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장관 버틸 수 있나?
천정배장관 버틸 수 있나?
  • 김부삼
  • 승인 2005.10.2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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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도 빨갱이 옹호했다고 비난”
연일 이어지는 정치권 수사지휘권 논란... 천정배 법무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서 강정구 교수 파문은 천 장관에게로 옮겨 붙었다. 여야는 하루가 멀다하고 공방을 벌이고 있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사태의 옳고 그름을 떠나 답답한 심정만 가득하다. 천 장관은 수사권지휘 논란과 관련, 집(근처)와 교회에서까지 자신을 비난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 장관은 20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자신이 사는 집과 교회에서도 ‘천정배는 빨갱이를 옹호하는 사람이니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압박이 들어오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천 장관은 “특히 공안사건 일수록 여론의 압박이 특히 심해 국민들은 ‘강정구는 정말 괴씸하고 같이 살아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비판한다”면서 “그런 여론의 압력 때문이라도 구속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검찰이 여론의 압박을 받아 강 교수에 대한 구속수사방침을 세운 것이라고 우회적인 비판을 가한 것이다. 천 장관은 그러면서 “헌법은 자유와 권리, 인권을 최대한 보호하게 되어 있다”며 “구체적으로 말하면 해당 피의자가 도주의 우려가 있다던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는 구속할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그런 경우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토론에 함께 참석한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강정구 교수는)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안 의원은 “강정구는 국보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보석으로 석방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자로서 재범”이라면서 “이것이 바로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법정에서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정구 사건은 경찰이 검찰에 구속의견서를 올렸고, 구속의견서와 영장에 보면 강정구의 최근 행정과 발언이 있다”면서 “강정구는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소속 대남전의 기구인 반제민족민주전선(반민전)의 행동지침에 따라 학문의 범위를 이미 벗어났다고 돼 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안 의원은 “최소한 보아야 할 수사기록조차 보지 않고,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것은 너무나 경솔한 행동이고,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한편 천 장관은 지난 연말을 뜨겁게 달궜던 국보법 존.폐 논란과 관련, “개인적으로 폐지 후 형법보완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장관으로서 국보법이 실정법으로 존재하는 한 무력화 시키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여야 수사지휘 공방 계속 여야는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천 장관의 불구속 수사지휘권 발동 파문을 놓고 또다시 날카롭게 대립했다. 전날 여야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주고받은 첨예한 공방의 열기가 고스란히 이어지면서 여야 의원들은 ‘금도’를 넘나드는 자극적인 용어와 표현을 동원해가며 상호 비난전에 골몰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먼저 ‘5분 자유발언’에 나선 한나라당 법사위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강정구 교수의 지속적이고 의도적인 도발은 우리 사회에 잠복해있는 수구좌파들의 대한민국 허물기 수순에 다름 아니다”고 포문을 열었다. 장 의원은 “강정구 교수가 살아나는 것을 확신하면 이를 계기로 좌파들이 서서히 정체를 드러낼 것”이라고 경고하고 “그 이후의 수순은 ‘탈미연북’ ‘남북연합체’ ‘통일헌법’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직권남용의 장본인인 법무장관을 즉각 해임조치하고 강 교수의 발언과 나라의 정체성에 대한 입장을 국민 앞에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법사위 소속 주호영 의원은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 “국민에게는 달콤한 불구속수사의 원칙과 인권옹호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코드에 맞고 자신들의 편이라고 생각되는 강정구 교수를 구하고 국가보안법을 무력화하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여권이 주장하는 민주적 통제는 편가르기에 능한 특정정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마땅히 중립성이 요구되는 법무장관 자리에 앉은 천정배 장관이야말로 엄격히 받아야한다는 것이 바로 시대정신”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법사위 소속 선병렬 의원은 “법무장관의 인권보호조치를 국가정체성을 흔드는 이념논쟁으로 비화시키는 것은 국론분열을 통해 반사이익을 챙기겠다는 얄팍한 ‘꼼수’ 정치이자 구태의연한 선동정치”라고 역공했다. 선 의원은 특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향해 “박 대표가 독재자 박정희의 유전자를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의구심을 지워버릴 수 없다”며 “반공 이데올로기와 유신독재의 대명사인 아버지를 대신해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속죄할 마음이 있다면 국론파괴적 행위를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선 의원은 또 “지금 한나라당 내에서는 제1야당의 대표가 사리사욕을 위해 공당을 사당화한다면서 박대표의 과잉대응을 비난하고 있으며,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카드일 것이라고 수군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우윤근 의원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시절이 분명 있었다”며 한나라당을 겨냥하고 “공안기관 관계 대책회의를 통해, 아니면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 은밀하고 교묘하게 온갖 방법들이 동원됐다”며 “우선 과거부터 반성하라”고 비판했다. 