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불란' 삼성, 이재용 체제 굳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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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키우기도 동반, 이재용 체제 준비인가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이 삼성에버랜드로 옮겨가면서 제일모직과 에버랜드는 각각 소재기업, 의식주기업으로 변모하게 됐다. 삼성 측은 윈윈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후계승계를 언급하고 있다. 에버랜드가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탓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패션사업 없는 제일모직까지 품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IT 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서비스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패션은 이서현 부사장'이 맡을 것이라는 기존의 관측에서다. 이에 따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제일모직에 남느냐, 에버랜드로 가느냐가 삼성그룹 승계구도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이서현 부사장 거취에 달린 3남매 분할구도
이재용 IT-이부진 서비스-이서현 패션 관측

제일모직은 패션사업 부문의 자산, 부채, 기타 권리·의무 등 일체를 에버랜드에 포괄 양도한다고 23일 공시했다. 양도가액은 1조500억원으로 제일모직은 이 돈을 소재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시설 및 연구·개발(R&D) 자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사명이 무색하게도 매출 대부분을 소재사업에서 거둬들이는 등 제일모직이 소재기업의 면면을 보인지는 꽤 됐다. 지난해 매출 6조99억원에서 전자재료(26.1%), 케미칼(44.4%) 등 소재사업에서만 매출의 70%를 거둬들인 것이다. 패션사업은 30%에 불과했다.

패션사업을 떼어내면서 제일모직의 사명변경 가능성도 제기됐다. 2004년 사명변경을 추진한 전례가 있고, 또 사명에 패션을 연상시키는 '모직'이 포함된 만큼 사명변경은 필수적으로 동반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명변경까지 이뤄지면 패션사업 없는 제일모직은 완전한 소재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에버랜드는 기존에 영위하던 식주(食住)사업에서 의()사업이 추가돼 의식주기업으로 몸집을 키우게 됐다. 지난해 에버랜드 매출은 총매출 3조7억원에서 E&A(빌딩관리·에너지·조경)에서 46%, FC(급식·식자재유통)에서 42%, 레져(리조트·골프)에서 12%를 올린 구조였다.

여기다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안으면서 매출증대를 꾀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제일모직 패션부문의 총매출은 1조8424억원이었다. 에버랜드 매출규모가 3조 초반대에서 4조 후반대로 확대된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에버랜드가 시장동향 분석에 강점이 있는 만큼 상당한 시너지도 점쳐졌다. 에버랜드의 광폭성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역시 관심은 후계구도

그러나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다름아닌 삼성그룹 후계승계였다. 에버랜드가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탓이다. 삼성그룹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지니고 있다.

또 에버랜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율 25.10%로 최대주주이며,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각각 8.37%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에버랜드 문제는 삼성그룹 오너 3남매와 직결지어 생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업조정으로 'IT 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서비스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패션은 이서현 부사장'이 가져가는 그림이 보다 명확해졌다는 분석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패션사업 없는 제일모직도 사명변경 후 소재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로서 이재용 부회장의 몫이 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도 함께다.

물론 이러한 시나리오는 이서현 부사장이 패션사업 없는 제일모직에 남느냐, 패션사업 있는 에버랜드로 이동하느냐에 달려있다. 하지만 이서현 부사장이 서울예고와 미국 파슨스 디자인학교를 나왔고, 2002년 제일모직 부장으로 입사한 후 줄곧 패션·광고사업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에버랜드행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이번 패션사업 양수도는 후계구도 뿐만 아니라 기업가치 증대 측면에서도 의의가 깊다. 언급했듯 에버랜드는 삼성그룹 오너 3세들의 영향력이 큰 회사다. 기업가치가 올라갈수록 이들에게는 더없는 호재가 된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 5년간 두드러진 에버랜드의 몸집불리기와도 결부된다.

에버랜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자산규모와 임직원을 크게 확대했다. 2008년 말 3조8024억원이던 에버랜드의 자산은 지난해 말 6조6589억원으로 75% 늘었고, 임직원 수는 3636명에서 5389명으로 48% 증가했다. 이 기간 매출도 1조7902억원에서 3조7억원으로 67% 늘었다.

결국 일련의 과정을 통해 에버랜드가 규모에서도 삼성의 대표계열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지주사 전환 가능성도

이번 사업조정으로 삼성의 지주사 체제전환 가능성에 대한 주장도 힘을 받는 모양새다. 에버랜드는 올 초까지 계열사들이 소유하고 있던 지분을 매입한 바 있다. 자사주 매입이 지주사 전환목적으로 곧잘 사용됐다는 점에서 주목받은 행보였다. 지주사 체제는 순환출자 제한 등 경제민주화 일환으로 오너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전체를 장악하는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거론돼온 대안이다.

지주사 체제전환을 위해서는 수십조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분석돼 삼성, 현대차 등 순환출자 지배구조인 대기업들의 고민이 만만찮았다. 그러나 예비 지주회사가 자사주를 충분히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오너일가가 보다 쉽게 그룹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통해 에버랜드는 이재용 부회장(25.10%), KCC(17%)에 이어 세 번째로 지분(15.23%)을 많이 갖게 됐다. 오너일가 지배력도 종전보다 탄탄해졌다. 에버랜드가 사업조정 등으로 덩치가 커지고 자사주 매입으로 지주사 체제전환도 유리해지면서, 지분 절반을 가진 주주이자 승계를 앞둔 삼성그룹 오너 3남매에게도 유리한 구도가 마련된 것이다. 누구보다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의 수혜가 컸다. 

이와 함께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지난달 있었던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매입이다. 갑작스런 지분 매입에 합병설이 불거지고, 계열분리설이 제기되는 등 시장에서는 커다란 반향이 일었다.

결국 에버랜드 자사주 매입과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매입 등 삼성의 올해 행보가 후계구도와 관련해 심상찮았던 만큼, 제일모직 패션사업의 에버랜드 이동도 이를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후계구도와 관련해 각종 시나리오가 난무하나 대부분이 '이재용 부회장이 주축'이라는 데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에버랜드와 관련된 일련의 상황은 에버랜드의 최대주주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보다 확실한 건 연말에 있을 사장단 인사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이 그린 그림은 무엇일지 관심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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