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재계는 ‘매각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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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웅진그룹 매각 활발…금융권 ‘치열한 인수전’

올 하반기에 접어들며 재계 및 금융계에서는 매각 및 인수합병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동양매직·동양파워·쌍용건설·제일모직 패션 부문·CJ 제약사업부·웅진식품·웅진케미칼·웅진폴리실리콘 등 유동성 위기를 맞은 주요 기업은 물론 경남은행·광주은행도 매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를 통해 보듯 매각 작업은 일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만만치 않은 벽에 부딪치고 있기도 하다.

▲ 금융감독원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동양그룹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특별 점검에 들어갔다. ⓒ뉴시스

동양그룹, 동양파워·동양매직 동시 매각 방침
웅진식품 매각 우선협상자 ‘한앤컴퍼니’ 선정
경남은행·광주은행 매각에 성공 기대감 높아
제일모직 패션사업, 삼성에버랜드로 넘길 예정

최근 들어 진행 중이거나 진행 예정인 매각 대상 기업은 무엇보다도 그룹 전체에 위기를 맞은 기업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동양그룹과 웅진그룹 등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이 주축이다.

동양그룹 “알짜 계열사 매각”

최근 유동성 위기에 몰려 그룹 전체의 존폐 위기까지 직면한 동양그룹의 경우, 향후 성장의 중요한 발판으로 삼으려던 주요 분야까지 모두 내다 팔기로 방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9월 24일 동양그룹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계열사인 동양파워를 매각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파워는 동양시멘트와 더불어 동양그룹이 그룹 전체 차원에서 차기 성장 동력으로 적극 육성하던 기업으로 꼽힌 터라, 현재 그룹 내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원래 동양그룹은 동양파워 지분을 일부만 매각하여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계획이었다. 하지만 자매 기업인 오리온그룹이 자금 지원을 사실상 거부하는 중대 변수에 봉착했다. 이에 따라 동양그룹은 동양파워 지분을 전량 매각할 방침으로 입장을 바꿨다.

아울러 동양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동양매직도 동시에 매각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동양매직은 10월 첫째 주에 본격적으로 매각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동양매직의 매각 금액은 무려 2,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액에는 부채 700억 원과 지분투자 금액 1,800억 원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다가는 자칫 동양그룹 전체가 과거 대우그룹처럼 해체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재계 전반에 우려에 대해 동양그룹 측은 “현재는 그룹을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올해 초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웅진그룹도 웅진케미칼을 매각 진행하는 등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웅진케미칼은 머지않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여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웅진케미칼 매각 작업은 초기부터 엄청난 열풍을 몰고 와 재계의 화제로 떠올랐다. 지난 7월에 실시된 매각 예비입찰에는 국내 대기업은 물론 외국계 기업 등 모두 15개사가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이어 7월 10일 실시된 본입찰에서는 LG화학·GS에너지·유니드·도레이첨단소재 등의 기업이 4,000억 원 내외의 입찰 가격을 제시해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같은 금액은 지주사 웅진홀딩스가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했을 때 회생계획안에 포함시킨 매각 추정 가치인 2,200억 원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 올해 초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웅진그룹도 웅진케미칼을 매각 진행하는 등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웅진케미칼·식품 ‘급방긋’
웅진폴리실리콘 ‘지지부진’

현재 웅진케미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는 약 4,300억 원으로 가장 높은 입찰가격을 써낸 일본계 기업 도레이첨단소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도레이첨단소재가 웅진케미칼을 인수한다면 그동안 국책 사업으로 추진해온 해수담수화 플랜트 사업과 관련하여 웅진케미칼이 보유하고 있는 역삼투분리막 필터 기술 등이 일본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우려에 대해 도레이첨단소재 측은 “웅진케미칼에 초기 기술을 제공했을 만정도로 앞선 필터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기술 유출 우려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웅진식품 또한 매각 작업이 막바지 단계로 향하고 있다. 지난 9월 2일 업계에 따르면 웅진홀딩스는 웅진식품 매각 우선협상자로 한앤컴퍼니를 선정했다. 인수가격으로는 1,000억 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실시한 웅진식품 매각 본입찰에는 한앤컴퍼니를 포함해 신세계푸드·빙그레·아워홈·푸드엠파이어 등 다섯 곳이 참여한 바 있다. 그렇지만 “매각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다”는 뒷말이 많이 나오기도 했다.