우 의원은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이, 검찰의 독립이 심히 훼손된 시절에는 침묵했거나 아니면 동조했거나 아니면 적극 가담했던 무리들은 검찰의 중립, 독립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후속조치의 성격을 띠고 있는 ‘지역균형발전 및 지방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놓고 지난 2월 임시국회 때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 통과 때 벌어졌던 여야간 논리공방이 재연되기도 했다. ◆청와대, “대한민국 흔들지 말라” 앞서 청와대가 국가 정체성 논란을 놓고 한나라당과 정면 충돌한 가운데 19일 민생.경제 문제로 화두를 옮겨 한나라당을 향해 다시 맹공을 퍼부었다. 청와대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18일 기자회견 내용과 관련해 이날 이병완 비서실장 주재 정무점검회의와 정무관계수석회의를 잇따라 열고 ‘2차 입장’을 내놓았다. 전날 ‘역사의 시계추를 유신독재로 되돌리자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입장 발표를 통해 한나라당이 제기한 국가 정체성 문제를 정면 반박한데 이어 이번에는 경제.민생쪽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청와대는 ‘더 이상 대한민국을 흔들지 말라’는 제목의 입장 발표를 통해 한국경제 관련 지표 등을 제시해가며 “한나라당은 무책임한 선동정치를 중단하고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는 이날 입장 발표를 통해 현재의 민생.경제가 한나라당 주장처럼 ‘파탄 지경’이 아니며, 설령 그 주장대로라도 그 책임은 한나라당에 있음을 인식시키는데 주력했다. 청와대는 “참여정부와 국민의 정부는 파괴됐던 자유민주주의를, IMF 금융위기로 파탄난 나라경제를 국민과 함게 힘겹게 다시 일으켜 여기까지 왔다”며 “누가 자유민주주의의 파괴자였고 누가 IMF 위기를 초래했는가. 한나라당이 모를 리 없다”며 몰아세웠다. 청와대는 “국민과 함께 고통을 감내하며 파괴된 민주주의와 파탄난 나라경제를 여기까지 되살려온 노력에 대해 격려는 못할망정 매도와 저주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경제가 파탄나고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는 구체적 통계와 지표가 있으면 한나라도 제시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한국 부패지수, 세계경제포럼 세계경쟁력 평가결과, S&P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지난 9월 수출 사상 최고치 기록, 종합주가지수 사상최고치 경신 등 ‘나라가 무너지지 않고 있음’을 증명하는 각종 지표를 제시했다. 또한 한나라당이 도마 위에 자주 올리는 안보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 집권시절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던 과거를 돌아보기 바란다”며 “전쟁위기와 대결로 치닫던 한반도의 냉전장벽을 허물고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터 여기까지 온 것이 누구인가. 극우냉전세력이 친북 좌파 정권으로 매도하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아니냐”고 되물었다. 청와대는 “참여정부가 마음에 안든다고 국가파탄 운운하며 대한민국을 저주하는 무책임한 선동은 중단해야 한다”며 “이런 몰상식한 행태는 그동안 얘기해온 상생과 민생의 구호가 한낱 정치적 수사였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줄 뿐”이라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는 “중소기업과 재래시장을 비롯해 서민들이 어렵고 힘든 것은 사실로, 정부로서도 가장 안타까운 대목”이라며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양극화로, 이는 한나라당 집권 시절 초래한 IMF사태로 인해 본격화된 대량실업, 대량도산의 심각한 후유증에 다름 아니다”며 한나라당의 책임과 반성을 촉구했다. 민생.경제에 초점을 맞춘 청와대의 이날 비판은 한나라당이 줄곧 현재의 민생.경제를 ‘파탄 지경’이라고 공격해 온데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이 현재 도를 넘는 선동적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그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국가 정체성의 위기’와 ‘민생.경제 파탄’이라는 소재가 있다는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또한 한나라당이 정체성 문제를 고리로 민생.경제 문제까지 연결시킬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하는 뜻도 있어 보인다. “참여정부가 나라를 무너뜨리고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는 한나라당의 ‘구호’가 확산되는 것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 대답하라” 박 대표는 또 국가 정체성 문제에 대한 자신의 공개질의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의 조속한 답변을 촉구했다. 박 대표는 20일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지난 화요일 무너져내리는 국가의 체제 정체성과 관련해 공식 기자회견을 했고, 대통령에게 질문을 했다”면서 “왜 아직 여기에 대해 답이 없는지, 답을 못하는 것인지, 답을 안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대통령이 질문에 대해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아니라고 확실히 답하고 국민에게 안심하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며 “제1야당 대표가 대통령께 질문하는 것은 국민이 하는 질문이며, 답변을 안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답변을 거듭 압박했다. 박 대표는 정체성 문제제기에 대한 여권의 비판과 관련, “‘인권을 파괴하고 독재체제로 가기를 원하느냐’ 이런 비난을 하는데, 정부 여당이야말로 친북인사를 양성해서 우리나라를 사회주의 체제로 이끌고 가자는 것이냐”면서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려 해서는 안된다. 국민이 그런 술수에 넘어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 대표는 “청와대에서 인권, 인권 하는데 강정구(교수) 한사람의 인권이 중요한 지 아니면 4천만 국민의 인권이 중요한가 확실한 대답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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