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교수가 뭐 길래 총장 사표 내게 하나"
"강 교수가 뭐 길래 총장 사표 내게 하나"
  • 김부삼
  • 승인 2005.10.15 0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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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千 법무장관도 사퇴해야”
검찰, '정치외압'규정 …'제2의 검란' 예고 청와대는14일 뜻밖의 김종빈 검찰총장의 전격적인 사표 제출 소식을 듣고 당혹스러워하는 기류다. 열린우리당은 파문 진화에 주력했고, 한나라당은 천정배 법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검찰 동요는 물론 정국 긴장 고조 등 일파만파의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전국의 검사들이 조직적 저항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제2의 검란(檢亂)’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당혹…일단 지켜보자” 청와대는 이날 오후 검찰이 천 장관의 불구속 지휘를 수용한다는 발표했을 때만해도 여유로운 분위기였으나 김 총장의 사표 제출을 접한 뒤로는 표정이 완전히 바뀌었다. 민정수석실 등 관계 부서는 내부회의를 거듭하면서 상황파악과 대책마련을 위해 바삐 움직였다. 관계자들은 이미 쏘아진 화살이지만 사안의 폭발성을 감안, “지켜보자” “기다려보자”고 말을 아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법무부가 김 총장의 사표 제출을 구두로 청와대에 알렸으나 사표가 청와대에 전달되지는 않았다”며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 분명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천 장관이 고심하는 것으로 안다”며 “천 장관이 김 총장을 만나 상의할 것으로 보여 16일쯤에야 사표 수리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서는“김 총장이 사표를 철회하도록 일단 설득하겠지만 끝내 김 총장이 용퇴를 고집하면 사표를 수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법에 따른 지휘권 행사를 수용해놓고 굳이 사표를 제출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일이 이렇게 돼 안타깝다”고 파장의 확산을 걱정했다. 청와대는 당초 검찰이 자체 수사 후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제3의 길, 검찰의 불구속 지휘 수용, 김 총장의 지휘권 수용 후 사퇴, 김 총장의 불구속 지휘 거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했음에도 막상 김 총장이 사퇴 카드를 꺼내자 한숨을 쉬었다. ◆우리당 "강 교수가 뭐 길래 검찰총장 사표 내게 하나" 천 장관이 초유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뒤 우리당이 어수선하다. 김 총장이 고심 끝에 지휘권 행사는 수용하면서도 사직서를 제출하자 일부 의원들이 천 장관의 지휘권 발동과 이를 옹호한 지도부의 대응방식을 성토하고 나선 것. 결과적으로 여당이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문제 발언을 일삼은 강정구 교수를 옹호하는 식이 됐다는 불만이다. 지도부는 이를 감지한 듯 전날에 이어 14일에도 강 교수 발언내용과 지휘권 발동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문희상 의장은“단연코 우리당은 강 교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천 장관은 수사내용을 지휘한 게 아니라 헌법상의 인권옹호 원칙에 따라 불구속상태에서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유능한 분이고, 임명된 지도 얼마 안됐는데 굉장히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을 아꼈다. 전병헌 대변인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며 "다만 검찰총장이 사직할 이유도 없고 사퇴할 만큼 중대사안도 아니라고 본다"고 파문확산을 경계했다. 국회 법사위 간사인 우윤근 의원은 "총장의 충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법무장관이 불법을 한 것도 아니고 검찰 독립을 해친 사안도 아니다"며 "검사들의 조직적 반발 등 내부적인 문제로 혼자 책임지겠다고 사퇴한 것 같은데 총장직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거듭된 입장 표명도 당내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한 초선 의원은“강 교수가 누구 길래 검찰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만든 것이냐”며 “도대체 국민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나라 “千 법무장관도 사퇴해야” 한나라당은 김 총장이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일제히 비난의 화살을 천 장관에게 쏟아 부었다. “모든 사태가 천 장관에게서 비롯된 만큼 즉각 사퇴하라”는 날을 세운 독설이 이어졌고 김 총장에 대해선 “최소한의 위신과 중립성을 사수한 셈”이라는 평이 나왔다. 박근혜 대표는“법무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해서까지 강 교수 구하기에 나선 것은 나라의 정통성과 체제를 정면 부정한 것”이라며 “나라가 커다란 정체성의 위기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강 교수 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사법체계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정치 폭거”라며“모든 사태가 천 장관으로부터 비롯된 만큼 천 장관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당초 검찰의 지휘권 수용 소식이 전해지자 논평을 내고“검찰 역사상 오늘은 수치스러운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검찰이 정치적 수족이 된데 대해 온 국민이 분노한다”고 일갈했다. 그러나 이어 김 총장의 사표 제출 사실이 알려지자 전 대변인은 “김 총장이 자신을 죽임으로써 검찰의 위신을 살리고 훼손 당할 뻔했던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대신 “이런 사태를 야기한 천 장관은 수사압력과 직권 남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임태희 수석부대표는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총장의 희생"이라며 "총장의 고뇌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수석부대표는 "검찰이 대한민국의 검찰로 남느냐, 정권의 검찰로 남느냐는 중대한 기로"라며 "천 장관은 지휘권 행사가 잘못됐다는 점을 시인하고 동반사퇴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총장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홍준표 의원은 “검찰총장이 사표로써 항의를 했다”며 “이제는 평 검사들이 검찰권을 지켜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17일 의원총회를 열어 천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문제를 포함한 대응책을 논의한다. 그동안 은 '해임건의안 제출까지는 아니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었으나, 김 총장의 사표제출을 계기로 강경한 목소리가 힘을 얻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검찰, '정치외압'규정 …'제2의 검란' 예고 김종빈 검찰총장이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 지휘에 반발, 자진 사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이에 따라 검찰 동요는 물론 정국 긴장 고조 등 일파만파의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전국의 검사들이 조직적 저항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제2의 검란(檢亂)’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은 외부로부터의 압력에 검찰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지기 위해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장관의 수사지휘를 정치적 외압으로 규정한 셈이다. 또한 김 총장은 일선 검찰을 지휘하는 총장의 권위가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왔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헌정사상 초유의 장관 지휘를 받게 된 총장으로 후배 검사들에게 비쳐지게 됨으로써 향후‘영(令)’이 서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을 법하다. 또한 장관의 수사 지휘로 검찰의 독립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며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평 검사들의 요구도 적잖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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