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은 23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최근 동양그룹으로부터 자금지원 요청을 받고 저희는 불면의 밤을 보내며 어떤 결정이 최선일지 고민했다"며 "혈연 앞에서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경영자'라는 이름의 자리가 이번만큼 힘든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담 회장 내외는 "모두를 충족시키는 완벽한 답은 없었다"며 "혈연으로 연결된 가족, 사회적 책임과 꿈, 비전으로 연결된 가족 사이에서 고심했지만 오리온의 존속과 번영을 위해 동양그룹이 요청한 자금지원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리온의 대주주로서, 경영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이번 결정으로 인한 어떠한 비난도 감수할 각오가 됐다"면서 "(이 같은 결정이) 가슴에 평생 안고 갈 빚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가슴을 먹먹하고 절절하게 만들지 몰랐다"고 말했다.
담 회장 내외는 그러면서도 "오리온그룹은 앞으로도 우리만이 잘할 수 있는 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이를 실천하는 것이 바로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 받아 매진해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부인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과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부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은 자매다.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는 딸 대신 사위 현재현 회장과 담철곤 회장에게 각각 동양과 오리온의 경영권을 줬다. 두 회사는 2001년 계열분리돼 독자운영 돼왔다.
동양그룹은 최근 오리온그룹에 오리온의 대주주인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보유 중인 오리온 주식(총 27.4%)을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기 위한 담보로 제공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