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불공정행위 시정을 위해 동분서주 해온 민주당 을(乙)지로위원회가 이번에는 국순당과 배상면주가에 칼날을 겨눴다. 국순당과 배상면주가는 국내 주류업계 1, 2위 형제기업이다. 을지로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거나 피해자협의회와 상생합의를 했음에도 불공정행위를 시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갑(甲)의 횡포’에 대한 비난여론이 수그러들자 국순당과 배상면주가도 ‘철면피 대응’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국순당-배상면주가, 약관개악-상생파기로 또다시 눈총
우원식 최고위원 “형제라서 이런 것도 닮는 것?” 비판
지난 10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국순당-배상면주가 도매점주들의 피해사례 발표회를 열었다. 국순당과 배상면주가 대리점협의회 대표들은 이날 자리에 참석해 사측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울분을 토해냈다.
국순당, 불공정행위 지속?
먼저 국순당 사례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및 대리점협의회에 따르면, 국순당은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억원과 시정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공정행위를 지속하고 약관개악, 피해보상 거부 등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순당과 대리점협의회가 불공정행위와 관련해 갈등을 빚기 시작한 때는 2009년부터다. 국순당은 매출부진 도매점을 퇴출시키고자 H-프로젝트를 실시했다. 협의회는 이 과정에서 국순당이 △판매목표 달성 못할시 계약해지 가능 △본사 지정구역 외 영업시 제품공급 중단 및 계약해지를 계약서에 규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생막걸리 출시를 앞두고 냉장제품 취급차량이 아닌 본사소유 차량을 강매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수도권 소재 도매점주들은 협의회를 결성, 국순당에 H-프로젝트 중단요청 공문을 발송하며 반발했다. 그러나 국순당은 협의회 소속 도매점주들에게 탈퇴를 종용하는 서약서를 쓰도록 강요하고, 서약서 미제출 도매점은 인턴사원을 통해 영업방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마포·관악·은평 도매점은 정리대상이 아니었음에도 협의회 소속이라는 이유로 퇴출대상에 포함시켜 공급량을 대폭 줄였다고 덧붙였다.
대리점협의회는 2009년 4월 공정위에 국순당의 이같은 행위를 신고했고 4년이 지나서야 불공정행위라는 의결을 받았다. 하지만 국순당은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도매점주들에 대한 피해보상을 거부한 것도 모자라, 약관개악까지 하며 불공정행위를 지속해왔다는 주장이다.
대리점협의회에 따르면, 국순당은 공정위 의결 이후 판매목표 강제 및 판매지역 제한, 매출감소시 계약해지 등 시정명령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조항은 삭제했으나 관련이 없는 조항은 시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1년마다 자동 갱신됐던 계약을 매년 체결로, △본사의 하자담보 책임기한을 물품수령 후 5일 이내에서 1일 이내로 각각 고쳐 개악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대리점협의회는 현재 본사에 △일방적 계약해지에 대한 배중호 대표이사의 공식사과 △국순당제품 100% 반품보장 △유통기한 상품별 수령기한 설정 △일방적 계약해지 및 강제행위로 인한 피해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도 국순당 본사의 전향적 태도변화가 없다면 9월 정기국회에서 이 문제를 국정감사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6일 개최된 1차 간담회에서 국순당 본사와 대리점협의회의 이견 차는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순당 관계자는 11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약관개악’이라는 지적과 관련, “그 조항은 이미 폐기돼 사용되지 않는다”며 “생막걸리다보니 냉장창고에 들어가기 전 하루정도 확인해달라는 의미였다. 하자제품은 언제든지 교환을 해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그전에는 그 문구와 관련해 반발이 없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리점협의회 요구사항’에 대한 본사의 입장을 묻자 “손해배상의 경우 피해금액을 알려달라고 하면 ‘일괄로 해달라’, ‘알아서 해달라’고 한다. 무조건 통으로 (보상)하라는 것은 사회주의적 징벌제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공식사과 실행여부에 대해 추후 피해업주들에게 할 의향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공정위 시정명령을 따라 이행하고 있고 과징금도 냈다. (대리점협의회와도) 교섭하고 있는 상태”라고 강조한 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에서 국정감사로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한 입장을 묻자 “(본사로) 온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배상면주가, 상생합의 불이행?
배상면주가도 대리점협의회와 맺은 상생합의를 불이행하고 있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배상면주가는 지난 5월 이주희 도매점주가 본사로부터 물량 밀어내기 등 압박에 시달렸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으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회사다. 배영호 대표가 국순당 배중호 대표의 동생이라는 점에서 ‘불공정 형제기업’이라는 오명을 얻은 회사이기도 하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및 대리점협의회에 따르면, 배상면주가 본사는 고 이주희 도매점주의 자살 이후 대리점협의회와 상생합의문을 작성했다. 하지만 현재 본사에서는 상생합의문 원본을 가져간 뒤 대리점협회에 이를 반환하지 않고, 합의내용도 불이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리점협의회는 ‘합의문 원본 또는 사본을 보내고 합의를 이행하라’는 내용증명을 본사에 2차례 보냈으나 공식답변은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작성된 상생합의문은 종전의 방침을 뒤엎고 △영업권 지역제한 2014년 5월30일까지 보장 △우리쌀 생막걸리 밀어내기 인정 및 손실분 15% 보상(영업권 보장 전제조건) △변질·파손·유통기한 경과제품 전량회수 및 반품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배상면주가 본사에서는 위 3가지 사항에 대해 불이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리점협의회 측은 영업권 관련조항과 관련, “각 대리점 매출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신규도매점을 기존도매점보다 4배 이상 개설했다”며 기존도매점과 신규도매점은 최소발주량이 다르다는 점에서 피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생막걸리 관련조항에 대해서는 “밀어내기에 대한 15% 보상합의는 지역권 보장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지역권보장 약속이 이뤄지지 않아 피해보상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며 “대리점별로 피해금액은 2000만원에서 1억원”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반품 관련조항에 대해 “본사에서 자청비제품 코드가 삭제됐다는 이유로 반품을 거부했다”며 “과도한 밀어내기로 파손된 제품을 대리점 과실로만 몰아가 파손제품은 1병도 반품 처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배상면주가 대리점협의회는 본사에 △상생합의문 1부 반환 △상생합의문 일방적 파기에 따른 대리점 피해보상 △밀어내기로 인한 손실 전액보상 △생막걸리 강매로 인한 시설투자금 보상 △파손제품 교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배상면주가 본사는 공정위로부터 불공정행위 혐의와 관련, 조사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의 갈등은 어떻게 해소될지 주목된다.
한편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우원식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국순당 배상면주가 형제기업의 불공정거래가 도를 넘는다. 형제라서 이런 것도 닮는 것인지?”라고 이들을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