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에 줄선 사람들
로또에 줄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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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택 전세가격은 물론 상가 임대료도 하루가 멀다하지 않고 치솟고 있다. 이에 서민들은 먹고 살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그런 그들에게 일확천금, 인생역전을 꿈꾸게 하는 것이 바로 로또복권이다.

그러나 로또복권은 1부터 45까지 마흔 다섯 개의 숫자 가운데 여섯 개를 맞춰야 1등 당첨이 될 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이것은 거의 0이나 다름없는 확률의 숫자다.

상금 5000원에 해당하는 5등에 당첨될 확률도 고작 2.2%에 불과하다. 이처럼 당첨될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로또 복권에 대한 열기는 왜 좀처럼 사그러 들지 않고 있는가?

3120년 만에 겨우 한 번 당첨될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심리는 차라리 미스터리에 가깝다. 통장으로 돈을 입금하면 복권을 배달해 주는 인터넷 사이트의 등장은 오래전의 일이다.

이들 사이트에서는 1등 당첨자를 배출한 이른바 '복권명당'이란 판매소에서 직접 복권을 구입해 배달해 준다는 것이다. 당첨확률을 높이는 비결을 제공한다는 로또 관련 사이트들도 인터넷에 엄청나게 많이 생겨나, 이런저런 희한한 비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몇 십억 원은 보통 사람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평생 동안 일을 해도 벌 수 없는 거액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는 그 이상의 부를 소유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것을 흔히 떳떳하지 않은 수단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으로 이해를 한다면 자기모순 일지...

그런 인식이 로또 복권에 당첨되어 한방에 인생을 바꾸겠다는 정서를 아무렇지도 않게 유포시키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일거에 인생을 역전시켜 줄만큼 거액의 당첨금에 홀려 로또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홀리는 그 액수가 실은 자기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라는 걸 모르거나, 모른 체 하려고 한다.

로또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의 동기가 순전히 그 대단한 당첨금 만이라고 할 수는 없다. 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은, 3120년에 한 번 될까 말까한 그 불가능한 1등 당첨이 매주,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 있다.

사람들은 통계가 아니라 경험에 의해 움직이므로, 통계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매주 몇 명씩 누군가 당첨되고 있다는 경험은 제로에 가깝다는 통계의 힘을 무력화시킨다. 그 누군가가 내가 안 되라는 법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라는 기대가 로또 복권에 몰려들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또 그런 생각이 '왜 나는 안 되는가' 하는 원망과 낙심으로 전환되거나, '흑막이 있는 게 분명하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로또 열풍 이야기를 빗대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운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과 관련된 문제다. 로또에 당첨되지 않은 것은 원망하거나 운이 없다고 자조하면서, 교통사고를 당해 죽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순이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행운에 당첨되지 않았다고 억울해 할 일이 아니라, 불운에 당첨되지 않은 사실에 감사하며 사는 것이 현명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는 것이 그다지 억울할 것도 없고, 낙담할 것도 없다. 예컨대 교통사고 사망이라는 불운을 겪지 않은 우리는 매주 불운에 당첨되지 않을 행운에 당첨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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