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석회의'속내, 틀 바꾼 연정론?
'연석회의'속내, 틀 바꾼 연정론?
  • 김부삼
  • 승인 2005.10.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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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연설은 대독인데 '총리 버전'…총리가 주도할 것”
각계 50명 '국민대통합 연석회의' 12월 발족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제안한 ‘국민대통합 연석회의’의 기본취지는 좋다고 본다. 경제계, 노동계, 시민단체, 종교계, 농민, 전문가와 정당이 한 자리에 모여 양극화 해소, 노사문제, 국민연금 등 사회적 난제들을 풀자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갈등과 분열 해소, 국민통합 시대 개막도 바람직한 구호들이다. 그런 제안의 취지에는 구태여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대통령이 `대연정` 논의를 접는가 싶더니 또다시 대통합 연석회의를 들고 나온 데 대해 국민들은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사실 이 정부에 경제. 사회 의제를 다룰 협의체가 없어서 일을 못하는지 먼저 물어보고 싶다. 대통합 연석회의를 관장할 국무총리 산하에만 이런저런 이름의 위원회가 지난 2년간 무려 15개나 늘어 현재 48개나 된다. 국민통합을 위한 의제를 다룰 거라면 차라리 총리 산하보다는 국회가 논의의 구심점이 되는 것이 타당하다. 무엇보다 정치의도가 없으며, 공연히 위원회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선행되어야 한다. 야당은 대통합 연석회의를 또다른 형태의 연정 추진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 외부세력을 동원해 야당과의 대통합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이해찬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연석회의를 총리실 산하에 만들겠다고 밝혔다. 총리 주도의 회의체라면 탈(脫)정치, 정책중심 기구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선거구제 개편 논의 등은 국회와 정치권에 일임할 뜻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12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새롭게 제안한‘국민대통합 연석회의’는 청와대와 총리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대연정’과 연결짓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여권의‘대연정 종결’ 선언 직후 제기 된데다 양자(兩者)는 상생과 타협의 문화를 구현할 틀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문제 인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외견상으로 대연정과 연석회의는 그 대상과 의제 등에서 차이가 있다. 대연정이 집권 여당과 주요 야당이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라면 연석회의는 의제를 ▲양극화 ▲노사문제 ▲국민연금 등 ‘경제·사회’ 분야로 제한하고 있으며 구성원도 경제계·노동계·시민단체·정당 등을 망라하고 있다. 이같은 점을 들어 청와대와 총리실은“국민대통합 연석회의와 대연정은 전혀 관계없는 것”이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연설문 작성을 주도한 총리실은 “정치권에 던지는 화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노사문제 등은 지역갈등과 더불어 노 대통령이 대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로 꼽았던 사안이다. 노 대통령은 대연정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국민연금 문제 등이 뿌리깊은 대결적 문화로 인해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위기감을 호소해 왔다. 더욱이 연석회의에서 노사문제 등에 대한 대타협이 이뤄진 후 최종 관건인 정치권 논의가 표류할 경우 정치문화·구조개선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연석회의가 대연정 재점화를 위한 공감대 확산 포석 혹은 우회로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대연정, 스스로 방법상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 노 대통령은"새로운 정치 문화 속에서 국가의 의사결정구조가 합리적, 효율적으로 작동돼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최근 고민하고 있다"며 '국민대통합 연석회의'를 제안하게 된 이유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김원기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이해찬 국무총리, 윤영철 헌법재판소장, 유지담 중앙선관위원장 등 3부요인 및 헌법기관장과 만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구상을 폐기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고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이 내놓았던 대연정 제안에 대해 "결과적으로는 정치적 문제로 비화돼 안타깝기도 하고 나 스스로 방법상의 문제가 있지 않았느냐는 그런 생각도 하게 됐다"며 사실상 포기했음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어떻든 간에 이제는 우리 민주주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나가지 않으면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사회, 경제적으로 새로운 도약을 해낼 수 있는 계기가 오지 않을 수 있다"며 "이런 고민을 먼저 느끼고 해결하고 극복했던 서구 선진국의 예들을 최근 많이 공부도 해가고 있고 참고도 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그동안 우리 개혁속도가 참 빨랐다"며 "그러나 각 사회분야에서 이해관계 대립에 따른 갈등의 과제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같은 '갈등 과제'로 방폐장 문제, 새만금, 사패산 터널 등과 노사관계, 국민연금, 고령화, 저출산 시대의 보육문제, 복지문제 등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런 문제는 지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않으면 미래 우리 사회에 굉장히 어려운 과제가,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적 위기요소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맞대놓고 문제제기를 하고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우리 사회의 언론과 정치권, 그리고 지식인이 지금 당장은 이대로 흘러가도 된다고 보지만 미래에 닥칠 이런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고 말했다. ◆ 靑, 연석회의 '李총리 구상' 밝힌 까닭은? 