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소 비리 등으로 유례없는 전력난을 겪었지만 이 와중에도 민간발전소들은 막대한 수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블랙아웃의 공포로 국민들은 고통을 분담했지만 민간발전소는 전력을 생산하지 않고서도 발전을 준비했다는 명목으로 이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구나 민간발전소들이 수익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의무이행 사항인 지구온난화 방지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은 미비한 수준이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간발전소 측은 ‘정당한 보상’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전력난에 민간발전사 수입 급증…신재생에너지는 외면
발전사 무위도식해도 1조원 챙겨…국민혈세 낭비 심각
박완주 “전기요금 인상 앞서 전력시장 제도 개선해야”
전력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설비용량 500㎿ 이상 13개 민간발전사의 올해 1∼7월 전력판매수입은 6조5296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 전력피크를 고려하면 올 한해 판매수입은 1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10조4479억원에 비해 15%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민간발전사들의 올해 전력판매수입에서 SK E&S, 포스코에너지, GS EPS, GS파워 등 대기업 4사의 비중이 52%에 달한다.
더구나 발전 사업자들이 실제 발전을 하지 않고도 설비투자 보상금 명목으로 챙겨간 돈이 최근 4년간 1조원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력난에 민간발전소 ‘대박’
9월 30일 전력거래소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박완주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9월말 현재까지 한국전력공사 발전 자회사와 민간 발전사업자들에게 지급된 제약비발전정산금(COFF)은 총 1조225억원에 달했다.
제약비발전정산금은 전력시장에 입찰한 발전사가 송전제약 등 자체 과실이 아닌 문제로 발전하지 못할 경우 인력 대기·설비 예열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전하는 제도다. 즉 제약비발전정산금은 발전기를 돌리지 않아도 발전사업자들에게 지급되는 일정 금액의 용량정산금을 말한다.
제약비발전정산금 규모는 △2010년 2718억원 △2011년 2444억원 △2012년 2778억원에 이른다. 올해의 경우 이달 말 현재 2283억원을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연말에는 3000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발전 사업자들은 무의도식 하면서도 연 평균 무려 2500억원 이상의 국민혈세를 챙겨가고 있는 셈.
박 의원은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있는 민간 발전사들에게 예외 없이 제약비발전정산금을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발전사들에 제약비발전정산금을 준다는 것은 사용하지도 않은 연료비에 보상을 해주는 격”이라며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하기 전에 국민혈세 퍼주기식의 불합리한 전력시장 제도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추가 지급된 제약비발전정산금은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구나 제약비발전정산금은 예상되는 기회비용까지 발전사에 물어주는 제도로 이른바 ‘과잉친절’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약비발전정산금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력거래소는 이에 대해 반박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자기 과실이 아닌 시장 여건으로 발전기가 계획한 출력을 내지 못할 경우 예정대로 발전했다면 얻을 ‘기대수익’을 보상해주는 것은 타당하며 이는 선진시장에서도 도입한 제도”라고 해명했다.
전력거래소는 충분히 전력을 생산해 낼 수 있지만 송전 등의 제한으로 발전기가 돌아가지 못했을 때 지급하는 제약비발전정산금은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최근 4년간 대기업 계열사 중심의 민간 발전사가 챙긴 비발전 용량정산금은 전체의 30%인 3115억원에 달한다. 회사별로는 SK E&S가 137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포스코에너지 823억원, GS EPS 553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발전사 잘못 국민부담?
민간 발전회사는 전력난으로 인해 떼돈을 벌고 있는데 반해 한전은 2012년 3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2년 전체 민간 발전회사의 당기순이익은 9400억원을 넘어섰다. 이에 반해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들은 발전설비용량이 대기업 발전사의 8배임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은 7000억원을 넘지 못했다.
민간발전사들의 전력판매수입이 늘어난 이유는 원자력 발전소 석탄화력 발전소 등 비교적 저렴한 연료를 사용하는 이른바 기저발전소의 잦은 고장으로 한국전력이 발전단가가 비싼 대체전력 등을 구매함에 따라 발생했다.
한전은 원자력과 석탄, LNG, 디젤 등 발전원별로 다른 가격에 전기를 구입한다.
지난 6월 기준으로 킬로와트아우어(kWh)당 LNG는 162.4원이지만 원자력은 48.8원, 석탄은 63.2원이다.
지난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의 원자력발전소가 고장나 비싼 발전기를 가동해 추가로 지급된 비용이 2조8453억원으로 집계됐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발전기 고장률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국내 334기 발전기 가운데 고장률은 58.7%인 196기였다. 이는 2010년과 2011년 35.3%에 비해 23.4%p나 높은 수치다.
더구나 민간발전소 고장률은 한전 산하 발전자회사에 비해 더욱 높다.
발전자회사의 2010~2012년 고장률은 각각 19.3%, 18.8%, 41.7%였지만 같은 기간 민간발전사는 78.2%, 75.3%, 99.0%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고장의 원인은 대부분 사전에 예방이 가능한 인재로 조사됐다. 2012년 경우 보수불량 102건(52.0%), 설비결함 66건(33.7%) 등이다.
박 의원은 “원자력과 석탄 등 대형 기저발전기가 멈추면 전력부족은 물론 비싼 연료를 사용하는 첨두발전기를 돌려 소비자 부담으로 귀결된다”며 “발전사들이 예방을 제대로 하지 않아 고장을 일으켜도 현행 관련 규정엔 아무런 책임을 물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발전사 과실로 인한 공급중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제도가 검토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수입은 챙기고 의무는 소홀
민간발전사들이 전력난으로 수입이 급격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이행은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는 RPS는 500㎿ 이상 발전사업자가 총 발전량의 2%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한 제도다.
민간발전사들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정도를 나타내는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거래 실적은 극히 미미했다.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공급의무자별 거래실적을 보면 △포스코에너지 2만8570건 △SK ES 199건 △GS EPS 12건 △GS파워 0건 이다.
이에 반해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한전의 5대 발전자회사들은 5만2823건∼9100건을 거래했다.
이채익 의원은 “민간발전사들의 수익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지구온난화 방지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대기업들의 노력은 미비한 수준”이라며 “민간발전사들의 신재생에너지 의무 구입비중을 늘리게 하는 등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자부는 민간 발전소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