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명의 톱스타들을 한꺼번에 내세워 연결고리 만들어
국내 영화계에서는 드물었던 장르
올 가을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트랜드가 부상하고 있다. 한 두 명의 메인급 주인공을 내세우지 않고 톱스타 여러 명을 기용해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옴니버스식 영화가 바로 그 트랜드. ‘사랑’을 주제로 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이별’을 주제로 한 ‘새드무비’는 여러 명의 톱스타를 한꺼번에 내세워 연결고리를 만들었고 각 커플마다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지만 한 주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사랑의 다양성을 보여준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한국판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이전에는 국내 영화에서 등장한 적이 없는 형식이다. 옴니버스 영화의 새로운 트랜드를 만나보자.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감독 민규동 제작 두사부필름)이 지난 7일 개봉했다. 영화는 사랑에 빠진 다섯쌍의 커플 엄정화-황정민, 임창정-서영희, 정경호-윤진서, 김수로-김유정, 주현-오미희 커플을 등장시킨다.
이들은 각기 다른 상황과 감정에 놓여있지만 서로에게 사랑에 빠졌다는 점을 매개로 해서 7일 동안 사랑의 감정이 어떻게 발전되고 연애를 해나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너무나 다른 상황들이다 보니 각 커플들의 연결고리가 매끄러울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는데 민규동 감독은 데뷔작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에서 여고생 심리를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듯 각 인물의 상황을 튀지 않으면서도 사실적으로 묘사해 장황하지 않게 영화 속에 담아냈다.
특히 각 캐릭터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출연진의 연기가 흥행에 한 몫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너무나 깜찍한 이혼녀 유정 역은 엄정화이기에 가능한 캐릭터이고 그녀와 커플을 이룬 단순 무식 과격하지만 정이 철철 넘치는 경상도 사나이 나 형사 역시 요즘 최고의 주가를 높이고 있는 황정민의 구수한 연기와 맞물려 환상을 이룬다는 게 관객들의 평가다.
여기에 늦깎이 사랑에 해당되는 주현-오미희 커플은 중년 관객층의 아련한 추억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일조, 눈길을 끄는 커플로 꼽히고 있다. 오드리 햅번을 사모하는 구두쇠 곽 회장과 약간의 공주병을 갖고 있는 오 여인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 각기 서로에게 희망을 품고 있지만 살아온 연륜만큼 투박함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오히려 이들은 세련되지 못한 로맨스와 서로 엇갈리는 일상을 반복하며 신세대 사랑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되지만 오히려 진정한 사랑을 물씬 느끼는데 손색이 없다는 게 관객들의 평가다.
■ 한가지 결말 각기 다른 사연
또한 개봉(20일)을 앞두고 있는 ‘새드무비’(감독 권종관 제작 아이필름) 역시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8명의 네 커플이 등장해 이번엔 사랑을 겪고 난 후 ‘헤어짐’을 보여줬다.
특히 이 영화는 국내 톱스타들을 한데 모은 화려한 캐스팅으로 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는데 지난 12일 폐막한 제8회 부산프로모션플랜(PPP) 결산자료 결과 한국 멜로드라마 사상 최고가에 일본에 판매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IHP측은 “정확한 판매액수는 밝힐 수 없으나 한국 멜로드라마 사상 최고가로 일본에 판매됐다”며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에도 판매 완료됐다”고 전했다. 각자의 사연과 이유를 갖고 ‘이별’이란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새드무비’의 커플은 정우성-임수정, 차태현-손태영, 염정아-여진구, 이기우-신민아 등이다. 소방관이라는 직업 때문에 항상 연인의 죽음이라는 공포를 느껴야 하는 커플, 가난 때문에 이별을 선택하거나 불치병으로 인해 죽음을 맞게 되는 모자, 갓 사랑을 시작하지만 안타까움만 간직한 채 헤어지는 남녀 등 사랑을 겪은 다양한 커플의 헤어짐 유형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1일 열린 기자시사회에서는 “단순히 네 커플의 이별만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데 그쳐 가슴까지 감동하는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개봉한 ‘내 생애…’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이에 개봉을 앞둔 비슷한 유형의 영화, ‘새드무비’ 역시 흥행에 성공할 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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