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강 정치감사 논란을 겪어온 양건 감사원장이 23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양건 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 원장의 사의는 예고됐던 것이 아닌, 감사원 내부에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급작스런 사의 배경이 무엇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여권 내부적으로는 양 원장에 대한 교체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바 있다. 하지만, 헌법상 임기 4년이 보장되는 자리이기에 계속 유임될 수 있었다.
양 원장의 사의 표명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최근 ‘4대강 정치감사’ 논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감사원은 지난달 10일 이명박 정부의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마스터플랜이 ‘한반도 대운하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수립됐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같은 감사에서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던 바 있다. 같은 감사원장이 실시한 조사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결과까지 바뀌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이 때문에 여당은 물론 야권에서도 감사원의 정치 중립성과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해왔다.
4대강 전도사였고, 친이계 핵심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최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4대강 정치감사’를 벌였다며 양건 원장의 사퇴를 강하게 촉구하기도 했었다.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아 있는 양건 원장이 불현듯 사의를 표명하자, 양 원장이 정치권의 압박에 못 이겨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양 원장의 사퇴를 종용한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