노 대통령은 이날 이해찬 총리가 대독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민대통합 연석회의'를 제안한 것에 대해 "총리가 원고를 써서, 원래 총리버전"이라며 "총리가 좋은 제안을 하면 주관해도 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도 3부 요인과의 만찬에서“시정연설은 대독인데 원래 총리 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총리가 연설문 작성을 주도했다고 청와대측이 굳이 밝힌 배경에 궁금증이 쏠린다. 노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총리께서 하셨는데 방송뉴스 자막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대통합연석회의를 제의했다고 나왔다"며 "이번에 총리가 발의하고 앞으로도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해찬 총리는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지만 총리가 대독하니까 기왕이면 원고부터 해보라는 지침이 있어 내용도 보고 드렸다"고 배경설명을 했다. 먼저 이강진 총리공보수석이 이 총리의 역할론을 밝혔고, 청와대 김만수 대변인도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이를 확인한 뒤 “연석회의 구상이 수용된다면 총리가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가 시정연설문을 작성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는 부연 설명도 있었다. 우선 분권형 국정운영 의지를 거듭 보여주기 위한 대국민 제스처라는 해석이 있다. 총리가 맡기로 한 내치(內治) 문제가 시정연설에 많이 언급됐기 때문에 총리 역할론을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그 보다는 더 큰 구상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 대통령이 연정론을 제기할 때 총리에게 대통령 권한을 이양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취지에 따라 앞으로 총리 권한을 더 강화하겠다는 메시지가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지역구도 극복을 전제로 한 임기 단축 발언을 했음을 상기하면서 “내년에 뭔가 결단하기 위해 총리에게 미리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을 내놓기도 한다 ◆野 “말로만 기구 만들면 대통합 되나”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대통합 연석회의 제안에 야권은‘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바닥에 깔린 공통적인 정서는 노 대통령의 제안이‘대연정의 다른 얼굴’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은‘통합’이라는 원칙은 공감을 표시하지만 방법론에는 회의적이다. 강재섭 원내대표는“통합·화합 정신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면서도“말로만 기구를 만들겠다고 할 게 아니라 대통령이 대통합을 위한 진정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은“대통령이 화합을 얘기하면서 국론분열이 예상되는 선거구제 개편을 함께 강조한 것은 결국 연석회의 제의가 정치적 구호임을 의미한다.”며 “이는 다른 버전의 연정 시리즈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전여옥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국민들을 갈라놓고 분열시킨 것은 모순되게도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 아닌가?" 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은 국민의 뜻으로 구성한 국회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점을 결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고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선거구제 논의는 그동안 한나라당 이 수없이 누차 이야기했듯이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다"며 "국민대통합 연석회의를 제의하고 한편으로 더 많은 갈등과 혼란을 가져올 것이 불보듯 훤한 선거구제 개편을 제의하는 것은 모순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특별기구를 구성하자고 하는 것은 보이기 위한 이벤트 정치"라며 "이념대립, 세대갈등을 심화시킨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 대통합을 말하는 것에 대해서 어느 국민이 호응할까"라며 비꼬았다. 이어 "연정제한의 변형된 형태"라고 규정했다. 유 대변인은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 "선거구제 문제는 국회의원 총선이 2년 반이나 남아있고 개헌문제 처리후 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며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노동당은 "정부가 제시하는 구체 의제를 검토한 후 최종 판단을 할 것이다"고 밝혀 두고 보겠다는 입장이다. 홍승하 대변인은 "사회 각계를 망라한 연석회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대안이 강력하게 중심을 잡고 사회각계를 조율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정부는‘연석회의’ 의제와 이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 정책을 밝혀야 할 것이다"고 주문했다. 이러한 야당의 비판에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국민대통합을 단단히 준비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제안을 환영한다"며 "특히, 대통령께서 제안하신 “국민대통합연석회의”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국회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의 적극적인 협력과 동참을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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