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기-채동욱 등 초대형 이슈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며 여권에 유리한 여론지형이 형성돼 있지만, 내공 깊은 민주당 중진 인사들은 한 목소리로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4선 중진인 이낙연 의원은 지난 16일 <시사포커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석기 사태가 민주당에 미치는 파장과 관련해 “이석기 사태는 민주당에게 꽤 부담스러운 일이다”며 “민주주의 원리나 헌법 규정-헌법 정신에 입각해서만 말하기 어려운 국민 일반의 정서가 지배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부담스러운 이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집권세력은 바로 그 점을 이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야당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는 소재라고 볼 것이다. 야당 내 특정세력으로 하지는 않겠지만, 야권세력 전체를 옥죌 수 있는 호재 중에 호재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 같은 호재가 오히려 여권에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호재라는) 판단 때문에 과속에서 오는 사고가 나기 전에는 잘 멈춰지지 않을 것 같은, 뭔가 벽에 부딪치지 않으면 이 차가 멈추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과속하게 될 것이다”며 “절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저 사람들(여권)의 한계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집권세력으로 유리한 소재 같지만 거기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모를 것이다. 도취돼 있다”며 “우리 국민이 놀랍게 균형감각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건전하게 판단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어느 쪽 아무리 좋은 호재여도 정도가 지나치면 옐로카드를 꺼내드는 것이 국민”이라며 “이석기 사태는 누가 봐도 집권세력에게 유리한 사안이지만, 그러나 거기에도 함정은 있다. 절도를 놓치는 순간, 그들에게도 옐로카드가 보여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여론조사상 지지도라는 것은 하나의 척도에 불과하다.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며 “지지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취임 초기 지지도 높기로 치면 김영삼 전 대통령만큼 높은 사람이 어디 있었냐”며 “그러나 결론은 IMF였다. 그런 것처럼 지지도라는 것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우원식 최고위원도 이 의원과 같은 견해를 드러냈다. 우 최고위원은 같은 날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10월 재보선 성적을 예상하며 “상황도 녹록치 않고 쉽지 않다”면서도 “새누리당이 요즘 ‘이석기 사건’으로 주도권을 잡고 있으니 금방 채동욱 총장 사퇴 건으로 오버를 했다”고 꼬집었다. 이석기 사태로 동력을 얻어 과속해 채동욱 사고를 냈다는 의미다.
우 최고위원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남북관계로 지지를 얻었지만, 서민들의 삶이 어렵다”면서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화성은 해볼 만한 선거가 아닌가. 당선될 후보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 최고위원은 최근의 정국상황이 유신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우 최고위원은 “지난 8월 김기춘 비서실장-홍경식 민정수석 등 공안통이 임명된 것을 두고 ‘공안 정국’이 오는 게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질문에 “저도 그렇다고 본다”고 답했다.
특히, 우 최고위원은 “곽상도 수석이 물러나고 이중희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사찰 파일을 넘기고 이때쯤 청와대가 공안통으로 바뀌었다”며 “이것이 이번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를 둘러싼 핵심 고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유신으로 가는 게 아닌가.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조치가 긴급조치와 같은 성격 아니냐’는 우려로 보고 있다”고 덧붙여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