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 사고에 따른 방사능 오염수 유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 안전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더구나 똑같은 양의 방사능을 섭취하더라도 성장기 어린이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학교급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방사능 오염수 유출에 따른 진상과 정부 대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두 달 전부터 유출
태평양에서 잡히는 수산물, 방사능 오염 주의해야
‘日 수산물’ 검역 강화… 학교급식 조례 제정 요구

서울시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30년째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김모(68세)씨는 “장사를 시작한 이래 이렇게 손님이 없었던 적이 없다”며 하소연 했다. 김씨는 “일본산을 취급하지 않고 있지만 국내산 조개를 비롯해 참조기 등 국내산 수산물도 팔리지 않는다”며 걱정했다.
경기침체에 여름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수산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확연히 줄었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경우 750여 개 업체 중 일본산 생태를 취급하는 곳은 단 한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잘 팔리지 않고 있었다. 10킬로에 12만원 선이던 생태가격은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방사능 오염수 유출, 불안감 고조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수 문제로 일본산 수산물은 물론 국내산도 판매가 급격히 감소했다. 롯데마트가 8월 25일 전체 수산물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다수 국민들은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게 되면 해류를 따라 우리나라 바다로 흘러들어 올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냉각수 저장탱크에서 300톤 가량의 오염수가 유출됐다고 인정한데다 이어 다른 저장탱크 2개도 비운다고 알려지자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더구나 방사능 오염수 누출이 7월달 초부터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겨왔던 사실도 확인됐다.
방사능 유출수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바다는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11년부터 두 달에 한 번씩 우리나라 동·서·남해와 동중국해의 75개 정점에서 해수를 채집한 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해수에 함유된 방사능을 측정했다.
8월 27일 밝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방사성 요오드(131I)와 방사성 세슘(134Cs)은 검출되지 않았다. 극미량의 방사성 세슘(137Cs)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검출돼 후쿠시마 원전의 유출수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방사능 유출수에 대한 우려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방사능 유출수, 유입될까?
그렇다면 앞으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우리나라 바다로 유입될 가능성은 있을까? 이에 대해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조양기 교수는 남해안 부근까지 오는데는 3~4년 이렇게 걸릴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방사능 물질은 많이 희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쿠시마의 바닷물은 쿠로시오 난류를 따라 태평양으로 흐른다. 해류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해류가 미국 서해안을 거쳐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지만 우리 근해까지 올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의 불안감은 종식되지 않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이모씨(42세)는 “바다를 떠도는 물고기에 국적이 따로 있냐”라며 “정부의 대책이 신뢰가 되지 않는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당수 물고기들이 국경이 있다고 말한다.
고등어의 경우 국내산은 대부분 제주도 남쪽에서 태어나 동해와 서해로 갔다가 다시 제주로 모인다고 한다. 반면 일본산은 큐슈 동쪽에서 나서 일본 동남쪽에서만 산다. 갈치와 참조기도 일본쪽으로는 가지 않는다는 것.
우리나라에서 많이 팔리는 명태의 경우 97%가 러시아산이다. 명태의 어장은 오호츠크해와 베링해로 후쿠시마 바닷물이 흘러들어가기엔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다. 다만 태평양에서 잡히는 수산물에 대해서는 주의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문학과학통섭포럼은 8월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후쿠시마원전 방사능 오염수의 중심에 있는 세슘137의 반감기는 30년”이라며 “30년이 지나야 현재 방사능 함량이 반으로 줄어든다는 계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방사능 오염수를 지금처럼 하루 300톤씩 바다에 방류한다면 태평양 전체가 방사능 오염으로 수산물을 먹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물고기를 통한 2차 방사능 오염까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의 오염방제(除染) 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저농도 오염수’란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한 채 바다로 방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방사능 오염수의 태평양 유출이 문제되자 태평양의 반대편에 있는 미국은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유출에 따라 태평양 해산물 전체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정부의 대처상황은 어떠할까?
방사능 유출, 정부 대처는?
해양수산부는 원양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안전성 조사를 확대한다. 해수부는 9월부터 12월까지 명태와 고등어, 꽁치, 가자미, 다랑어, 상어 등 태평양산 수산물 6종의 방사능 검사 빈도를 주 1회에서 2회로 늘린다는 내용이다.
일본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방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식품안전처는 일본 후쿠시마 등 8개 현의 명태, 뱀장어 까나리, 산천어, 잉어, 등 49개 품목의 수입을 금지했다. 또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130건의 수산물은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방사성 허용 기준치도 작년 6월1일부터 일본산에 대해서는 kg당 100 베크렐(원래 kg당 370 베크렐)로 강화했다.
해수부는 수산물의 방사능 조사결과를 8월 21일부터 매주 2회 해수부의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 등 18개 환경시민단체는 정부대책이 안일하기 짝이 없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환경시민단체는 8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검역당국이 실시하는 방사능 검사는 2개 핵종인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뿐으로, 인체에 더욱 치명적인 스트론튬과 플루토늄이 시중에 유통된 일본산 수산물에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정부라면 최소한의 안전대책이 마련될 때 까지 일본산 수산물을 전면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후쿠시마를 포함한 10개 현의 모든 식품과 사료까지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환경시민단체는 정부가 말하는 기준치 이하면 안전하다는 말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과학 아카데미에 따르면 피폭량 증가에 따라 암 발병도 비례하여 증가한다는 것. 또한 똑같은 양의 방사성 물질을 섭취하더라도 성장기 유아와 어린이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방사능 대책 목소리 높여
이러한 우려를 반영,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공포는 학교급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고려하여 급식메뉴에서 수산물을 빼겠다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전국 초·중·고 학교급식 재료에 대한 대대적인 일본산 수산물의 검역은 미비한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발생 이후 전국 705개 초·중·고교에 대구와 명태, 방어 등 일본산 수산물 2231㎏이 납품된 사실이 드러났다.
더구나 녹색당이 지난 6월 전국 17개 시‧도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을 대상으로 방사능 측정기 보유와 방사능 검사 실시 여부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과 경남, 광주, 부산, 인천 등 지자체 5곳과 서울, 경기, 충북, 제주 교육청 등 4곳만 급식 재료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의회는 방사능에 대한 안전대책으로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학교 급식과 관련해 방사능 식재료 사용을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서울과 강원 등에서는 환경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급식 재료의 방사능 안전성 검사를 의무화하는 조례 제정을 요구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환경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무대책 속에 방사능 피폭에 가장 취약한 유아와 어린이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받는 상황”이라며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지난해 일본산 수산물이 급식 재료로 납품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정부 단속이 강화됐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면서 “조례를 제정해 급식 단계부터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