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 천호선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지금 국정원을 이대로 놔둔다면, 대통령께서는 괴물을 키우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 대표는 12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하며 “지금 당장 국정원은 야당과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물어뜯어 정권에 보탬이 될지 모르지만, 국정원은 곧 평범한 국민을 사찰하고 여당과 고위 공직자들의 뒷조사까지 하려 들 것이다. 이미 그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 대표는 그러면서 “국정원은 결국에는 주인에게도 달려들 것”이라며 “차곡차곡 정권 주변의 정보를 모아 임기 말에는 대통령을 위협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본인들의 생존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또, “이러한 국정원의 자체개혁은 불가능하다”면서 “대통령께서 괴물의 탄생을 막아야 한다. 대통령이 의지만 가지고 있으면 국정원을 바꿀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대표는 이어, “공안기관이 공공연히 불법행위를 하면서 정당을 대신해 국정을 좌우하고 정부를 대신해 통치하는 것은 민주주의 무덤이며, 이것을 막을 의무가 대통령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천 대표는 박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으로부터 도움 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던 데 대해서도 “만일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했다고 수사결과가 진실 그대로 발표되었다면 대선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며 “도움 받지 않았다고 그렇게 쉽게 말씀하실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천 대표는 “대통령은 때로 과거 정권의 일이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지금의 사태에 대해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 5년 내내 박근혜정부는 정통성의 위기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결국 통치의 기반을 와해시킬 것이다”고 엄중 경고했다.
아울러,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을 거론하며 “유신 말기 민주주의가 사라졌을 때, 박정희 대통령은 힘없는 서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며 “동일방직과 YH의 노동자들이 이대로는 살 수 없다고 일어섰지만, 그 간절한 목소리는 짓밟히고 말았다. 그리고 박정희 정권은 무너지고 말았다”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천 대표는 “시간이 많지 않다. 시간을 끌수록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해 비판하는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믿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반으로 쪼개질 것이며, 대통령이 약속한 100% 대한민국은 허공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덧붙여 “대통령답게 나서서 국정원 사건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해결을 약속해 달라”며 “추석 전까지 결단을 내려 남재준 원장 등 국기 문란 책임자들을 해임하고 처벌해달라. 그래야 국민들이 박근혜정부를 진심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