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설램으로 그동안 밤잠도 설쳐왔는데 나흘을 앞두고 이게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리입니까…"
죽기 전에 혈육을 만날 수 있다며 상봉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이효국(90) 할아버지는 갑작스런 소식에 말문을 열지 못했다.
68년 동안 단 한번도 가족을 잊은 적이 없다는 이효국 할아버지에게 '추석 상봉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소식은 너무나 큰 충격이다.
이효국 할아버지는 북에 있는 가족들이 사무치게 그리워 두 딸의 이름을 '이남'과 '이북'이라로 지었다.
이번 상봉자 명단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 할아버지는 남동생 효승씨의 딸 리명심(53), 명희(51)씨를 위해 준비한 속옷과 생필품 등의 선물을 한 아름 준비하며 들뜬 마음으로 추석 연휴를 보냈다.
이 할아버지는 "남동생 효승이의 두 딸이 살아있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으며 죽기 전에 만날 수 있겠구나 하며 기다려 왔는데 상봉을 나흘 남겨 놓고 이게 웬 날벼락이냐"며 울음을 삼켰다.
아내 김순이(81)씨는 "갑작스런 상봉연기 소식에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고 있을 남편이 걱정된다"면서 "'이제 나흘 밤만 자면 된다'면서 밤잠도 설치며 기대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여러번 강산이 바뀌고 어느덧 머리엔 하얀 서리가 내렸고 얼굴은 주름으로 뒤덮인 할아버지로 변했으나 '혹시나'하는 마음에 이산가족 상봉을 여러차례 신청했지만 번번히 탈락하다 올해 그 기회를 잡았다.
이 할아버지는 "조카들을 만나면 '부모님과 남동생들이 언제 돌아가셨는지'를 가장 먼저 물어보고 싶었다"면서 "또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죽기 전에 만날 수는 있는 것이냐"며 실망감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