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신 “술” 독이 될 것인가, 약이 될 것인가
내가 마신 “술” 독이 될 것인가, 약이 될 것인가
  • 강정아
  • 승인 2005.10.01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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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건강과 우리의 사회를 검게 물들이고 있다.
“술고래의 나라 한국” 이런 불명예스런 표현은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단연 술 소비량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 걸 맞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 WHO에서는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순수 알코올 소비량 국제 비교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술 소비량이 OECD 회원국 나머지29개국보다 평균 5.6배나 높다고 보고한 바 있었다. 이 같은 조사의 결과는 단순히 술을 많이 마신다는 의미의 결과로 받아들이기보다, 술에 의해 발생하는 사회적, 경제적 손실의 문제성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에 초점을 두며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실제로 술에 의해 발생하는 손실이 연간 17조원이나 됨으로써, 과도한 술 소비는 사회의 문제까지 초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음주로 인해 나타나는 직간접적인 건강상 문제는 이제 개인의 문제만으로 치부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음주 실태 2001년 한국음주문화센터가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 4,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음주실태”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남자 중 88.7%가 현재 술을 마시고 있으며, 여자 역시 71.6%가 술을 마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는 18세 이상의 성인 80.15%가 꾸준히 술을 마시고 있다는 것이었다. 음주빈도에 있어서는 1주일에 한번 술을 마신다고 한 응답자가 33.8%, 1주일에 2~3회를 마신다고 한 사람은 16.6%, 1주일에 4회 이상이 12.3%를 차지하여 한국인 세 명 중 두 명꼴로 1주일에 한번 이상은 술을 마시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편, 이들이 마시는 주량에 대해서는 소주를 기준으로 남자는 1~2병을 마신다는 것이 56%를 차지해 1~2잔을 주량으로 하는 55.9%의 여자보다 상당히 많은 양을 마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험 한번쯤 “사발식” 대학 새내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 봤을 법한 사발식. 대학가에서 새내기를 맞이할 때 하는 음주 행태로 새내기가 학생 사회의 일원이 되는 통과의례정도로 여기는 대학가의 문화이다. 냉면 사발과 같은 큰 그릇에 술을 가득 붓고 한 번에 마시는 것이 사발식의 주요 내용으로 일반적으로는 막걸리를 많이 마시지만, 특성에 따라 소주와 같은 다른 술로 대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학가의 옳지 못한 문화는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얼마 전 한 대학의 신입생 환영 파티에서 술이 약한 학생이 무리하게 많은 술을 마시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는가 하면, 심각하게 건강을 해치기도 하는 사고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에 나와서는 “폭탄주”를 종종 경험하게 될 것이다. 맥주와 양주 등을 섞어 마시는 것이 “폭탄주”의 방법이다. 알코올의 대부분은 소장에서 흡수가 되는데, 맥주나 탄산음료 등과 섞인 알코올은 체내에서 소장으로 넘어가는 속도가 빨라져 알코올 흡수 속도도 빨라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폭탄주는 더 빨리 취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이견자들 역시 폭탄주는 맥주나 양주를 쉬지 않고 연거푸 마시는 것과 다르지 않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음주 증상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고 두통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가 있다. 이것은 술에 들어있는 메틸 알코올 성분 때문인데, 우리가 마시는 술은 대부분 에틸 알코올로 이우어져 있다. 그러나 정제과정에서 미쳐 걸러지지 않은 메틸 알코올 성분이 조금씩 섞이게 되어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과실주와 같은 경우 메틸 알코올이 많이 들어 있어 과음을 하면 두통이 더욱 심해지는 것이다. 또한 술을 한잔만 마셔도 금새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간장에서 아세트 알데하이드라는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효소인 아세트 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ALDH)가 제대로 작용을 하지 못하는 '이상 체질'을 가진 사람들이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많은 양의 아세트 알데하이드가 생길 때까지는 몸속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활동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니 조금만 술을 마셔도 금새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져서 얼굴이 붉어지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술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술을 마시고 있는 상황이더라도 얼굴이 붉어지게 되면 마시던 술을 그만 두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만일 얼굴이 