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병원은 서비스업인가?
학교와 병원은 서비스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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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장학금도 꿀꺽하는 사채업자보다 더 심한 선생님들

병원과 학교는 서비스업인가?

의료와 교육은 경제적 측면에서, 또 국가 전략적 관점에서, 여러 가지로 비슷한 점이 많다. 의료와 교육은 산업적으로 볼 때, 전형적인 서비스업종이다.

하지만 사익이 아닌 공익이 중시되는, '매우 이상한' 서비스업이다. 경영의 주체인 의료법인과 학교법인은 회사법인과 달리 모두 비영리법인이고, 세금을 대폭 감면 받으며, 거꾸로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종사자인 의사와 교사는 분명히 서비스를 팔아서 먹고사는 사람이고, 환자와 학생은 서비스를 돈을 주고 사는 고객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고객제일주의를 부르짖는 시대에, 의사와 교사들만은 서비스 판매자들이 구매자인 고객들을 왕으로 받들기는커녕, 거꾸로 선생님이라고 대접받으며 우월적 위치에 있다.

의사와 교사는 모두 '사(師)' 자가 붙는다. 스승이라는 말이다, 판·검사의 사(事)도, 변호사의 사(士)도 아니다. 하다 못해 동네 의원·약국이나 학습지교사, 자동차학원 강사들에게까지 '선생님'이라고 깎듯이 존대하지 않으면, 돈을 내는 고객이면서도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하니, '놈'이라는 뜻의 자(者) 자가 붙은 기자로서는 부럽기 한량없는 일이다.

의료와 교육은 왜 이렇게 특별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바로 이 대목에서, 의료와 교육의 특별한 공공성이 부각된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의료와 교육이 무료나 아니냐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급식'을 정치인들은 입버릇처럼 강조하고 있다.

사익과 공익이 함께 중시되던 '이상한' 서비스업중 하나였던 의료업은 점차 공익보다는 사익, 공공성에 따른 감시감독 보다는 자율성과 영리성 추구 쪽으로 기울어져 가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외국 의료기관들과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국내 의료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심하고 있다. 그 핵심은 의료계에 대한 각종 규제철폐와 아울러, 기존의 비영리 의료법인이 아닌 영리법인(주식회사 포함)이 병원을 이윤을 목적으로 경영하게끔, 허용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물론 지나치게 영리에만 치우쳤을 때의 부작용을 경계, 변화는 제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도 달라지고 있다. 발빠른 병원과 의사들은 이미 병원 운영에 일반 기업들과 같은 경영방식을 도입하고, 이제 환자들을 고객으로 대접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CEO형 의사'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주식회사형 병원기업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물론 영리법인이 되면, 일반기업과 똑같이 법인세를 내야하고, 정부지원도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교육은 어떤가.

오늘 S대학에서 학칙으로 정해진 상위 10%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성적 장학금을 꿀꺽해서 취재 중에 있다는 본지 담당기자의 이야기를 듣고 교육계에 대한 내 가슴속에 희망의 끈을 놓고 말았다.

이제 교육 역시 시장개방이 목전에 다가와 있다. 이렇게 사채놀이 같은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재단의 운명은 더 이상 희망도 미래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 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교육은 필자가 워낙 무식한 탓인지, 아직 당국도 교육계에서도 별다른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지 않는다.

교육에서도 공공성보다는 자율성, 공익보다 학교법인이나 설립자의 이익이 중요하다면, '선생님' 이라는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포기하고 학생들을 고객으로 대접해야 하며, 정당한 세금을 내고 정부지원금은 포기해야 한다.

그러면 이사장은 회장이 되고 총장은 사장으로 불려야 되며 처장은 상무, 학과장은 부장 정도의 직급에 해당된다. 그러면 교수는 사기업의 어느 직급에 해당 될까?  팀장 아니면 영업사원...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 고질적인 교육계 비리, 교육개혁문제 등, 요즘의 무성한 교육관련 현안들을 보며, 기자 '놈'은 교육계의 '선생님'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교육은 서비스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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