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학사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명백한 오류를 기술하거나 인터넷 백과사전의 내용을 그대로 전재하는 등 수 많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역사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민족문제연구소 등은 10일 오후 서울 중구 대우재단빌딩에서 '뉴라이트 교과서 검토 설명회'를 열고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는 명백한 사실 착오, 학계 또는 다른 교과서와 전혀 다르게 새로운 주장을 서술한 황당한 내용 등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일명 '뉴라이트 교과서' 검토 총평을 통해 "교과서에서 요구되는 용어와 지명의 통일성이 결여됐고 부적절한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며 "정제되지 못하고 혼란스런 문장이 많아 학생들의 정확한 이해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오래된 학설에 근거한 경우가 많고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추정의 범위를 벗어난 서술이 있다"며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항간에 떠돌며 복제를 거듭해 온 내용을 정확한 내용으로 거르는 것 없이 서술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3일 간 1차 검토를 거쳐 사실과 다른 오류,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서술, 어느 한 사실만 부각시킨 왜곡 등 총 298개의 문제점을 찾아냈다.
이들이 지적한 '뉴라이트 교과서'의 문제점은 △이승만 영웅 만들기 △친일·반민족행위자 미화·변호 △식민통치 희석 △민족운동에 대한 편향적 서술 △민주주의 왜곡 △박정희 독재 미화 등이다.
◆ 이승만 전 대통령 관련내용의 과도한 서술
이들 단체에 따르면 교학사의 국사교과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많은 분량을 서술했다. 우선 이승만에 관한 사진 자료가 과다하게 게재됐다.
이들 단체는 "'일제강점과 민족운동의 전개'란 한 개 단원에서만 이승만과 관련된 사진이 5장이나 나오지만 가장 대표적 민족운동 지사에 속하는 안중근과 윤봉길 의사의 사진은 단 한 장도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끝까지 지킨 한국의 대표적 민주주의 지도자인 김구의 사진은 인물사진에서 겨우 한 차례만 등장한다"고 덧붙였다.
이승만의 활동을 과도하게 부각하고 평가하는 내용도 서술돼있다.
그 예로 "해당 교과서 293쪽에서는 소제목을 '이승만의 임시정부 승인 획득 운동'으로 정하고 사료 탐구도 '이승만의 단파 방송'으로 구성해 한 면 전체를 이승만의 활약상을 소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교과서 293쪽, '이승만은 당시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지도자였다. 그는 광복 후 국민적 영웅이 될 수 있었다'고 기술한 것에 대해 "'국민적 영웅'과 같은 표현은 다른 교과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유례가 없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 식민정책의 내용·결과 비판 없이 단순 소개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이 부족하고 식민정책의 내용과 결과를 비판없이 단순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과서 247쪽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서술됐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가 1944년 여자정신근로령에 의해 동원된 것으로 왜곡되어 서술됐다.
게다가 1930년대부터 강제 동원된 것이 아닌 1944년부터 동원된 것으로 축소 서술된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 민주화 왜곡 및 축소
교과서 305쪽 '단독 정부 수립 활동과 좌익의 방해'에는 제주 4.3 사건이 편파적으로 서술됐다.
이들 단체는 "교과서는 제주 4.3 사건을 4.3 봉기로 축소하고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 민간인이 일부 희생된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며 "실제로는 과잉진압으로 수 만 명의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으로 정부조사에서도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또 323쪽 '3.15 부정 선거와 4.19 혁명'에서는 '4월11일에는 시위로 숨진 학생 김주열의 시체가 바다에서 인양'됐다고 서술해 김주열이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숨진 것이라는 사실을 숨겨 사건의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이 외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 배경을 장면 정권 개혁정책의 비하라는 쿠데타 세력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해 왜곡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교과서에는 5.16 군사 쿠데타를 미화하는 표현이 기술돼 있다"며 "이는 학생들의 가치관에 큰 혼란을 주는 구절"이라고 덧붙였다.
◆ 교과서 논란은 이념 대립이 아닌 상식의 문제
이들 단체는 "현재의 교과서 논란은 보수와 진보, 좌우의 이념 대립으로 다룰 문제가 아니다"라며 "상식과 역사 정의, 가치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역사를 통해 단순 지식만이 아니라 교훈을 얻고 올바른 국가관·사회관·시민 의식을 함양해야 한다. 그러나 이 교과서는 일반의 상식과 동떨어진 전도된 가치관을 바탕에 깔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