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장기화되면서 9월 정기국회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박근혜 대통령이 꼬인 정국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회동을 통해 막힌 정국이 뚫리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박 대통령이 정국 정상화 의지를 가지고 회담을 수용, 국회까지 방문한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김한길 대표의 파상공세에도 전혀 위축되거나 물러서지 않고 더욱 강경한 자세로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한길 대표 모두 한 치의 물러섬 없이 팽팽한 의견 대립을 펼침으로써, 회담에서는 그 어떤 성과도 도출해내지 못했다.
통상적으로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을 포용하고 정치적 명분을 줘왔던 것과 달리, 박근혜 대통령은 민주당의 원내 복귀 명분을 완전히 틀어막아 버린 것이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야당이 장외투쟁을 고집하면 민생을 외면한다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그 책임 또한 야당이 져야할 것”이라고 작심한 듯 비판했다. 장외투쟁을 거두고 원내로 돌아오라는 메시지 같지만, 이 같은 발언은 오히려 민주당을 더욱 원내로 돌아가기 힘들게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네 알겠습니다’하고 고개 숙일 야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민주주의 회복을 국민의 뜻으로 여기며 장외투쟁의 명분을 쌓아온 상황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오히려 민주당에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니, 민주당으로서는 더더욱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3자회담 이후 더 강력한 장외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한길 대표는 17일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추석연휴기간에도 천막당사 노숙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회갑을 맞이한 김 대표가 명절조차 천막에서 지내겠다고 하니, 당에서는 분노의 기운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이와 관련, 전병헌 원내대표는 “김한길 대표가 회갑 날 천막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는 미역국도 먹지 못하고 노숙차림으로 오셔서 완벽한 노숙자가 돼버리고 말았다”며 “어제 박근혜 대통령께서 제1야당의 당대표를 완벽한 노숙자로 만든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국민의 이름으로 분노하고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전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이제 길은 하나뿐이다. 더 결기 있고, 더 강력한 투쟁으로 민주주의와 민생을 수호할 것”이라며 “부자감세 철회,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확대 민주당은 반드시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자회담을 계기로 국회에 돌아갈 명분을 찾으려 했지만, 이제 그 조차도 완전히 사라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국 정상화를 위해 만났던 16일 회동. 오히려 정국을 더 어렵게 만들어 놓은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