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1S’? 재계 떠도는 ‘기업붕괴’ 소문
‘3D 1S’? 재계 떠도는 ‘기업붕괴’ 소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루머 주인공은 동양·STX·동부·두산

현재 재계에서는 ‘유동성 위기 및 부도’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동양·STX·동부·두산 등이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동부가 빠지고 대성이 포함된다는 소문도 있다. 실제로 이들 중 동양과 STX 등은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이로 인해 나머지 기업도 루머 내용대로 진짜 수렁에 빠질지 단순히 소문에 그치고 말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현재현 동양 회장, 강덕수 STX 회장, 김준기 동부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뉴시스

동양, 신용등급 하락에 동양매직 매각 지연까지
STX, 채권단 도움 받고 기사회생 할까? ‘관심’
동부, 올해 7000억 원 규모 회사채 만기 앞둬
두산, 건설경기 불황에 두산건설 리스크 계속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계에서는 이른바 ‘3D 1S 부도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여기서 ‘3D’는 동양·동부·두산을 뜻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산 대신 대성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1S’는 STX를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이들 그룹의 자금난이 회복할 길 없이 악화일로를 걸어 결국 구조조정이나 최악의 경우 공중분해 될 것”이라는 소문이 꾸준히 퍼져왔다. 흔히 떠도는 악성루머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올해 들어 동양과 STX가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 수순을 밝거나 완료하는 상황이 도래해 더 이상 헛소문으로 치부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재계 전반에서는 “해당 그룹들의 유동성 위기 소문이 결국 음해성 루머가 아닌 현실로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문 속의 나머지 그룹인 두산과 동부에 대해서도 향후 위기를 둘러싼 전망에 대해 시선이 쏠리고 있다.

동양, 진짜 위기는 10월?

‘3D 1S’의 1번 타자 격으로 꼽히는 동양은 현재 동양매직 매각을 포함한 재무구조 개선작업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양의 전망에 대해 시장 전체의 우려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심지어 재계 일각에서는 “앞으로 10월이 되면 동양은 진짜 고비를 맞을 것”이라는 극히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동양그룹은 그동안 자금난에 시달리며 회사채를 대량으로 팔아 유동성을 확보해가며 그럭저럭 버텨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등급’으로 곤두박질 떨어지며 자금조달에 커다란 어려움을 맞이하게 됐다.

이에 동양은 구조조정 작업에 돌입해 폐열발전소를 매각했다. 아울러 동양매직·동양파워 지분 일부에 대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동양이 올해 하반기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는 무려 2247억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동양이 과연 필요자금을 제때 조달할 수 있을 수 있을까”라며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기도 한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는 10월부터 금융투자업 규정이 개정되어 동양증권 리테일망도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치명적 악재 때문에 동양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한 처지로 빠지게 됐다.

동양매직 인수 작업도 지지부진하다. 재계에 따르면 동양은 지난 7월 동양매직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를 교원그룹에서 KTB컨소시엄으로 바꾼 이후 현재까지 인수에 뛰어들 투자자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동양매직 매각 작업이 지연되면서 재계에서는 “현재 동양이 진행 중인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과연 차질 없이 진행될까”라며 의구심을 키워나가고 있다. 물론 동양 측은 현재 진행 중인 동양매직 및 레미콘 공장, 섬유사업부문 매각 등 비수익 자산 매각작업도 한층 속도를 낸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 및 증권가에서는 “동양이 새로 제시한 주요 지분 매각 등 유동화 구조 자구책은 구체성 측면에 있어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구조상 불확실성은 아직도 높은 편”이라고 평가한다.

이어 “특히 현재까지 동양의 자산 매각 계획은 수차례 변경을 거듭한 끝에 여전히 계획 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이는 오는 10월 이후 계열사의 유동성 전망에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관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10월 동양 와해설’이 과연 현실로 다가올지 재계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2의 김우중’ 신세 된 강덕수

‘3D 1S 부도설’에 시달리던 또 하나의 대표적 기업인 STX은 동양에 비해서는 상황이 양호하여 9월 안으로 구조조정이 완료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STX 핵심 계열사는 채권단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된다.

