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박연대 대표를 지냈던 서청원 새누리당 상임고문(70)이 오는 10월 재보궐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이 파장을 주목하고 있다. 지역구는 아직 확정짓지 못했고, 재보선 지역구가 나오는 상황을 지켜보며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청원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권 주변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김기춘 청와대비서실장을 기용하면서 7인회 전진배치 조짐이 나타나자 서 전 대표도 부활의 흐름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런 가운데, 서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2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최근 재보선 출마 문제를 놓고 서 전 대표와 대화를 나눴다”며 “‘당선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고 정치여정을 끝내시라’고 하자 ‘충정을 이해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서 전 대표가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서 전 대표는 18대 총선 당시 이른바 친이계에 의한 ‘친박계 공천 학살’로 인해 공천조차 받지 못했고, 이에 반발해 한나라당을 탈당한 친박계 의원들과 함께 ‘친박연대’를 창당했다. 그렇게 창당된 친박연대는 총선에서 서 전 대표를 포함해 14석을 획득하며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서 전 대표의 바람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9년 5월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특별당비 30여 억원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은 것. 이로 인해 서 전 대표는 1년여 만에 다시 의원직을 상실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후, 그는 정치 복귀의 활로를 찾지 못하고 정치권 외곽에 머물러 왔다.
따라서 서 전 대표 입장에서는 박근혜 정권 초기인 지금이 부활의 적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로 옮겨가고 난 이후 새누리당은 뚜렷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부족해 종종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모습도 보였다. 친박, 구박, 신박, 원박, 월박 등의 표현들이 이런 당내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까지도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 사이가 삐걱거린다는 얘기들이 나올 정도였다.
물론, 친박 좌장으로 불리는 김무성 의원이 원내 귀환에 성공하며 분위기가 다소 쇄신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여전히 전면에 나서지 않고 몸을 숙이고 있다. 아울러, 김무성 의원은 MB정권 시절 탈박 전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당내 친이계 등 비박계 인사들과도 폭넓은 교류가 가능한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김무성 의원의 이 같은 통합적 리더십이 오히려 서청원 전 대표를 부르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김무성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서청원 전 대표가 원내 친박세력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김무성 의원이 차기 대권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탓에 지금은 정권 성공에 기여를 하고 있지만, 결국엔 다시 반박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즉, 서청원 전 대표의 원내 귀환에 야권보다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새누리당이라는 뜻이다.
한편, 올드보이의 귀환 시도라는 점에서 민주당은 비판적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다. 23일,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국민들은 이른바 7인회의 전면 등장과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의 정치재개 움직임이 결코 다른 일이 아닌 ‘구태정치의 부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씁쓸하게 바라봤다.
박 대변인은 그러면서 “강창희 국회의장,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사실상 부통령으로 임명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미 전면에 나섰고, 김용환 전 재무부장관, 김용갑 전 총무처장관, 안병훈 기파랑 대표,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이 줄줄이 부활 대기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7인회는 그 실체가 드러났고, 온 나라가 다 아는 막후 실세에서 온 나라를 주름잡는 정국주도 세력으로 변화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가면 우리 국민들은 김용환 전 재무부 장관이 곧 경제부총리에 임명되고, 김용갑 전 총무처장관이 곧 안행부장관에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각오를 하고 있어야만 한다”며 “듣기만 해도 한심하고, 생각만 해도 어처구니가 없지만, 이미 여러 번 기상천외한 인사를 발표하셨던 박근혜 대통령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놀라지 않을 각오를 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을 모신 우리 국민들의 자세일 듯하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