붉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술을 마신다면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 훨씬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같은 양의 술을 마시더라도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사람은 정상적인 사람에 비해 10여 배나 많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기록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간장을 파괴하고 숙취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아세트 알데하이드의 양도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에 음주 피해는 덩달아 늘어나게 마련인 것이다. ■음주량 혈중알코올농도 심신상태 술을 마시는 양에 따라 나타나는 신체의 변화는 다음과 같은데 유익한 정보가 될 듯 하다. 2잔 0.02 ~ 0.03% 두드러진 변화는 없고 약간 기분이 좋은 상태 3잔 0.05 ~ 0.06% 이완감, 푸근함을 느낌, 자극에 대한 반응 시간이 조금 늦어짐, 민첩한 근육운동이 안 됨 5잔 0.08% 어두울 때 적응하는 데 문제가 생김. 식별능력 저하, 주의력 감퇴 7잔 0.10% 신체균형을 잡기 어렵게 됨; 정신적인 활동능력과 판단이 떨어짐 10잔 0.20% 운동조절능력상실(움직이기 위해서는 남의 도움이 필요); 정신활동의 혼란 14잔 0.30% 거의 인사불성 상태에서 심신을 겨우 가눔 20잔 0.40% 의식이 없게 됨 또는 혼수상태 21잔 이상 0.50% 호흡부전으로 사망할 수도 있음. ※65kg의 건강한 남자 기준임. 맥주의 경우 캔을 기준으로 함. ■임산부의 음주 임신 사실을 모르고 있던 산부가 술을 마셔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임신 중에 알코올을 삼가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지만, 습관성이 아닌 어쩌다 한 잔의 맥주나 포도주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미국 의사회의 보고에 따르면 임신 중에 캔 맥주를 매일 3캔 정도 마시면 태아 알코올 증후군(fetal alcohol syndrome)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 증후군은 임신 중 음주에 의한 태아의 손상을 통틀어 말하는 것인데, 특히 태아의 중추신경계에 이상을 일으켜 아기의 지능을 낮추게 된다고 한다. 또한 수유장애와 근육 운동 장애 등을 유발시키고 심장이나 순환기 기형, 얼굴이 일그러지는 외형적인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편 과하게 마시는 술이 아니더라도 주의집중력의 이상, 행동장애, 과잉행동, 충동성, 짧은 기억폭, 학습에 영행을 주는 지각 이상 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알코올은 태반을 자유롭게 통과한다고 한다. 태아의 순환계통으로 들어감으로써 해를 끼친다고 하는데, 태아는 알코올 해독에 필요한 효소가 전혀 없기 때문에 태아에게 흡수된 알코올이 그대로 누적되어 체내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고 뇌에도 커다란 해를 입히게 되는 것이다. 알코올에 중독 된 산모가 기형아를 출산할 확률은 약 30~40%정도 된다고 한다. 술을 얼마나 많이 마시는가도 중요하겠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술을 마신 시기가 임신기간 중 어느 때인가 하는 것이다. 비록 소량이라 할지라도 임신 기간 중 결정적일 때 알코올을 마심으로써 아기에게 생기는 불행을 가져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태아의 장기와 기관이 형성되는 임신초기의 만취 행위는 매우 치명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미 알코올중독에 빠진 여성이라면 임신을 피하는 것이 좋겠다. 이런 경우 임신을 하게 되면 기형아가 생길 확률이 30~40%에 달하기 때문이다. ■건강을 지키는 음주 방법 건강을 지키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건강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술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들을 알아보자. 첫째,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술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이럴 경우 무리하지 말고 자신의 주량을 체크하며 술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주량은 사람마다의 체중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로 맥주로 환산하여 하루 1병 정도를 마시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최소의 적량이라 할 수 있겠다. 하루 3병이 넘게 되면 사람에 따라 건강에 큰 해가 될 수도 있고 5병 이상을 마시면 체중을 떠나서 모든 사람에게 해가 된다는 보고도 있다. 둘째, 잦은 음주는 간의 회복 속도를 늦춘다. 1주일 중에 아주 조금씩 마시는 것이야 큰 무리는 없지만, 한번에 많은 양을 마셔야 한다든가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술을 마시게 될 경우에는 음주 계획을 미리 세워 간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간이 쉴 수 있는 날을 자주 만들어주어 회복 속도를 높여야 하는 것이다. 셋째, 너무 급하게 마시지 말고 2차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과음을 했다 하면 그 원인이 되는 것이 너무 빨리 술을 마셨다던가, 2차를 갔다는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급하게 술을 마시다가 보면 스스로 음주량을 조절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이 심하게 취해 있다는 사실 또한 모르게 될 가능성이 많다. 또한 2차에 가게 되면 당연히 술자리는 커지게 될 수밖에 없고, 기분이 내키는 대로 행동하여 엄청난 과음을 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따라서 자신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는 절제하는 음주 습관이 필요한 것이다. 