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재미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시간들이 다가온다.
회 중의 회 전어!, 전어 중의 전어 가을 전어! 요즘은 때가 때인지라 동네 횟집부터 해서 어느 곳을 가더라도 전어의 유명세에 다른 횟감들은 멀찍이서 전어를 부러워 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전어를 처음 맛 본 사람들은 비릿한 그 맛에 조금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상추와 마늘에 듬뿍 고추장을 찍어 조금씩 맛을 익혀간다면 꿈에서도 그리워할 만큼 그 맛을 다시 잊지 못하게 될 것이다. 오죽하면 “집나간 며느리가 가을 전어 맛을 못 잊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라는 말이 생길 정도였을까.
◆축제의 현장으로
충남 서천 춘장대에서는 9월 24일부터 10월 7일까지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서천 전어 축제가 열린다. 가을철 바다의 별미인 대하와 함께 무장포항이나, 대천항에서도 전어를 산지에서 직접 맛 볼 수 있다. 서천의 춘장대나 무장포항, 대천항 등은 모두 맛이나 가격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어디를 가는 것이 좋은가는 따져봐야 거기서 거기인 셈이다. 단지 각각 날짜를 달리해 다양한 행사를 겸한 축제가 열리기 때문에 전어 외적인 것에도 관심이 생긴다면 꼼꼼히 축제 날짜와 행사 내용들을 챙겨 보는 것도 필수사항이 되겠다.
한편 홍원항과 인근 마량포구에는 평소 전어를 파는 횟집이 20여 곳이 있는데 축제 기간 중에는 뱃사람들이 직접 장터를 열어 20여 곳 가까이 횟집이 더 생겨난다. 이 곳에서는 축제를 준비하는 상인들의 모임인 서면개발위원회에서 가격을 정하기 때문에 횟집이 많이 생겨 집집마다 천차만별인 가격 분쟁을 통제하고 있다. 물론, 그 덕에 이 곳을 찾는 관광객 역시 바가지를 쓰는 염려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전어는 대하와 마찬가지로 성질이 급한 편이어서 수족관에 하루만 갇혀 있어도 살아 있는 놈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 특성이 있다. 이런 전어를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싱싱함 그 자체가 맛인 현지를 찾아가 보는 것이 맛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지 않을까 싶다.
2주간에 걸쳐 열리는 전어 축제는 맨손으로 전어잡기, 전어 썰기 대회, 전어시식회, 바다낚시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준비 돼 있어, 단지 먹고 끝나버리는 행사가 아닌 즐길 수 있는 축제의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어의 참 맛
가을 제철 음식인 전어는 구이와 회, 무침 세 가지의 방법으로 요리를 해 먹는다. 요리 방법에 따라 각기 다른 독특한 맛을 내 따로따로 한번씩 다 먹어보는 것도 색다른 맛 기행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세 가지 방법에 따라 요리한 전어는 모두 다 맛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전어 구이는 맛 뿐 아니라 고소한 그 냄새까지 일품이라 하겠다. 구이를 했을 때는 통째로 구워서 뼈째로 씹어 먹는다. 가시를 발라내고, 머리를 떼어내고 먹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전어를 진짜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머리부터 꼬리까지 남기는 것 하나 없이 모두 다 먹어 버릴 것이다. 다시 말해 전어는 어느 하나 뺄 것 없이 모두가 다 “맛”이라는 것이다.
또한 회는 ‘뼈꼬시’라고도 불리며 비늘과 내장만을 제거한 뒤 역시 뼈째로 썰어 된장과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상추에 싸먹는 맛이 그만이다. 이렇게 먹으면 전어 초보자들에게 있어서도 부담 없이 적응하기 쉬운 맛으로 다가 올 것이다. 그리고 내장은 따로 젓을 담가 단골손님 상에 올리기도 하는데, 그 것이 바로 "전어젓"이다. 이런 전어젓은 예로부터 젓갈 중에서도 으뜸으로 여겨오기도 했다.
한편 구이나 회가 싱싱한 생선이 그 맛을 좌우하는 것과는 달리 무침은 버무리는 손맛과 정성 그리고 비법에 의해서 맛이 좌우되어진다. 미나리, 오이, 당근, 양배추, 깻잎, 배 등을 넣고 여기에 마늘, 고추장, 설탕, 사이다, 물엿으로 맛을 낸 전어 무침은 매콤하기도 하고 달콤하기도 한 맛을 내며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접해보지 못한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회와 무침은 1kg에 3만원이고, 구이는 2만 5000원이다. 1kg정도면 전어가 10~12마리 가량 나오기 때문에 성인 2~3명이 양껏 맛보기에는 적당한 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어는 몸에도 좋다.
세계최고의 장수국가인 일본. 그 일본인들의 장수비결 중 하나는 단연 생선회를 즐겨 먹는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생선회는 불포화 지방산과 풍부한 섬유질.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으로 다이어트와 미용 그리고 건강유지에 최상의 식품으로 이미 여러 학자들의 연구보고서와 식품연감 등에서 뛰어난 영양가에 대한 인정을 받고 있다.