“매각주관사인 삼성증권이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인수가격을 써낸 신세계푸드를 떨어뜨리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와 협상을 벌여 입찰가를 올린 다음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 및 한앤컴퍼니 측은 “탈락한 업체들이 음해하는 것일 뿐 매각절차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반면 같은 웅진 계열사라도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곳도 있다. 바로 웅진폴리실리콘이다. 지난 9월 17일 웅진홀딩스는 웅진폴리실리콘 매각과 관련해 “회생계획안에 따라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공시했다.

그동안 난항을 겪어왔던 쌍용건설도 최근 매각 작업을 재개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9월 23일 쌍용건설 공동 매각 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과 삼정회계법인은 이날 “외부투자를 유치한다”는 공고문을 게재했다.

쌍용건설 채권단은 그동안 쌍용건설을 매각하기 위해 단독 협상을 벌이던 독일계 엔지니어링업체 M+W그룹과의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매각방식을 바꾸기로 결정한 뒤 이 같은 공고문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쌍용건설 채권단이 매각방식을 바꾸는 등 나름대로 열의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와 같은 방법이 인수합병 시장에 통할지는 의문”이라며 “매각진행이 잘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아무래도 올해는 넘어가야하지 않느냐”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 삼성그룹의 모태로 꼽히는 제일모직 패션사업이 삼성에버랜드로 넘어갈 예정이라 재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뉴시스

금용권 ‘경남은행·광주은행’ 관심

기업 상태가 지극히 건전함에도 불구하고 매각을 결정한 경우도 있다. 제일모직 패션부문이 대표적이다. 삼성그룹의 모태로 꼽히는 제일모직 패션사업이 삼성에버랜드로 넘어갈 예정이라 재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9월 23일 제일모직은 이사회를 열어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양도금액은 총 1조500억 원이다. 11월 주주총회를 거쳐 12월 1일자로 패션사업의 자산과 인력은 모두 삼성에버랜드로 이관된다.

제일모직은 이번에 실시한 패션사업 매각을 통해 확보하게 된 자금을 전자재료나 화학 등 소재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제일모직이라는 회사명까지 바꾸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범삼성가’의 매각 플랜은 제일모직뿐만이 아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CJ제일제당이 제약사업부를 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분리해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는 소문이 흘러나와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CJ그룹 측은 “제약사업 부분을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분사하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제약사업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분사가 효율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본다”며 “현재 분사가 과연 타당할 것인지를 놓고 검토하는 수준이며 이 과정에서 소문이 잘못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절대 매각은 있을 수 없다”는 게 CJ그룹 측의 해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제약사업 부문의 매각도 전혀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라 앞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우리은행금융 쪽이 매각작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첫 민영화 주자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인수전에 예상보다 많은 11개 투자자들(경남은행 4곳·광주은행 7곳)이 몰리면서 매각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경남은행 인수전은 부산은행을 보유한 BS금융그룹·기업은행·대구은행의 DGB금융그룹·경은사랑 컨소시엄 등 4파전으로 확정됐다. 예비입찰 제안서 제출 전부터 경남은행 인수에 적극적인 태도를 감추지 않은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을 중심으로 각축전이 예상된다. 물론 여기에 기업은행도 만만치 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경남은행에 비해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던 광주은행은 막판에 거대 금융그룹인 신한금융지주가 전격적으로 입찰에 나서며 예상을 뛰어넘는 치열한 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은행 인수전에는 신한금융지주 외에도 전북은행을 보유한 JB금융그룹·DGB금융그룹·BS금융그룹·광주 및 전남 상공인들이 주축이 된 광주전남상공인연합·광주은행우리사주조합, 지구촌영농조합 등 모두 일곱 곳이 참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뛰어든 신한금융지주는 사업 지역 범위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신한금융지주 측은 “광주은행 인수를 통해 호남 지역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기업은행과 신한은행이라는 막강한 거대 금융기관이 인수전에 전폭적으로 뛰어드는 바람에 “이들 은행이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는 시각도 점차 설득력을 얻어나가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도권을 기반으로 영업경쟁을 벌이는 시중은행이 지방까지 확장 의욕을 뻗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를 저해하는 것은 물론 지역 중소기업 및 서민금융 지원의 약화로도 이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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