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으로 서민들의 주거생활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28일 정부는 전월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실수요자들에게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지, 문제점은 없는지 조명했다.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전셋집에서 살고 있는 서민들의 시름이 늘어만 가고 있다.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정부는 4·1부동산 종합대책 발표 이후 세 번째 대책을 8월 28일 발표했다.
이번 8.28 전월세대책은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유도△주택대출 확대 △임대주택 확대△서민 부담완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기존에 나온 전월세 대책과의 차이점은 기존 대책이 주택공급 확대 정책 일변도였다면 이번 대책은 금융·공급·세제 등 대책을 고루 담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대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짚어보자.

대출받아서 주택구입?
이번 대책안의 주요 내용은 전세 수요를 매매로 돌려 주택시장을 안정화 시키겠다는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규제는 풀고 주택 매입자에 대한 세금도 완화했다
도태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집 구입가능 계층의 주택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취득세 인하와 저금리의 장기 모기지(대출) 공급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집 매입 부담이 완화돼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손익,수익 모기지’ 도입이다.
‘수익공유형 모기지’는 주택기금에서 최대 70%까지 1.5% 금리로 돈을 빌리는 대신 집을 팔았을 때 남는 차익을 주택 구입자와 대출을 해주는 주택기금이 나누는 방식이다
‘손익 공유형 모기지’는 주택기금의 최대 40%까지 지분성격의 자금을 받아 1~2%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형태다. 집값이 올랐을 때 수익만 공유하는 수익 공유형과 달리 집값이 하락했을 때 손실 리스크도 주택기금이 함께 부담한다.
국토부는 시세차익보다는 안정적 주거를 희망하는 실수요자들을 타깃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모기지의 경우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상 지역은 수도권과 광역시로 한정되고 지방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대출 주택이 아파트와 준공 후 미분양으로 한정돼 연립이나 빌라, 단독·다가구주택 구입을 원하는 수요자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더구나 신형 모기지 물량이 3천 가구에 불과해 수요에 비해 수혜 대상이 너무 적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처음 시도하는 시범사업으로 기금 안전성을 위해 환금성과 집값 안전성이 높으면서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는 수도권과 광역시를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득세를 인화 방안도 내놓았다. 대책에 따르면 6억원 이하 주택 취득세는 현행 2%에서 1%로 낮아지고 9억원 초과 주택 취득세는 4%에서 3%로 낮아진다.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주택의 취득세율은 현재와 같이 2%로 유지된다.
현재 다주택자가 주택 매입을 할 경우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4%의 취득세율이 적용되고 있지만 이번 세율은 1주택자와 다주택자에게 같이 적용된다.
더불어 주택 기준시가 3억원에서 4억원짜리 주택을 매입한 사람은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상환액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는 무주택자가 기준시가 3억원 이하 주택을 취득한 경우만 대출이자에 대한 공제 혜택이 부여된다.

임대주택 확대·서민 부담완화
정부는 전세 수급이 불안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 11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공공 및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 중인 매입·전세임대 주택 3만3천 가구는 올해 말까지 집중 공급한다. LH가 보유한 준공후 미분양 2천 가구도 전세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 임대주택 공급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민간 매입임대사업자의 주택구입자금의 금리를 연 5%에서 2.7~3%로 인하하고 대출한도도 현재 6천만원에서 최대 1억5천만원까지, 매입대상 주택도 미분양과 기존주택까지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준시가 3억원 이하의 국민주택규모 이하 신축·매입주택(주거형 오피스텔 포함)을 3가구 이상 5년 임대한 소형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해선 임대소득에 대한 소득세와 법인세를 20% 감면할 예정이다.
월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공제율을 현행 50%에서 60%로 확대하고 소득공제한도는 연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확대한다.
예를 들어 월세를 한 달에 60만원, 1년에 720만원을 내는 세입자는 그동안 300만원을 공제받았으나 앞으로 432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깡통전세’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임대인 대신 보증금을 상환하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도 신설한다.
저소득층의 월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주택바우처는 오는 2014년 중 도입하기로 했다.
8.28 전월세대책, 엇갈린 반응
정부의 8·28 전·월세대책에도 불구하고 현재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해 보인다. <시사신문>이 서울지역 각 구별로 무작위로 부동산 업소에 ‘정부대책 발표 후 주택매매 상담 전화를 받았냐’ 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한 업소는 거의 없었다.
아직은 수요가 일고 있지 않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구입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라면 전월세와 주택구입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계 부채 상황이나 소득 변동 상황들을 먼저 따져 봐야 한다. 즉 대출을 감안하더라도 자신의 소득으로 부담 가능한 내집 마련 계획을 세우는 것이 현명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주택구매 여력이 없고 오른 전세 보증금이 걱정인 서민들의 경우, 이번 대책의 혜택을 당장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8 ·28 전·월세대책은 전세가격 급등이나 전세물건 부족을 단번에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8.28 전월세 대책은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며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새누리당은 “주택시장의 거래 활성화를 통해 전·월세난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더구나 주택거래 활성화와 대출확대 정책이 부각되면서 일각에서는 “빚내서 집사라는 대책”이라며 비판이 일고 있다.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전월세 문제란 것은 결국은 집이 없는 사람의 문제”라며 “그런데 지금 정책은 소유를 위한 주택 거래를 활성화해서 거기서 덤으로 전월세 주택이 나오면 세입자들이 쉽게 들어가 살 수 있도록 하는 에둘러가는 정책”이라고 혹평했다.
조 교수의 말을 정리하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하고 비교했을 때 △주택 자가 비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이 가장 적다 △ 우리나라의 전체 가구 중에 만 55% 이상이 임차가구 라는 특징이 있다.
조 교수는 전월세 문제는 매매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아니라 방치된 임대주택시장을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