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여행을 위한 여행보다는 목적 있는 여행을 떠난다.
언젠가 호기심에 버스터미널에서 자리를 깔고 앉아 어디론가 배낭을 메고, 짐을 꾸려서 옹기종기 모여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관찰을 한 적이 있었다. 불현듯 사람들이 왜 여행을 떠나는지 궁금해져 호기심을 달래고자 한 행동이었는데, 그처럼 바보 같은 행동이 또 없을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바라보고만 있다고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마음에서 발걸음을 옮기는지 알기란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단지 상상으로만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보지만, 결국 상상의 한계는 동아리 MT나, 가족끼리의 휴가 여행 정도가 고작이었느니 말이다.
■여행이 목적이 아닌 여행
인터넷 카페를 잘 찾아본다면, 수도 없이 많은 여행 동호회들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단지 기분 전환을 목적으로 떠나는 것이 좋아서 떠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목적으로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모임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 의미 없는 여행에 식상한 사람들이 있다면 한번쯤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취미 활동을 겸한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요즘 젊은 세대 뿐 아니라, 나이든 어른들도 삶에 취미 하나쯤 만들고자 디지털 카메라를 장만 한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디카가 나오기 전인 예전 같았으면, 사진 좀 찍는 맛을 느껴 보려면 수동카메라는 있어야 했지만 수동카메라 값이 보통 만만찮은 가격이어서 사진 찍는 취미를 포기해야 했던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 뿐인가, 자동카메라도 필름값에, 현상비, 인화비까지 하면 그 비용이 취미로 삼기에는 좀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화질도 좋고, 휴대하기도 편하고, 가격도 저렴한 디카가 이렇게 많이 보급되어 있는 상황이지 않은가. 사진에 초보자들도, 고수들도 큰 돈 들이지 않고 간직해왔던 취미를 맘껏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간직하고 싶은 세상의 모습을 렌즈 안에 담고자 하는 디카족들의 발걸음을 따라서 함께 떠나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렌즈에 담는 것은 풍경만이 아니다.
풍경이 아름답고, 화려하고, 독특한 멋이 있다면 물론 그런 사진을 담기 위해 떠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기자가 만난 동호회의 사람들은 그런 것만을 목적으로 출사(사진 촬영을 위해 교외나, 멀리 여행 등을 떠나는 것)를 나서지는 않는다. 그들에게는 맛도 사진의 내용이 되며, 정겨운 소리도 사진의 내용이 되고, 행복한 사람들의 미소도 사진의 내용이 된다. 때문에 그들은 무엇보다도 렌즈 안에 가득 담고자 하는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며 여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매우 섬세하다. 한 장의 사진으로 남겨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그들은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표현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아름답게, 조금 더 독특하게 자신만의 세상을 담고 그 것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아름다운 풍경만을 카메라 속으로 담으려는 그저 그런 여행이 아닌, 솔직하고 개성 있는 여행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아주 멀리, 거창한 곳으로 오랜 계획을 짜고 떠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름다움은 어느 곳에든 숨어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겠다고 하는 동호회 회원들을 따라 출사를 나가보자.
■어디를 가더라도 찍고 싶은 것은 많다
봄 하면 벚꽃을 따라 떠나고, 여름 하면 휴가철을 따라 산으로 바다로 떠나고, 가을 하면 단풍놀이를 하러 떠나고, 겨울하면 눈꽃을 보기 위해 떠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러한 테마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 한 여행을 해 왔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매 번 반복되는 계절에 매 번 반복되는 여행을 떠난 다는 것이 어쩐지 여행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디카 동호회 회원들은 여행을 여행으로 생각하지 않고 집 앞에서부터 멀리 부산까지도 카메라를 들쳐 메고 발길을 옮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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