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TPP 참여 시간과 여론에 주춤
한국 TPP 참여 시간과 여론에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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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성장 효과와 수출 늘지만 중국과의 관계 소원해질 우려도

우리나라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12개국이 참여 중인 TPP는 2005년 싱가포르 등 4개국 체제로 출범한 이후 2008년 미국의 참여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일본이 올해 7월부터 협상에 들어가면서 그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월 8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TPP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것을 관계부처에 주문했다. 현 부총리의 발언은 ‘시간을 두고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18일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중시하는 통상정책을 지켜오다 최근 TPP참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미국의 계속된 권유도 있었지만, 일본이 TPP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위기감이 고조된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일본이 공격적인 FTA 연계책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도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이 진행중인 FTA 대부분은 우리나라와 경합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FTA, 일본의 추격이 거세진다'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유럽연합(EU), 페루, 터키, 콜롬비아 등은 일본이 추격하는 양상이고, 호주, 캐나다 등은 한·일 양국이 FTA 선점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며 "몽골의 경우 이미 일본이 협상을 개시해 한 발 앞서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경제적 타당성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이 TPP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일본이 동아시아 FTA에서 핵심축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TPP참가 쪽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조속히 결단을 내려 교섭에 참가한 12개국에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동의는 어느 정도 예상되지만 남은 11개국의 입장은 현 시점에서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무역협회는 설명했다. 특히 미국은 동의에 필요한 의회 승인 절차 과정에 90일이 소요된다. 무엇보다 교섭참가국들은 TPP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일본 측 TPP 교섭 담당자는 "한국이 TPP 타결 전 아슬아슬하게 참가할 수 있게 되더라도, 그 시기는 합의 내용이 거의 완성된 이후가 될 것"이라며 "과연 한국 정부가 해당 합의 내용을 그대로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여론도 걱정이다. TPP 참여에 따라 예상되는 손실도 있다. 한국의 참여조건을 결정하는 사전협의 과정에서 호주·뉴질랜드·캐나다·일본·멕시코 등은 그동안 한국과의 양자 FTA 협상에서 관철하지 못한 이슈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뉴질랜드·캐나다는 축산물을 한·미 FTA 수준으로 개방해달라고 할 것이며, 일본은 농산물시장 개방 예외 인정, 한국 자동차 및 기계·중소부품 시장에 대한 대일 개방을 확대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또한 “TPP 참여 시 협상을 통해 우리 제조업을 최대한 보호한다고 해도 사실상 일본과 양자 FTA를 체결하는 결과를 초래해 자동차 및 부품소재산업, 기계산업 등에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가 한국의 TPP 참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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