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등 대형공공기관들이 빚더미 속에서도 고액의 연봉은 물론 성과급까지 꼬박꼬박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책임을 성과에 철저히 반영하는 민간기업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공기업 부채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잠재적인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국민적 지탄도 커지고 있다. 공기업의 막대한 부채는 국가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방만경영은 향후 공기업 개혁요구를 더욱 빗발치게 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장, 억대 성과급에 업무추진비 별도로 받아
수자원공사, 법정 접대비 한도 초과해 추징당하기도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최근 부채 상위 10개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관이 지난해 성과급으로 지급한 돈은 모두 6102억 53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성과급 1위 수자원공사
이 가운데 기관장을 제외한 임직원에게 지급한 1인당 성과급은 한국수자원공사가 1706만 8000원으로 가장 많았다. 또 한국도로공사(1676만 2000원), 한국토지주택공사(1291만 9000원) 등도 1인당 성과급이 1000만원을 넘었다.
이밖에 한국철도공사(750만원), 한국전력공사(707만 3000원), 한국가스공사(695만 2000원), 중소기업진흥공단(420만원), 예금보험공사(378만 4000원), 한국철도시설공단(110만 4000원), 한국석유공사(93만 5000원) 순이었다.
공기업의 경영을 책임지는 기관장들도 억대의 성과급을 받아갔다. 한국가스공사는 기관장에게 지난해 성과급 1억 8130만 1000원을 지급했다.
한국도로공사(1억 5948만 2000원), 한국수자원공사(1억 5940만 5000원), 한국전력공사(1억 3597만 6000원), 예금보험공사(1억 3597만 5000원), 한국토지주택공사(1억 2132만 2000원) 등도 억대의 성과급을 기관장에게 지급했다.
아울러 한국철도공사(9600만원), 한국석유공사(8104만 8000원), 중소기업진흥공단(3790만원), 한국철도시설공단(2719만 5000원) 등도 수천만원대의 성과급이 기관장들에게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급과는 별도로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제외한 기관에서는 작년 평균 23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기관장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많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곳은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 3309만 7000원을 사용했다.
또 한국가스공사(3102만 5000원), 예금보험공사(2600만원), 한국전력공사(2479만 8000원), 한국도로공사(2230만 6000원), 한국철도시설공단(2000만원), 한국철도공사(1857만 9000원), 한국석유공사(1839만 7000원), 한국수자원공사(1240만 4000원) 등의 순으로 많았다.
이들 공기업들은 연간 평균 접대비로 쓴 돈도 5억원대에 달했다. 특히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접대비 법정한도액을 7100만원 초과하기도 했다.
접대비 사용금액 못지않게 사용내역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국회의원 보좌관 접대비로 유흥주점에서 쓴 돈 84만원에 대해 2011년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지적을 받았고, 한국수자원공사는 손익의 귀속시기, 기부금 분류 오류 등으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아 59억 2000만원을 추징받기도 했다.
“방만경영 방치하면 안 돼”
문제는 이들 공기업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일 형편이 안 된다는 점이다. 올해 6월 결산에 따르면, 이들 기관의 부채액은 평균 4% 늘어난 것으로 이낙연 의원실 조사결과 나타났다.
임직원 1인당 75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던 한국철도공사의 부채는 지난해 14조 3209억원에서 올 6월 17조 6028억원으로 22.9%나 늘었다. 기관장이 8100만원의 성과급을 받아갔던 한국석유공사의 부채도 같은 기간 17조 9831억원에서 19조 3655억원으로 7.7% 늘어나는 등 경영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밖에 한국전력공사(7.5%), 한국도로공사(3.3%), 한국철도시설공단(2.7%), 한국토지주택공사(2.6%), 한국수자원공사(0.9%) 등도 부채가 늘어났다. 예금보험공사(-2.5%), 중소기업진흥공단(-1.08%), 한국가스공사(-0.7%)는 부채액이 다소 줄었지만, 경영상황이 크게 호전됐다고 보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낙연 의원은 “작년 말 공공기관 부채는 493조 400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7.5%, 2008년 말에 비하면 70.1%나 증가했다”며 “공공기관 부채가 계속 악화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 재정으로 충당해야 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매년 반복되는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공공기관들은 정부의 인건비 인상률 지침을 초과하면서까지 인건비를 지급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대한석탄공사는 보건관리수당 신설, 야간근로수당 증액, 육아 보조비 및 건강검진비 인상 등을 실시하면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정부의 인건비 지침을 위반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장학재단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도 지난해 정부지침(3.9%)보다 높은 5.8%, 5.7%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 의원은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것도 모자라 정부 지침을 어겨가며 초과 지급하는 것은 지나친 방만경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부채가 많은 공공기관은 기관장들의 상여금은 물론 연봉 삭감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