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실시된 을지연습과 관련해 “천하가 비록 태평하다고 해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기가 온다는 말처럼 어떤 경우에도 확고한 안보태세를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19일 오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에서 을지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을지연습은 1968년 북한의 청와대 기습사건을 계기로 시작돼서 45년째 계속해 오고 있는 국가비상 사태 대처 훈련”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을지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북한을 의식한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남북관계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비롯해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 등 훈풍이 불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을지연습 강행은 어렵게 조성된 남북 화해무드에 찬물을 뿌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제기해왔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반박함과 동시에 북한에 대해서도 ‘관례적 훈련’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대비는 국가안보와 국민안위에 가장 필수적인 것으로 한시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다”며 “모든 정부부처와 지자체, 국가 중요시설 등이 이번 훈련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매년 하는 연례행사라는 타성에서 벗어나서 내실 있는 훈련, 실전적 훈련을 실시해 달라”며 긴장감 있는 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을지연습 주요 내용과 관련해서는 “전시상황에서 정부 기능을 유지하면서 전쟁수행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각 기관별로 전시전환절차와 전시임무수행체계를 정립하고 전시에 적용할 계획과 소산시설 등을 종합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개전 초기 장사정포 포격 시에 주민 대피와 방호시설을 점검하고 수도권과 후방지역에 대한 테러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사이버 공격이나 GPS 교란을 비롯해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다발 양상을 고려한 훈련에도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전시 상황과 관련해 “전쟁 시에는 당초 세워놓았던 계획과는 달리 물자 생산이나 보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며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생화학 무기가 사용되었을 경우 예상치 못한 의약품이 필요하거나, 또 계획보다 많은 의약품이 일시에 필요한 상황이 발생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탄저균 같은 생물학 무기의 경우 치료제나 백신이 충분히 구비되어 있는지 화학무기가 사용될 경우 군과 민간 모두 충분한 의약품 보급을 받을 수 있는지, 의약품 생산 공장들이 포격을 당했을 경우 대안이 있는지 이런 점들을 치밀하게 고려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며 “또 주요 시설이 폭격을 받았을 경우 전기 수도 가스 등을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전시 비상식량이 이런 상황을 대비하고 있는지도 충분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민간에 보급되는 전시 식품이 전기 수도 가스 없이 만들어먹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편 북한은 매년 을지연습 때마다 비난을 쏟아냈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