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높은 분들이 오셔서 우리는 구경도 못 했어요"
"너무 높은 분들이 오셔서 우리는 구경도 못 했어요"
  • 정흥진
  • 승인 2005.10.0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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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새 물맞이 행사장 주변 스케치
1일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청계천 새 물맞이 행사는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행사를 구경하기 위해 몰려나온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이명박 서울 시장 등 정부 각계인사들 및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참석한 행사장은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응원을 나온 인파들만큼 수 없이 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행사가 시작되고 30분쯤 지나 이명박 서울 시장이 대형 멀티비전에 등장하자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환호를 하는가 하면 박수를 보내기도 해, 이명박 시장의 치솟는 인기를 실감할 수 있게 했다. 행사장 주변은 특히 가족과 연인들이 많이 찾아 남녀노소 불구하고 모두의 축제임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메인 행사장은 미리 초청권을 받은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어서 어렵게 걸음을 한 대다수의 시민들은 청계천의 새 물을 구경조차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두터운 경비 벽을 친 경찰들의 모습은 어쩐지 그 곳이 축제의 행사장이 아닌 대모의 현장이 아닌가 싶을 만큼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었으며, 곳곳에서는 개방을 해서 같이 행사에 참여하여 어울리게 해 달라는 시민들의 원성이 담긴 목소리도 들려왔다. 한편, 지하철 5호선 광화문 역사 안에는 행사에 구경나온 시민들이 버려 놓은 쓰레기들을 역사 기둥 뒤로 숨겨 놓은 모습들도 볼 수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10월 1일. 국군의 날이자, 깊어가는 가을을 알리는 10월의 첫째 주 토요일. 서울시민들은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버리고 오로지 청계천 하나만을 택했다. 서울시 전역에 도배하다시피 해 놓은 청계천 행사의 홍보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시민들이 많이 찾기는 찾았던 것 같았다. 그러나 이처럼 경직된 분위기에서 치러진 축제가 누구를 위한 축제이며, 누구에 의한 축제였던가에 대해 서둘러 답을 찾지 못한다면 청계천을 누리는 서울 시민의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작은 우려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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