넷째, 평소의 기억을 통해 자신의 주량을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주량이라는 것이 때와 상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자신의 주량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적당한 양의 술을 마셨을 때 자기가 느끼는 취기를 기억해 두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천천히 술을 마시면서 평소에 기억해둔 정도의 술기운을 느끼게 되면 더 이상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음주에 관한 몇 가지 상식 ◎과음한 다음 날 아침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속이 울렁거려 괴로워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시는 술을 안 마시겠다고 다짐도 많이 해 보았을 것이다. 이럴 때 숙취를 해소하는 좋은 방법으로는 보리차나 생수 등으로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다. 수분은 탈수를 막아주어 알코올 처리를 빨리 해준다. 콩나물이나, 북어국 등으로 아침 식사를 챙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으며, 틈틈이 식혜나 꿀물, 과일주스, 이온음료 등을 마셔 부족해진 수분과 당분, 비타민, 전해질 등을 보충해주면 좋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술을 마신 뒤 30분에서 90분이 지나면 혈중 알콜 농도가 최고가 됐다가 점차 감소한다. 맥주 1,000cc를 마신 경우 평균적으로 5~6시간이 지나면 혈중에서 알코올이 완전히 빠져 나간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음주 직후보다 오히려 음주 후 1시간 쯤 뒤가 더욱 고조된다는 사실은 알아두면 유익한 정보가 될 듯하다. ◎술만 마셨다하면 필름이 끊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단기기억을 저장하는 해마의 손상 때문인데, 술을 많이 마신 사람의 뇌 MRI 결과를 보면 해마가 쪼그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전두엽, 측두엽 등 다른 뇌 부위에도 손상이 가게 되는데, 이 때문에 알코올성 치매도 유발되어 지는 것이다. 따라서 필름이 끊길 정도로 계속해서 음주행태를 하게 된다면 매우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녘까지 이어진 술자리의 다음 코스로 사우나를 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술을 마신 뒤 사우나를 하면 탈수증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니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음주 후 고온의 찜질방 등에서 잠자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지 않을 수 없다. 사우나를 하는 것 보다는 취침 전에 20분 정도 뜨거운 물에 발만 담그는 족탕이나 반신욕. 가벼운 샤워 정도는 숙취해소에 좋다고 한다. ◎술을 마시고 난 다음 꼭 해장술을 해야만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가뿐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으로 몸 상태를 좋게 만드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일 뿐이지, 실질적으로 숙취를 해소 시키는 것은 아니다. 해장술을 마시다보면 간에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심지어는 알코올 중독에까지 빠질 위험성이 있다. ◎구토는 자연스러운 인체의 방어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술을 마시고 구토가 나온다고 해서 억지로 참을 필요는 없다. 손가락을 입 속에 넣고 구토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행동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구토를 통해 아직 흡수되지 않은 알코올까지 빠져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술을 깨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가 많은 사람들의 간은 주인만큼이나 독성을 해독하기 위해 바쁘다. 보통 음주 뒤 간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데는 최소 72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가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 3일 이상의 간격을 두고 적정한 양의 술을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술을 마실 때는 약한 술부터 독한 술의 순서로 마시는 것이 좋으며, 안주로는 치즈, 두부, 고기, 생선 등 고단백질 음식이 간세포의 재생과 알코올 대사효소 활성화에도 좋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체지방 비율이 높고 체내 수분이 적어 같은 양의 알코올이라도 더 큰 건강상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알코올의 독성작용도 여성에게 더 큰 피해를 주는데, 적은 양의 음주에도 간질환 발생률이 높고 그 경과도 빠른 편이다. 장기적으로 음주를 하게 된다면 월경불순, 월경량의 증가, 불임, 조기폐경 등 부인과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여성들의 음주에 대해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달라져야할 음주 문화 이처럼 음주는 적정량을 지켜가면서 잘 하면,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좋은 매개체가 될 뿐 아니라,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기도 하는 등 이로운 점들도 있다. 그러나 조절을 하지 못 한 과한 음주는 독 중의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바람직한 음주 습관을 들이기 위해 하는 최소한의 노력은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나아가 가정과 사회를 지키는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는 슬프고 힘들어 마시는 술 보다, 기쁘고 유쾌하여 즐기는 술 문화가 이룩되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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