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을 재선거, 노 대통령과 박 대표 대리전?
10·26 국회의원 재선거가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대구 동을은 결국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대리전 양상을 띠게 됐다.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측근인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한나라당은 박 대표의 비서실장인 비례대표 유승민 의원을 후보로 확정했다.
열린우리당 이강철 후보측 조승근 대변인은 “쉬운 싸움은 아니다”면서 “동구지역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만큼 지역 발전을 들고 선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동구와 박 대표의 지역구인 달성이 공공기관 유치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을 선전하면서 ‘박풍(朴風)’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박창달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재선거가 치러지게 된 대구 동을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의 '텃밭'이어서 유 후보에게 유리한 곳이지만 공천 후유증과 대구에서만 4차례 낙선한 이강철 후보에 대한 동정론이 만만치 않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대구지역에서 터진 한나라당의 ‘맥주병 투척사건’과 주성영 의원의 술자리 폭언 사건으로 지역여론도 한나라당에게 마냥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열린우리당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비서실장인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의 맞대결로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10.26 대구 동을 재선거에서 ‘박풍(朴風)’이 재연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여론조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노 대통령과 박 대표 대리전’양상을 띠며 박빙의 승부가 점쳐지는 곳이다.
◆이강철,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정으로"
“청와대 수석으로 있으면서 서울 사람들한테 ‘좀 심한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대구일’이라면 챙기려고 했다”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30일 오전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출사표다. 이날 ‘출마의 변’을 통해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 이 전 수석은 이메일로 자신의 심경을 상세히 밝히면서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 전 수석은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는 각오로 이번 선거에 임할 것”이라며 “주변에서 왜 무덤을 스스로 파느냐고 적극 말렸지만 순교자에게 주어진 성스러운 독배라 하더라도 대구를 위해 좋은 결실을 맺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수석은 특히 “대통령도 20년 이상 된 정치적 동지를 사지로 내몰 수는 없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사표
를 받으려 하지 않았다”며 “(노 대통령이) 떨어질 게 뻔한데 왜 나가느냐고 말렸지만 고향인 대구가 갈수록 먹고살기 힘들어지는 것을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수석은 “권력의 노른자위만 탐했다면 청와대 수석이란 자리를 버리고 ‘정치적인 무덤’인 대구를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지겨운 정치싸움에 발을 담그지 않고 정치 싸움판 근처에도 얼씬도 하지 않은 채 대구의 발전과 동구 개발에만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수석은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동을 재선 출마선언을 하면서 열린우리당 중앙당의 선거개입 차단을 요구한 바 있다.
이번 선거를 '중앙당 대리전'이 아니라 인물대결로 승부하겠다는 이 전 수석의 강력한 의지가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이 전 수석은 이날 "이번 선거는 낙후된 동구의 발전이 가장 큰 화두"라며 "중앙당 대리전으로 치러지면 '동구 발전'이란 민생문제 해결은 물 건너가고 만다"고 말했다. 또 "중앙당 선거개입을 온몸으로 막고, 동구 발전을 명제로 토론하고 고민하는 '지역선거'를 지향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이 전 수석의 전략은 "노무현 대통령 최측근이란 얘기가 결코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파한 데서 나온 것. 그러면서도 최측근 실세라는 점을 은근히 내세워 지역 발전을 이루겠다고 역설한다는 작전이다.
◆유승민 “힘든 싸움이지만 반드시 이겨 돌아오겠다”
한나라당은 5일 운영위를 열어 대구 동을 재선거 후보를 유승민 대표비서실장으로 확정했다. 13대와 14대 대구중구 국회의원을 지낸 유수호 전 의원의 아들인 유 후보는 여의도연구소장, 당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당내에서 '전략가'로 꼽힌다.
유 의원은 5일 오전 국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비례대표 사퇴서를 의안과에 제출했으며, 대구 동구의 발전을 위해 이번 재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 공천심사위원회와 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출마를 결심했지만 상당히 어려운 선거가 예상된다”면서 “당당하게 싸워 이겨 다시 국회로 들어오겠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유 의원은 또 “그간 경제전문가로서 여의도연구소 소장과 당의 정책조정위원장, 비서실장으로 일하며 쌓아온 모든 것을 바쳐 대구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며 “대구 동구을의 경우 규제가 많아 어려운 점이 많은데 군사지역과 그린벨트 등 규제만 합리적으로 조정해도 지역 경제는 상당히 호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특히 공공기관 유치는 대구 동구을 지역이 비교적 유치할 땅이 많고 여러 가지 점에서 유력한 후보지가 되고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천과 관련한 잡음에 대해 유 의원은 다소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그는 “15명이 공천신청을 했는데 그 분들 모두 훌륭한 분들이며 당을 향한 애정도 두터운 분들로 안다. 개인적으로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무소속으로 출마하실 분들이 있는지 확인을 못했지만 설사 있더라도 오늘 대구로 내려가 최대한 설득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유 의원 스스로 공천 신청을 미뤄왔던 점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비례대표 임기를 채우는 것이 도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당이 결정을 했고 그에 따르는 것이 당원된 도리라 여겨져 출마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의 여의도연구소장을 오랫동안 역임했던 유승민 의원은 지난해 4·30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올초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을 맡아 당의 중심에서 활동한 인물로 대표적인 친박 계열로 분류된다.
◆노 대통령과 박 대표 대리전?
10·26 재선거 지역 가운데 대구 동을은 결국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대리전 양상을 띠게 됐다.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측근인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한나라당은 박 대표의 비서실장인 비례대표 유승민 의원을 사실상 후보로 확정했다.
양측이 이처럼 공천 단계에서부터 '올인'의 자세로 맞섬에 따라 대구 동을 재선거는 10·26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내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 실장을 공천키로 한 것은 열린우리당 후보가 워낙 '강적'인데다 이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현지 보고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지난 3일 공천심사위 에서 유 의원을 ‘전략 공천’하기로 했으나 유 의원이 공천신청을 하지 않았던 점이 선거법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해서 추가공모를 통해 5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기존 신청자 15명은 “공천심사가 유 의원을 위한 요식행위였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기 광주는 ‘대통령 탄핵의 주역’중 한 명인 홍 전총무의 출마선언으로 사정이 복잡해졌다. 당초 한나라당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오리무중이 됐다. 홍 전 총무는 이날 출사표에서 “당선 후 복당 하겠다”고 밝혔지만 박 대표는 “여러가지 정서상 홍 전총무와 관계를 지속하는 게 어렵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정면승부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경기 부천 원미 갑은 불법 대선자금 으로 처벌받았다 사면된 열린우리당 이상수 전 의원의 재기 여부가, 울산 북구는 민주노동당의 승리가 재연될지 여부가 관심사다.
전체적인 선거 결과에 대한 여야의 엇갈린 전망이 선거 전략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는 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선거를 철저히 ‘지역선거, 후보 중심’으로 치를 방침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저공비행을 하는 상황에서 중앙당이 개입해야 실효도 없고 패배할 경우의 ‘부담’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실정’을 최대한 부각시키면서 선거전을 단순한 재선거가 아닌, 노 대통령에 대한 심판의 무대로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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