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원내투쟁 강화방침을 밝히면서 전면 국회등원을 결정, 정기국회의 문이 본격 열렸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국가정보원 개혁 논의 등 각종 정치현안이 산적해있지만 경제분야도 치열한 쟁점들이 곳곳에 있다. 그중에서도 복지공약 이행, 내년도 적자예산 편성과 맞물린 증세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여야가 이른바 ‘세금전쟁’에 돌입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 법인세 인상 불가방침…논의 어려울 듯
소득세 인상 등 여야협상, 지방선거 표심에 달렸다?

朴 대통령, ‘증세카드’ 꺼내
실제로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올 7월까지 세수 진도율(연간 목표치 대비 징수 실적)은 58.3%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5년 평균 진도율 65.3%에 크게 못 미치는 역대 최저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3000억원의 세금이 덜 걷힌 상황이다.
이를 근거로 정부에서는 연말까지 7조~8조원의 세수부족을 예상하고 있지만, 민주당 등에서는 10조원가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내년에는 오히려 세수가 1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복지공약 재원 조달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6일 발표된 정부의 2014년도 예산안에서는 관리재정수지(거둬들인 세금으로 예산에 쓰고 남은 돈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적자가 25조9000억원으로 2013년도 본예산 대비 4조7000억원 늘어나고, 이에 따라 국가 채무도 515조2000억원으로 50조6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제시됐다.
복지예산도 구체적 내용을 보면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보장, 반값등록금 등 주요 핵심공약들의 예산반영은 일제히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정부는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복지예산이 100조원을 돌파했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은 경기가 획기적으로 살아나 세수확보가 자연스레 늘지 않으면 내년, 내후년 등 해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일부 공약을 원천적으로 폐기하지 않는 이상 공약 축소나 연기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결국 증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기초연금 논란과 관련해 “기초연금을 포함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복지제도는 국민적 합의가 전제된다면 다 강화될 필요가 있고,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서 의견을 수렴해나가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주목된 것도 이 때문이다. ‘증세’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결국은 증세에 대한 국민 여론을 모으겠다는 의미라고 해석됐다.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 16일 국회에서 여야대표와 가진 3자회담에서 처음으로 ‘국민 공감 하에서’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증세 논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동안 여권 내에서 ‘금지어’처럼 인식되던 ‘증세카드’를 박 대통령이 연이어 꺼내 들면서, 정부의 세제개편안과 예산안이 본격 논의되는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증세 논의가 어느 때보다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소득세 인상’ 논의 주목
현재 민주당은 △법인세 과표 500억원 초과 구간 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높이는 방안 △대기업의 법인세 최저한세율(기업이 각종 비과세 감면 혜택을 받아도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율)을 16%에서 17~18%로 높이는 방안 △이중과세 방지를 제외한 대기업 비과세 감면 폐지 등 다양한 법안들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일부 비과세 감면 축소를 제외한 직접적인 법인세율 인상은 정부·여당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도 “법인세율 상승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인세는 높이지 않는 것이 나의 소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확실히 정한 만큼 여당이 법인세 인상 문제를 협상 안건으로 올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가운데 소득세 과세표준과 세율 조정을 통한 이른바 ‘슈퍼부자 증세’와 관련해서는 여야 간 다양한 법안이 제출돼 있어 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민주당에서는 38%의 세율을 적용하는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현행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조정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 경우 연평균 3800억원, 향후 5년간 2조원가량의 세금이 더 걷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조세소위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성린 의원이 38% 최고세율구간을 2억원 초과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이 경우 연평균 1200억원~1500원 가량의 세수 추가확보가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격인 국가미래연구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행 35% 세율구간(8800만원~3억원)의 세율을 3%p 정도 높이는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일단 정기국회의 ‘세금전쟁’ 서막은 올랐다. 남은 것은 ‘언제 세금을 올릴 것이냐’는 시점과 ‘무엇을 올릴 것이냐’는 방법론이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 등 증세론과 관련, 민감한 정치 일정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기국회 기간 동안 얼마나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