 뒤 삼성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주가는 7만원 중반대로 떨어졌다. 이건희 회장도 사고발생 직후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경질,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잡음이 또다시 났다. 미국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박 사장의 경질과정을 꼬집은 것이다.

WSJ는 “삼성 계열사는 독립적으로 경영되는 법인인데도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경질발표는 삼성그룹 이름으로 이뤄졌다”며 “그룹이 법적으로 독립적인 계열사에 무한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건희 회장이 약간의 계열사 지분으로 그룹전체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한국인들은 당연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 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이 없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는 지분 13.1%를 보유한 제일모직인데, 이 회장은 제일모직의 주요주주도 아니다. 상법상 대표이사 해임도 이사회 결의가 있어야 하고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즉 WSJ 측은 삼성그룹의 박 사장 경질과정이 적법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셈이다.

현재 삼성엔지니어링 임시주총은 9월 17일로 예정됐다. 박 사장 후임으로 지목된 박중흠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기 위해서다. 박 사장은 임시주총이 열리기 전 스스로 사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서 “이미 이 회장의 뜻대로 결과를 정해놓고 절차를 끼워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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