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최근 간부회의에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과의 자리를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업계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보다 커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자산운용사들이 잇달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으면서 우호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주일 만에 동양자산운용을 시작으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각각 제재조치를 받은 것이다. 이들이 금감원 철퇴를 맞은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삼성, 자전거래 제한위반…미래에셋, 펀드자산 과대평가
동양, 취득한도 어긴 채 계열사 발행증권 펀드자금 투자
삼성·미래에셋, 같은 날 징계
지난달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펀드간 자전거래 제한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돼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다. 삼성자산운용은 법규상 예외가 인정되는 사유가 아님에도 펀드의 운용기간을 초과하는 정기예금을 펀드에 편입하는 방법으로 자전거래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자전거래는 운용하는 펀드 상호 간에 같은 자산을 같은 시기에 같은 수량으로 일방이 매도하면 일방이 매수하는 방법이다.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는 펀드의 해지·해산에 따른 해지금액 지급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정 투자자산을 자신이 운용하는 다른 투자자산과 거래할 수 없다.
그러나 삼성자산운용은 2010년 3월 15일부터 2011년 11월 29일까지 총 59회에 걸쳐 12개 펀드에서 보유한 정기예금 5983억원을 또 다른 12개 펀드와 자전거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삼성자산운용에 기관주의 조치를, 관련직원 4명에게 견책과 주의 조치를 각각 내렸다.
이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펀드의 재산을 과대평가하고, 펀드의 재산과 자기 고유재산간 불법거래를 한 사실이 확인돼 징계를 받았다. 직원 2명이 견책과 주의 조치를 받은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담당 회계법인이 회사가 운용하는 펀드의 외화대여금을 현재가치인 1990만 헤알(약 94억4000만원)로 평가했는데도 명목가치인 2610만 헤알(123억7035만원)로 평가해 과대 계상했다.
자산운용사는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가 정한 가격으로 펀드의 재산을 평가하되, 비상장 외화표시 증권의 경우 회계법인 등이 제공한 가격을 토대로 평가한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이와 함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는 자사 펀드의 재산을 자기 고유재산과 거래할 수 없음에도, 2011년 9월 펀드가 소유한 건물 20층 일부를 임차하는 임대차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장 컸던 동양자산운용
앞서 22일에는 동양자산운용이 펀드간 자전거래 제한을 위반하고, 취득한도를 초과해 계열사 발행증권에 투자하는 등 사실이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 동양자산운용은 과태료 2500만원을 부과받고, 임직원 9명은 견책(상당)과 주의(상당) 조치를 받은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동양자산운용은 법규상 불가피한 사유가 아닌 펀드의 유동성 부족 등을 이유로 2006년 1월 2일부터 2011년 5월 23일까지 33개 펀드와 46개 펀드 간 총 52회에 걸쳐 22개 종목의 채권 등을 자전거래(70억1000만원)했다.
또 동양자산운용은 자전거래 제한을 회피할 목적으로 2011년 9월 5일부터 2011년 9월 9일까지 2개 펀드와 1개 펀드 간 3억1000만원 상당의 채권을 중개증권사에 매도한 후 재매수하는 방법의 연계거래를 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계열사 발행증권 취득한도를 어기고 3개 계열사가 발행한 기업어음(CP) 및 채권에 자사 펀드의 자금을 투자한 사실이 적발됐는데, 한도초과 금액은 최고 31억1000만원이었다.
아울러 자산운용사는 관계사인 증권사가 인수한 증권을 인수일로부터 3개월 안에 펀드의 재산으로 사들이는 것이 금지돼 있는데도, 동양자산운용은 2009년 4월 29일부터 2011년 2월 28일까지 동양증권이 사들인 3개 종목의 채권(231억3000만원)을 펀드의 자금으로 매수했다.
그 밖에 금감원은 동일종목 투자한도 등 자산운용 한도를 위반하고, 투자설명서 변경사실 등 자산운용사의 수시 공시사항을 총 90회 지연 공시하는 등 동양자산운용이 법 규정을 어긴 행위들을 적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의 징계와 관련해 “자전거래는 자본시장에서 물량처리가 어려운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허용되는데 그동안 운용사들이 이를 통해 수익률을 조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며 “지금과 같이 시장 침체기일수록 금융회사 스스로 규제를 준수해 투자자 신뢰 제고에 신경을 써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