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이 그 놈 같은데도 서로 “난 아니야”
그 놈이 그 놈 같은데도 서로 “난 아니야”
  • 정흥진
  • 승인 2005.10.08 17: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주 참사 ‘책임 떠넘기기’ 하기 바빠 유가족 위로도 못 하나
■내 동생이 죽었는데 당신들은 무얼 하나요. “동생이 죽었다. 라는 말을 듣고 정말 하늘이 노랗고 가슴이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보상금 600만원에 위로금100만 원이라고요...제가...제가... 평생을 걸려서라고 그 금액의 10배 아니 백 배, 천 배, 만 배로 갚아드릴 테니 제발 제 동생 좀..다시 보내주세요. 상주 시장이라는 사람은 자기가 보상을 한다고 하고는 공동장례를 치르는 곳에만 겉치레로 다녀가고, 저희 빈소에는 찾아오지도 않더군요...당신 손자가 그런 일로 죽었다면 당신은 힘이 있으니 저희를 가만 두었겠습니까? 제가 지금 제일 저주스러운 것은 당신네들보다도...바로 제자신입니다...얼마나 능력 없고, 보잘 것 없으면 피씨 방 와서 글을 적고 있습니다.” 지난 3일 개천절 오후 상주에서 예정되어있던 MBC 가요콘서트 대형 참사 현장에서 숨진 인목, 인규 군의 친형 황인성 군이 쓴 글 중의 일부이다. 글 솜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맞춤법이 잘 지켜진 글도 아니지만, 인성군의 슬픔은 군데군데 들어가 쓰인 말줄임표를 통해 느껴져 오는 것만 같았다. ■사후약방문 8일 오전 상주적십자병원에서 유가족과 시민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황인규(12), 인목(14) 사촌형제의 영결식은 상주공연장 참사 희생자 중 맨 마지막으로 치러진 것이어서 참석한 사람들의 안타까움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했다. 유가족뿐 아니라, 상주 시민들과 전 국민의 애도의 분위기를 탄 탓일까 대구지검과 안동, 경주, 포항, 김천, 의성지청 등 5개 지청은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와 더불어 상주참사 유가족을 돕기 위해 모금한 성금 1천만 원을 전달하기도 하였으며, 사고 당일에는 당시 공연 예정이었던 연예인들이 소정의 위로금을 보내기도 하는 등 각계에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이 사고를 수사 중인 경북지방경찰청 안전사고 수사본부는 8일 오전 9시 30분쯤 상주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기도 해 김근수 상주시장에 대한 소환까지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가능하게 하기도 했다. 김근수 상주 시장이 소환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매제인 (사)국제문화진흥협회 회장 김모(65)씨와 축제 개회와 관련된 상주시와 위탁대행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비리가 연루 되어 있을 것이라는 추정에서이다. 또한 이번 MBC 가요콘서트 행사계획의 수립 또한 이 계약에 의한 것이었는데, 김 시장은 행사장 경비와 안전대책 등 행사준비를 총괄 감독 지휘해야 하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안전대책을 소홀히 해 압사 사고가 발생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소환이 임박해 있는 김 시장에 앞서 그의 매제인 김 회장은 이미 7일 수사본부에 의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긴급체포 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김 회장을 대상으로 이번 사고 책임 여부에 대해 집중 수사를 해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상주 참사와 관련해 사법처리 대상자는 지난 6일 구속된 협회부회장 황모(41) 씨와 행사 경비용역업체인 ㄱ경호 대표 이모(38) 씨 등 3명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또한 8일 수사본부 소속 압수수색반(반장 김광수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15명은 상주시청 행정지원국장실과 새마을과 자전거계, 경제교통과 교통지도계에 대한 수색을 벌여 40~50상자 분량의 관계서류를 압수, 정밀검토 작업을 벌였다. ■반성은 안 하고 떠넘기기만 한편 행사 진행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은 이번 참사의 직접 원인인 운동장 직 3문 개방과 관련해 경찰과 상주시, 국제문화진흥협회, MBC 등 주요 기관들 간에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책임 떠넘기기 공방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행사를 주최한 <국제문화진흥협회> 이 곳의 한 관계자는 4일 경찰 조사에서 “행사 일주일 전부터 상주시 명의로 상주경찰서에 2개 중대, 230명의 병력을 요청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공연을 앞둔 3~4일전에서야 경찰 측으로부터 병력 지원이 불가능 하다는 통고를 받게 되었다고 했고, 이에 할 수 없이 경찰이 아닌 해병전우회나 시 관계자 등과 대책회의를 열어보기도 하였지만, 별다른 대책을 마련할 수는 없었다고 하며 “공연이 무산된다면 시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실망감이 매우 클 것이 염려되어”라는 변명을 하며 부득이 행사를 안전요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미리 병력 지원 불가 방침을 통보하지 않은 경찰 측에 대해서는 사고가 일어난데 있어서 가장 주요한 원인을 제공한 기관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상용 상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 대책회의에서 배포된 유인물에는 230명의 병력을 요청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무대 주변을 포함한 시민운동장내 질서 유지 등을 위한 것이었고 출입구 등의 경비업무는 주최 측 인력 70여 명으로 한다고 되어 있었다며 책임을 또다시 협회 측으로 떠넘기기를 했다. 더불어 김 과장은 사고 발생 30여분 전 현장에 도착해 MBC 담당 PD에게 이 상태로 문을 개방하면 사고를 초례할 위험이 있다고 문을 개방해 놓을 것을 미리 요구했지만, 리허설이 끝날 때까지는 문을 절대 개방해서 연예인들이 리허설에 방해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답변만을 듣게 되었다고 MBC측에도 책임을 떠 넘겼다. ▶MBC <콘서트 제작진>의 의견 MBC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7일 상주시 현지사전 답사 결과 공연대행사의 경험 부족과 안전문제 등 여러 가지 사항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공연이 불가능하다고 상주시와 협회 등에 통보를 하였다고 했다. 그러나 상주시 행정국장 등 시청 직원들과 협회 관계자들이 MBC를 방문해 상주시의 책임 아래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재차 방송을 요구해와 어쩔 수 없이 진행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MBC는 “이번 행사의 주최가 상주시이며, 주관은 국제문화진흥협회이고, MBC는 단지 초청되어 공연의 녹화만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라고 말하며 모든 책임을 상주시와 협회측으로 떠넘겼다. ■문화 후진국 오명 벗어야 이번 사고도 사고지만, 이를 대응하는 관계 기관들의 자세를 보고 국민들은 하나의 목소리로 또 다시 분노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공연짱’이라는 닉네임을 쓴 한 네티즌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문화적 보급이 편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공연 문화를 자주 접해보지 못 한 지방 시민들에게는 뜻밖의 기회였을 것.”이라고 하며 젊은이들 뿐 아닌 노약자들까지 대거로 관람을 하려 했던 상황을 나름대로 분석 하는가 하면, 'seven11'이라는 닉네임을 쓴 네티즌은 “문화 기획 단체가 더욱 투명해져야 한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또한 눈길을 끄는 의견을 제시한 ‘쏴아’라는 닉네임을 쓴 네티즌의 경우에는 “깔려 죽은 사람은 말도 못하고, 유가족은 억울해 미쳐가고 있는데 서로 남 탓만 하고 있자는 거냐.”고 하여 관계기관들의 무책임한 자세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많은 글들은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애도한다.”는 안타까운 마음의 표현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