등 푸른 생선이나 심해어 등의 건강 효능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일반화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생명탄생의 근원인 바다. 그곳에 사는 신선한 어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더없이 좋은 건강식품인 것이다. 성어기에 맞게 회를 먹으면, 제철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다른 때보다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그 또한 즐거움을 주는 요소라 할 수 있겠다.
이 같이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회 중에 특히 전어회는 숙취를 제거하는데 매우 효과가 좋은 것으로 이미 이름이 나 있다. 또한 여성들에게도 좋은 것이 있는데, 바로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전어는 남녀 가리지 않고 싫어하는 이가 드문 편이다.
주요일반성분은 전어100g중 수분이 71g, 단백질 25g, 지방 2g, 회분 2g으로 이루어져 있고 120㎉의 열량을 내며, 지방이 2%밖에 되지 않아 식이요법은 물론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각광을 받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밖의 여행 재미
서천은 사시사철 축제가 열리는 축제의 고장이라고도 한다. 먼 길을 왔는데 전어의 맛만 보고 집에 그냥 돌아가 버린다면 그 얼마나 허무한 일일까. 이왕 떠나온 길 가을의 정취를 한번 흠뻑 느껴보고 돌아가자. 전어의 맛을 본 뒤 소화도 시킬 겸 주변을 돌아보면 곳곳에 아름다운 곳이 즐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홍원항 인근에는 서해안에서 유일하게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는 마량포구의 해돋이 마을이 있다. 이곳에서는 다른 곳에서 보아오던 일출과는 또 다르게 색다른 일출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마량 동백나무 숲이 있는 동백정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해안 낙조는 보는 이로 하여금 환상에 도취되게 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마량포구로 가는 길 언덕에 있는 서천 해양 박물관에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어류, 패류, 산호류, 화석류, 갑각류 표본 등과 우리나라 서해안 서식어종을 포함해 약 5,000여 점이 전시 돼 있다. 바다이야기 등을 3D 입체영화로 볼 수 있으며, 2층 전망대에선 멋진 바다 풍광을 감상할 수도 있다. 또한 춘장대 해수욕장과 무창포 해수욕장을 연결하는 3,47km의 부사방조제는 낚시터로 민물낚시와 바다낚시를 동시에 즐길 수도 있다. 내친김에 서천 관광을 하고 싶다면 서천 읍내를 지나 한산면으로 가보자, 그 곳에서는 세모시로 유명한 한산모시관과 문헌서원, 월남 이상재 선생 생가 등을 돌아볼 수가 있다. 여기에서 금강하구뚝으로 가다보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촬영된 6만여 평의 갈대군락을 만나 볼 수도 있다.
■교통
홍원항으로 가는 길은 승용차로는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 IC에서 빠져나와서 서면 면사무소를 지나 춘장대 해수욕장으로 쪽으로 간다. 가다가 보면 마량포구 홍원항 표지판이 나온다. IC에서는 10분쯤 걸린다.
기차로는 서울~서천간 장항선 열차가 1시간 간격으로 있는데 3시간 30분이 걸린다. 서천 역에서 마량포구 행 버스를 타고 홍원항 입구까지 가면 된다. 서해안 고속도로는 주말에 교통체증이 심한 만큼 새벽에 출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광양 망덕포구
오는 10월 15일부터 16일까지 양 이틀에 걸쳐 광양에서도 전어 축제를 만끽할 수 있다. 광양시 진월면 망덕포구 해안도로 매입지에서 펼쳐지는 이 축제는 1998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옛날 망덕포구와 광양만 일대에서 성행하던 토속 민요인 전어 잡이 노래를 복원하기 위해 처음 시작하였다. 이 축제를 계기로 전어회와 재첩국 등 향토음식판매와 향토 민요, 민속 놀이 등을 전국 각지에 널리 알리게 된 것이다.
50개소의 횟집에서 전어회와 전어구이, 재첩회와 재첩국 맛을 즐길 수 있으며 또한 망덕산과 봉암산성에 올라 섬진강 하구와 광양만 일대를 바라볼 수도 있어 가을의 맛과 멋을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망덕포구에서 재현되는 전어 잡이 노래와 큰 줄다리기 등 향토 민속놀이도 감상할 수 있어 결코 심심하지만은 않은 축제 속으로의 여행이 될 것이다.
■행사 내용
10월 15일 - 길놀이, 전어 잡이 노래 시연(동광양 농협풍물단, 진월중), 왔다! 노래방, 국악한마당(동광양 농협풍물단), 중국 기예 공연(하북성 기예단), 개회식, 전어비빔밥 나눠먹기, KBC 노래자랑 예선, 동남아 팝 밴드, 지역가수, 축하 불꽃놀이 등 다채로운 행사가 계획되어 있으며
10월 16일 - 길놀이 , 전어 잡이 노래 공연, 각설이 공연, 왔다! 노래방, 전어잡기 대회, 전어 썰기 대회, 노래자랑 결선 방송 리허설, 대학 동아리 공연, KBC 노래자랑 결선(중앙 가수 초청), 축하 불꽃놀이, 밤의 향연(품바 공연, 외국 민속공연, 칵테일 쇼, 에어로빅, 스포츠 댄스, 난타공연, 택견 시범)등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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