그러나 이로 인해 강덕수 STX 회장이 노렸던 STX의 자력을 통한 위기탈출은 덧없는 수포로 돌아갈 확률이 높아지게 됐다. 이에 따라 ‘샐러리맨의 신화’로 꼽히던 강덕수 회장은 씁쓸하게 ‘불명예 퇴진’하는 비운을 겪게 될 전망이다.

지난 9월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STX 지배구조의 정점인 시스템통합 업체 포스텍의 자율협약을 오는 9월 24일에 결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포스텍은 강덕수 회장이 87.5%의 지분을 갖고 STX를 통해 그룹을 지배해 온 핵심 계열사로 알려졌다. 포스텍의 주 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9월 24일까지 채권단 동의서를 받아 포스텍의 자율협약을 개시할 방침이다.

이와 아울러 9일 오후 2시 STX조선해양은 서울 STX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경영진추천위원회가 의결한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과 류정형 STX조선 부사장의 등기이사 선임안을 통과시켰다. 선임안 가결로 박동혁 부사장이 STX조선 대표이사직을 넘겨받으며 강덕수 회장은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2000년대 초만 해도 계열사를 확대시켜 나가며 무한질주를 멈추지 않던 STX가 이렇게 몰락 직전 위기에 놓이게 된 것에 대해 재계에서는 “강덕수 회장의 야심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아커야즈 인수, STX다롄 설립 등 강 회장의 무리한 도전은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이라는 직격탄을 맞아 결국 그룹 전체를 휘청거리게 만드는 치명타로 비화됐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강덕수 회장의 면모는 여러 가지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며 “STX의 앞날은 구조조정 작업 이후 각 계열사가 어떻게 성공적으로 매각되느냐에 달렸다”고 분석한다.

동부·두산도 유동성 위기

동부 또한 동부제철·동부건설 등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동부는 올해 약 7,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어 향후 차환을 위한 자금 조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약 7,000억 원 규모 동부 회사채 가운데 대부분은 동부제철(2,500억 원)과 동부건설(2,900억 원)이 발행한 물량이다.

이 가운데 동부제철은 주력인 열연강판 분야에서 수익성이 저조해 해마다 2,000억 원 규모의 이자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만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부제철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44.7%이며 차입금의존도는 무려 45.0%에 달한다.

동부건설 또한 차입금 규모가 큰 데다 단기 차입금의 비중이 높아 재무상의 위험이 높아져만 가는 상황이다. 지난 2월 말 기준 동부건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 잔액은 5000억 원(차입잔액 기준)에 이른다.

이에 대해 동부 관계자는 “최근 STX 사태 등의 여파에 따른 피해도 본 감이 있다”며 “동부제철·동부건설 모두 올해 들어 실적이 개선될 조짐이 뚜렷하기 때문에 앞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낙관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3D 1S’ 소문 대상 가운데 역사가 가장 오래됐으며 규모도 큰 그룹으로 꼽히는 두산 또한 상황이 썩 좋지 않다. 올해 초 두산은 두산건설에 무려 1조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막대한 자금지원 덕에 두산건설은 간신히 위기는 넘겼지만 이를 둘러싼 우려는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국내외 건설경기가 계속 불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문제까지 겹쳐 시름이 깊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내 자회사들이 지난 상반기에 반기 기준으로 모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등 8개 자회사들의 올해 상반기 순손실 규모는 총 288억9,8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9억9,500만원)에 비해 6배에 육박할 만큼 급증했다. 주력 시장 가운데 미국 등의 상황은 호전되고 있지만 중국 사업이 부진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 일각에서는 “두산 재무현황을 보면 현재 주요 계열사의 부채 비율과 영업이익률이 상당히 안 좋은 편”이라며 “특히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 중장비 회사 밥캣(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DII))을 인수하며 발생한 리스크가 그룹 전체를 휘청거리게 한 주요 요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앞으로 두산이 본격적인 위기를 맞이할지 아닐지의 여부는 두산건설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두산건설과 관련된 프로젝트 파이낸싱 여신의 부실 정도가 워낙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한 재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서 내년 초 사이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건설이 동시에 유동성 위기를 맞이할 우려가 큰 편”이라며 “자체 분위기가 무리하게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편은 아니라 동양이나 STX처럼 치명적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현재 두산이 전반적으로 처한 상황은 운신의 폭이 좁은 게 사실이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