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음주문화 얼마나 오염 되었나
대학생 음주문화 얼마나 오염 되었나
  • 정흥진
  • 승인 2005.10.28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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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우리의 대학생들
기성세대들은 허덕이는 경제난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늘려가는 등 어려운 경제난을 타계하기 위해 생활 습관을 고쳐나가고 있는데 비해 경제적 자립 능력이 아직 갖추어지지 못한 대학생들은 오히려 유흥문화 등에 씀씀이가 커지고 있어 사회적으로 그냥 묵인하고 넘어갈 수만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 온라인 취업사이트인 사람인(www.saramin.co.kr 대표 김남일)은 대학생 437명을 대상으로 “현재 대학 내 음주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설문을 실시한 결과,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49.8%를 차지했으며, 문제가 많다는 대답도 23.4%나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는 결국 대체적으로 대학생들 스스로가 학 내 음주문화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반영으로, 대학 내 음주문화에 대한 현 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자료가 되어주었다. ◆현실은 이렇다. 실제로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에 약간의 의구심을 품고, 더욱 자세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의 한 대학 주변을 찾아가 학생들의 음주 실태 및 그에 관계된 의식에 대해 알아보았다. 평일 오후. 해가 짧아져 오후 8시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대학 주변 유흥가에는 젊은 인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경제적 불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일만큼 화려한 네온사인에 삼삼오오 짝 지은 젊은이들은 십중팔구 대학생으로 보였다. 이른 시간이었던 탓인지 아직까지 거리에 취객은 보이지 않았으나, 술집을 찾아 들어가는 발걸음들은 눈에 띄게 늘어가고 있었다. 기자가 찾아간 곳은 홍대 주변의 한 술집. 입구에서부터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이미 얼큰하게 술이 올라 한참 기분들이 고조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쪽 구석의 테이블을 모두 점령하고 단체로 온 것 같은 학생들에게 다가가 취재를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결코 쉽지만은 않은 취재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보다 더욱 힘이 든 상황이 발생했다. 게임하며, 웃고 즐기는 분위기에 젖어 주목을 시키는 것은 물론, 누구 한 명 잠시 자리를 피해 말을 걸어보기도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다소 조용해 보이는 한 사람을 택해 취재 요청을 해보았다. 우선 자신을 A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이 모(21. 남)씨는 평소 얼마의 간격으로 술자리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월요일부터 시작해서 토요일까지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있으며, 일요일 하루 정도만 집에서 쉰다.”고 대답을 해 주었다. 이씨의 말을 통해 음주실태가 매우 심각한 수위에 다다라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이 술자리를 하고 있던 최 모(22. 여)씨의 경우에는 자신도 이씨와 거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는 “생활패턴이 매우 불규칙해진다.”는 말을 해,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 스스로가 가장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던 사항과 일맥상통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설문조사의 결과로는 ‘생활패턴이 불규칙해진다.’라는 답변이 46.4%, ‘폭력, 성문제 등의 사고가 발생한다.’가 30.1%, ‘건강이 나빠진다.’는 10%, ‘경제적으로 부담이 많이 된다.’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음주문화 대체할 만한 놀이문화가 필요해 자리를 옮겨서 유흥가가 몰려 있는 강남역으로 가 보았다. 도착한 시간은 오후 11시가 다 된 시간. 강남역 주변에는 호객행위를 하는 나이트클럽 웨이터들과 젊은 남녀들로 거리는 북적거리고 있었다. 물론, 인적이 드문 골목길이나 후미진 곳에서는 거리에 주저앉아 속을 달래고 있는 젊은이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취재 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나이트클럽 웨이터들은 다짜고짜 “오늘 물 좋아요 형님. 놀다가세요”라며 접근을 해 왔다.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습니까?”라고 물어보자 웨이터들은 은근슬쩍 등을 떠밀며 “그럼요. 일단 가 보시고 사람이 없어서 놀 분위기가 아니다 싶으시면 그냥 나오셔도 됩니다.”라고 말하며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유흥문화를 즐기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강조했다. 모르는 척 따라 들어간 나이트클럽에는 웨이터의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줄만큼 젊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어림짐작을 잘 못하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족히 100여 명은 되어 보였다. 상황은 유흥가 주변만이 그러하지는 않았다. 일반 음식점은 물론, 대학 교정에서도 음주 행태는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었다. 학 내 동아리, 과 동기들과의 모임은 물론, 인터넷의 활성화로 같은 취미를 가진 동호회의 모임 등 우리의 젊은이들은 수도 없이 많은 모임과 모임의 연속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서울의 K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1학년 김 모(20. 남)씨 외 5명. 이들에게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먼저 대학생들은 평균 일주일에 2회 정도로 술을 마시며 술을 마시는 이유로는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서’라는 응답이 53.4%로 가장 많았고, 그 외에 ‘기분전환을 위해서’가 28.4%, ‘모여서 특별히 할 것이 없어서’ 17.3% 등을 꼽았다고 말하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정답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주일에 평균 2회 정도 술을 마시는 것은 졸업을 앞둔 고학년이나, 복학생들의 경우에나 그렇지 일반적인 저 학년 학생들일 경우에는 일주일에 2회 술자리를 가져서는 사회생활을 못 한다”는 생각을 내 놓기도 하였다. 이에 대해 또 다른 학생은 “물론 자주 술을 마시는 사람과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는 사람이 있어서 평균수치로 나타났을 때 그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겠지만, 술을 마시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 같은 횟수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며 음주 빈도가 더욱 많다는 것을 암시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결국 술을 마시는 학생들은 심각할 정도로 잦은 음주 기회를 갖고 있다는 의견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학생들은 ‘모여서 특별히 할 것이 없어서 술을 마신다.’는 응답에 대해서 사실적으로는 이 같은 이유가 가장 음주문화를 부추기게 되는 근본 이유인 것 같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그에 대한 실례로 개선해야 할 음주문화에 대해서 응답자 중 30.8%나 되는 많은 학생들이 ‘다른 놀이 문화 마련’을 가장 큰 현실의 대안 책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밖에도 68.7%가 평균 폭음 횟수는 월 1~2회 정도를 꼽았으며, 폭음으로 인해 필름이 끊어진 경험은 65.5%나 되는 학생들이 “있다”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나 대학생들의 음주문화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오염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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